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1. 지난 2월 초에 ‘뮌헨에서 시작된 기적의 드라마, 김재관 이야기(홍하상/백년동안)’라는 책을 읽었다. 당시 모 조간지 칼럼에서 소개된 책인데, 그 칼럼을 읽고 나서 바로 주문하여 읽었다. 한 시대에 나라를 일군 애국 과학자의 삶이 필자에게 참 많은 감동을 주었다. 

    칼럼 자는 ‘우리는 우리 기적의 역사에 대해 너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또 절감했다’라고 썼다. 필자도 동감했다. 그리고 그 언론사의 칼럼으로 많은 국민이 1960~1970년대에 고도 공업 국가의 기반이 어떻게 닦였는지 우리 기적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해줘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김재관은 서울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56년 산업은행과 서독 유학생 시험에 모두 합격했는데,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만든 ‘인재 양성 제도’로 산업은행에서 유학 기간에도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산업은행은 김재관이 출국 때까지 국내 산업 현장을 둘러보도록 알선까지 해주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과학은 몰랐지만, 미국에서 MIT를 둘러보며 여기에 나라가 죽고 사는 게 달렸다는 사실을 절감하여 6·25 전쟁 직후 형편없는 시절이었음에도 김재관 같은 인재를 통해 나라의 미래에 투자하는 ‘인재 양성 제도’를 만들었던 게다. 미래를 읽었던 국가 지도자의 혜안 덕분으로 대한민국이 밑바닥 나라였음에도 발전할 싹수가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었다. 

    #2. 경제개발 차관을 얻으려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과 김재관의 만남도 단군 국조(國祖)께서 후손을 위해 마련해주신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기막히게 국운을 가른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 만남에서 김재관은 ‘한국 철강 공업의 육성방안’이라는 두툼한 논문을 박 대통령께 전달하였는데, 이 또한 한국 산업사에 기록될 순간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김재관을 눈여겨보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1기 해외 유치 과학자 18명 중 한 명으로 불러 제1연구부장을 맡겼다.

    김재관은 뮌헨공대에서 독일군 함포와 대포의 금속 조성까지 눈여겨보면서 금속 제철을 공부했다. 그는 포항제철 건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는데, 그때 오늘날 제철로 탱크와 군함을 만드는 ‘K 방산’의 토대까지 만들었다. 

    포철 건립 후에 박 대통령은 김재관을 국방과학연구소(ADD) 부소장으로 임명하였는데, 임명된 날 심문택 소장, 김훈철 KIST 조선 담당과 함께 한산도 충무공 사당을 찾아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임전무퇴로 국방 기술을 완성한다”라고 맹세하였다. 그 맹세의 결실로 오늘날 ADD에서 다양한 첨단 미사일을 만들고, 우리 첨단무기가 군수 선진국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3. 전쟁의 폐허에서 허덕이고 국민소득 60달러의 최빈국임에도 당시 국가 지도자는 인재를 어떻게 양성해야 하는지 알았고, 인재들은 국가의 희망에 보답했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이 현재의 선진국이 될 수 있었다. 
          
    소득 100달러도 못 되었던 후진 빈국 시절의 독재 정치의 죄업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초대 대통령이었음에도 오늘날에도 일부 좌파 국민에게 제대로 그 공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어느 대통령은 여러 개의 기념관과 기념도서관이 있지만, 여태까지 그 흔한 기념관도 하나 없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자유 민주 진영 쪽에다 나라를 세워서 풍요롭고 번영하는 자유 시장 경제의 대한민국 기틀을 마련한 건국 대통령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어느 국립대 역사 교수는 이승만 대통령을 ‘대한민국 반체제 인물’이라면서 ‘이승만의 과(過)는 공(功)을 넘는다’라는 편견으로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그 시대를 겪어보지도 않은 자들이 당시의 상황은 빼놓고 희한한 논리로 이승만 대통령을 독재자로 폄하하고 동상은커녕 기념관 건립도 반대하고 있다. 

    부모 없는 자식이 없듯 번영하는 오늘의 대한민국도 그냥 된 나라가 아니다. 건국 대통령의 혜안과 그 뒤를 이은 박정희 대통령, 무명의 산업, 과학 영웅들이 대한민국의 기적을 이룬 것이다. 우리 세대는 이렇게 세운 나라를 지킬 책임이 있다. 그리고 마땅히 국가의 기초를 다진 초대 대통령의 공을 기릴 의무가 있다.
     
    #4. 광주시에서 강행하려는 정율성 기념공원 건립 문제가 이제 진영 싸움이 되었다. 사태의 전후 맥락을 보면 정율성 기념공원 건립은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이 걸린 문제이다.

    우선 정율성이라는 사람이 국가유공자 서훈을 받는 문제부터 걸린다. 국가유공자는 대한민국의 독립과 건국, 국가 수호에 공을 쌓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예우이다. 그러나 정율성의 항일 행적만으로 해방 후의 그의 행적이 가려지지 않는다.

    김일성의 기습남침 전쟁으로 대한민국이 초토화될 때, 그는 중공 인민해방군으로 참전하여 우리 국민을 향해 총을 쐈고, 중국인으로 중국에서 생을 마친 자이다. 여러 가지 그의 공과가 언론에 거론되지만 6·25 때의 행적만으로도 정율성은 대한민국 정체성에 반한다.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는 어느 교수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 반체제 인물’이라 했지만, 정율성이야말로 대한민국 반체제 인물이다.

    정율성은 중공 당원으로 훗날 중공 인민해방군 군가가 되는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했다. 국군과 유엔 참전국 군인 77만여 명이 죽거나 다쳤고 민간인 100만여 명이 죽거나 다치거나 실종된 6·25 전쟁에서 우리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던 중공군이었다. 항일의 공적이 아무리 큰들 이것만으로도 그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어긋나는 사람이다. 

    어느 좌파 언론에서는 기념관 건립을 두고 ‘이승만은 되고 정율성은 안되는 이유를 말하라’라고 했는데 필자는 동의할 수 없다. 이승만과 정율성을 같은 반열에 올리는 것부터 잘못된 출발이다. 광주시는 정율성 기념공원 건립 추진을 거둬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