오송참사 추모현판, 교훈 새기는 상징물로… 안전문화 확산 계기 기대
  • ▲ 충북도는 15일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입구에 ‘오송 참사 희생자 기억의 길’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추모현판을 설치했다. ⓒ충북도
    ▲ 충북도는 15일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입구에 ‘오송 참사 희생자 기억의 길’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추모현판을 설치했다. ⓒ충북도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입구에 ‘오송 참사 희생자 기억의 길’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추모현판이 설치됐다. 

    참사로부터 꼭 2년여 만의 일이다. 차가운 콘크리트 벽면 위, 가로 6m, 세로 30㎝의 금속판이지만 그 안에는 열네 생명의 무게와 한 사회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순한 표식이 아닌, 사회적 다짐의 상징

    이 현판은 단순한 추모 조형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생명을 기억하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겠다는 공동의 약속이다. 

    유가족의 요청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주민 반발과 행정 논의를 거쳐 결국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결단으로 마무리됐다. 긴 시간 끝에 세워진 이 현판은 슬픔을 덮는 장식이 아니라, 사회의 무관심을 깨우는 경고문이다.

    오송참사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배수펌프 미가동, 통제 지연, 지휘체계 혼선 등 명백한 행정 실패가 빚어낸 인재였다. 차량 17대가 순식간에 물속으로 잠기고,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날, 재난 대응의 기본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누가, 왜, 어떻게 막을 수 있었는가’에 대한 물음은 지금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잊지 않음이 곧 책임의 시작이다

    국회는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꾸려 진상규명에 나섰고, 다수의 공무원들과 건설사 등 현장 책임자들이 법의 심판대에 섰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당시 충북도 행정부지사 등도 직위해제됐다. 

    그러나 법적 책임이 끝이라 할 수는 없다. 진정한 책임은 제도와 의식이 바뀌는 데서 완성된다. ‘안전’이 단지 매뉴얼의 항목이 아니라, 공무원과 시민 모두의 문화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참사는 막을 수 있다.

    ◇‘그날의 비극을 미래의 교훈으로’

    오송의 비극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행정 절차는 있었으나 실행은 없었고, 매뉴얼은 존재했으나 책임의식은 부재했다. ‘기억의 길’은 그날의 실패를 되새기며 다시는 그 길을 걷지 않겠다는 다짐의 길이 되어야 한다.

    유가족들의 말처럼, 이 현판이 단지 ‘조형물’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재난의 구조적 원인을 바로잡고, 책임을 명확히 하며, 매 순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길 위에 새겨진 짧은 문구는 우리 모두를 향한 물음표다.
    “당신은 그날을 잊지 않았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