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잠잠해 지겠지만, 한번 떠난 유권자 쉽게 돌아 오지 않아아직 3년 남아…각고의 노력·반성할 땐 상당수 돌아 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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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립대 총장 공모에서 1차 탈락한 인사가 재수도 아닌 반수 만에 합격했다.이 정도면 드라마에서나 봄직한 인생역전이지만, 이 기막힌 반전을 보며 코끝이 찡하거나 눈시울을 붉힌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면 김 신임 총장 본인이나 가족 정도이지 안을까 생각된다.대부분의 경우는 혀를 차거나 냉소를 보였다.왜 그랬을까. 기자가 가장 금기해야 할 것이 선입견과 예단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많은 기자가 지난해 1차 공모를 보면서 김 지사라면 그럴 수도라는 선입견과 틀림없이 코드인사라는 예단을 저지르고 말았다.지난 4월 도립대 총장추천위원회의 재공모를 보며 많은 사람이 설마설마했지만, 총추위 추천, 도 인사위원회, 기자간담회를 지켜보며 역시나로 변했다.지난해는 선입견과 예단이었지만, 재공모 과정에서 기자들이 내린 판단은 합리적 추론이지 않았을까.대학 총장은 최고의 지성이라도 쉽게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평생을 연구와 교육에 바쳐 온 사람도 어느 정도까지는 운이 따라야 오를 수 있는 자리다.어느 언론에 1차 탈락이유를 사전 준비 부족이었다고 해명한 걸 봤다. 필자가 보기엔 어불성설이다. 몇 개월 준비한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얼마 전 충북도교육청이 2023년도 검정고시 합격자를 발표했다. 합격자 중에는 연세 드신 어른들도 많았다. 각자의 사연을 딛고 합격하기 까지 열과 성을 다했을 이 분들에게는 대단히 송구스럽지만, 초졸이나 중졸 검정고시는 몇 달 공부하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그러나 대학 총장은 몇 달 공부해서 되는 자리가 아니다.그렇다고 1차 탈락자가 6개월 만에 합격했다 해서 낙하산이나 코드인사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김 상임이사의 해명처럼 준비가 소홀했을 수도 있고, 총추위 위원들의 질문이 워낙 우문이어서 소신발언을 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재공모에서는 총추위 위원이 상당수 교체된 것으로 보아 일부 위원들이 김 상임이사가 제시한 차원 높은 해법과 비전을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지 않았을까.그러나 이 가정마저도 김 지사의 기자간담회로 여지없이 깨졌다.김 지사는 절대 정해 놓고 미는 게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그와의 친분 관계와 본인의 천거를 굳이 숨기지 않았고 더 많은 시간을 그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에 썼다.정해 놓고 미는 게 아니라는 김 지사의 말이 ‘이젠 내가 김 이사를 밀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겠지’로 들린 건 필자 뿐이었을까.정치구단이라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코인사태를 빚은 김남국 의원에게 이렇게 조언했다고 한다.“일단 소나기는 피해라”그러나 박 원장이 간과한 게 있다. 김 의원이 소나기는 피했지만, 청년들의 마음은 김 의원을 떠났다.김 지사의 이번 인사파문도 마찬가지다. 며칠 지나면 언론도, 야당도 잠잠해지겠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은 이미 저만치 멀어져 가 있을 것 같다.지난해 선거에서 낙선해 상처를 입었을 노영민 전 실장을 다시 소환해 대단히 미안하지만, 김 지사가 그렇게 큰 표차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누가 뭐래도 ‘똘똘한 한 채’ 때문이었다.유권자들은 공약이행률이나 정책보다 작은 마음의 상처가 더 깊고 오래간다.지난해 취임 직후 주차장 건으로 좌측 성향 중도가 떠났고, 충북TP 원장 의회 패싱으로 한가운데 중도가 떠났고, 충북학사 장어튀김 반상차별로 우측 중도가 또 떠났다고 본다.이번 도립대 총장 건으로는 상당수 집토끼까지 뛰쳐나갈 것으로 생각된다.산토끼도 집토끼도 많이 떠나갔지만, 그래도 김 지사에겐 3년이 있다.화장실에서, 단양 시루봉 가는 차 안에서 시 쓰기 대신 오직 도민만, 오로지 도정만 생각하며 각고의 노력을 다한다면 모두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상당수는 마음을 돌릴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