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숙박권·금리우대까지… 협력사업비가 ‘사적 혜택 통로’로 변질금고 지정 40% 수의계약, 경쟁도 감시도 ‘무용지물’“행안부는 방관자”… 제도 공백 속 공기업-은행 유착 구조 고착화
  • ▲ 협력사업비 제공형태가 ‘행사·축제 후원’인 경우.ⓒ한병도 의원실
    ▲ 협력사업비 제공형태가 ‘행사·축제 후원’인 경우.ⓒ한병도 의원실
    공공자금이 ‘임직원 복지비’로 둔갑했다. 

    충청권 지방공기업들이 주거래은행으로부터 받은 협력사업비를 장학금·금리우대·행사비로 나눠 쓰며, 사실상 ‘특혜성 금고 거래’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안전부의 관리 부실 속에 공기업과 은행 간 ‘유착형 특혜 구조’가 공공연히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퍼준 장학금·금리혜택

    14일 행정안전부가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충청권 지방공기업 상당수가 주거래은행으로부터 협력사업비를 받아 장학금, 금리우대, 축제비용 등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충북 영동군 상수도사업소는 농협은행으로부터 2억4000만 원을 ‘장학금 명목’으로 받았다. 하지만 이들 금액이 실제로 지역사회 장학사업에 사용됐는지는 불분명하다.

    음성군 공영개발사업소는 임직원 대상 예금·대출 우대금리 혜택을 받았고, 일부 기관은 행사·홍보비까지 협력사업비로 충당했다. 

    은행이 공공기관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치고, 공기업은 이를 ‘복지성 지원’으로 수용하는 기형적 구조가 자리 잡은 셈이다.

    결국 협력사업비는 공익이 아닌 ‘기관 편익’으로 전락했고,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자금이 은행과 공기업 간 거래의 윤활유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 수의계약 남발… 금고 경쟁은 ‘요식행위’로 전락

    문제는 이런 ‘특혜성 지원’이 투명한 경쟁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국 420개 지방공기업 중 40%가 넘는 기관이 수의계약으로 금고를 지정하고 있으며, 충청권도 예외가 아니다.

    유찰 시 재공고 절차조차 생략하거나, 계약서에 ‘자동연장’ 조항을 둬 사실상 특정 은행에 금고 지위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일부 기관은 10년 이상 같은 은행과 거래하며 협력사업비를 관행처럼 받아왔다.

    이처럼 경쟁이 사라진 금고 시장은 ‘은밀한 거래’의 온상이 되고 있다. 행정감사조차 형식에 그쳐, 공공기관이 스스로 불투명한 금융 구조를 키워온 셈이다.

    ◇ 감독도, 기준도 없는 행안부… “방관이 공범”

    지방공기업의 금고운영은 지자체와 달리 법적 기준조차 없다. ‘지방회계법’이 적용되는 지자체 금고와 달리, 지방공기업은 자체 내규에 의존하고 있어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공공기관 금고 관리 투명성 강화’를 권고했지만, 행안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 사이 은행은 협력사업비를 내세워 공기업과의 거래 관계를 유지했고, 공기업은 이를 ‘사내 복지’와 ‘행사 지원금’으로 포장했다.

    전문가들은 “행안부의 방관은 사실상 공범”이라며 “공공기관의 자금이 사기업 홍보비로 쓰이는 현실은 명백한 제도 실패”라고 비판했다.

    한병도 의원은 “협력사업비는 현금 출연만 허용해 세입예산으로 편입해야 하며, 모든 금고 계약은 4년 이내로 제한하고 자동연장을 금지해야 한다”며 “지금의 불투명한 금고 구조는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는 ‘공공판 로비창구’”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