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메신저 행정’ 일상화, SNS 지시 반복산하기관 직원들 ‘n번방’서 밤샘 대응 강요
  • ▲ 중소벤처기업부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메신저 단톡방을 통해 야간·휴일 업무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독자 제공
    ▲ 중소벤처기업부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메신저 단톡방을 통해 야간·휴일 업무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독자 제공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산하기관에 심야와 휴일까지 메신저 단톡방을 통해 업무를 지시하며 공무원 근로권과 행정 기록을 무력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공식 문서 없이 진행된 ‘비공식 행정’은 산하기관 직원들을 밤낮 없는 강제 노동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본보가 취재를 종합한 결과, 실제로 중기부는 복수 실무자가 참여한 텔레그램 단톡방에서 예산 정리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엑셀 양식에 잔여 예산도 보기 좋게 정리해 달라”, “이번에도 못 끝내면 연휴 내내 해야 한다”, “퇴근 전까지 제출하라”, “출근 전까지 볼 수 있게 준비하라” 등 구체적이고 독촉성 강한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상당수 지시는 심야 시간대에 이뤄졌다.

    산하기관 관계자는 “메신저 지시는 기록이 남지 않아 행정정보공개법과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퇴근 후나 연휴에도 지시가 내려와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반복되는 단톡방을 속칭 ‘n번방’이라 부른다. 내부 제보에 따르면, 중기부는 유사 단톡방을 여러 개 운영하며 실시간 업무 지시를 강요하고 있다. 제보자는 “중기부 단톡방은 밤샘 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식 문서보다 메신저 지시가 빠르다는 이유로 사실상 즉시 대응이 강제된다”며 “휴일·야간에도 업무 연속성이 끊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비공식 메신저 행정은 공공기관 책임소재와 행정 투명성을 흐린다”며 “기록관리 제도와 공무원 근로권 보호 측면에서 즉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