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산~몽산~다불산 연계 산행[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남 당진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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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峨嵋山)은 충남 당진군 면천면 송학리·죽동리와 순성면 성북리의 경계에 위치한 해발 351m로 당진시의 최고봉이다. 옛날 중병에 걸린 중국 승상의 아들을 중국 사천성에 있는 아미산 신인(神人)이 나타나서 구했다는 전설이 있다. 이 전설에 따라 무서운 천연두를 막기 위해 사람들이 아미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유래됐다고 한다.어떤 이는 ‘멀리에서 보면 미인의 눈썹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산’이란 뜻이라고 하는데, 이는 중국 불교 4대 명산 중 하나인 아미산(峨眉山, 해발 3099m)의 유래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아미산은 ‘구름의 아름다움이 비취와 같고, 검푸른 귀밑머리와 같으니 진정 미인의 이마와도 같아 가늘고 길며, 아름답고 아득하다’라고 해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그러나 중국 아미산의 ‘눈썹 미(眉)’를 쓰는 것에 반해 당진의 아미산은 ‘산 이름 미(嵋)’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높을 아(峨)’와 결합하여 당진의 최고봉을 뜻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아미산은 예로부터 부처가 많아 유래한 이름을 지닌 다불산(多佛山, 해발 321m)과 조선 시대 면천군의 진산(鎭山)이었던 몽산(夢山, 해발 299m)으로 양 날개를 펼치듯 능선을 뻗어 연봉을 이루고 있다.아미산 산행코스는 ‘내포문화숲길 아미산방문자센터 주차장~아미산 제1, 2봉~아미산 고스락~몽산~아미산 고스락~다불산~내포문화숲길 아미산방문자센터 주차장’의 원점회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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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문화숲길 아미산방문자센터 건물 앞의 주차장과 길(아미로) 건너의 주차장 및 그곳에 마련된 화장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내포문화숲길은 가야산 주변의 4개 시·군(서산시, 당진시, 예산군, 홍성군)이 내포 지역의 역사, 문화, 생태적 가치를 바탕으로 연결한 장거리 도보 여행길이며, 총 거리는 약 320㎞이다.내포(內浦)란 사전적 의미로 바다나 호수가 육지로 휘어 들어간 부분 즉 내륙 깊숙이 바다와 연결되는 물길을 통해 포구가 형성되어 있는 곳을 의미한다.내포문화숲길 아미산방문자센터 좌측으로 포장길을 따라 아미행복교육원으로 들어간다. 입구에서 우측으로 바라보면 ‘아미산 안내도’와 ‘임도 안내문’이 세워진 등산로가 보인다. 등산로 들머리에서 약 5m를 이동하면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으로 가면 아미산 제1, 2봉을 거쳐 아미산 고스락에 오르고, 우측으로 가면 구름다리 방향으로 아미산 고스락에 오를 수 있다.첫 번째 세거리에서 좌측으로 길을 오르면 임도 세거리를 만나는데, 이곳에서 좌측 아미산 쉼터 방향으로 자갈이 깔려있는 임도를 걷는다. 임도 좌우로 소나무, 자작나무, 벚나무 등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그 밑동 부분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환한 미소로 반긴다. 임도에서 아미산 방향의 우측 계단을 오르면 아미산 쉼터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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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 쉼터의 정자 옆 오석비에는 ‘맑고 푸른 자연환경, 우리위해 자손위해’라고 새겨져 있으며, 시판(詩板)이 두 개 세워져 있다. 아미산에서 몽산까지 총 16개의 시판이 세워져 있어 등산하면서 몸을 건강하게 하고, 시를 감상하며 마음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문화 힐링의 코스다.연초록 새잎을 돋우는 철쭉 뒤편으로 연분홍 진달래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피톤치드가 듬뿍 뿜어져 나온다. 소나무 사이로 천연 돌로 만든 계단을 오르면 산길 옆의 회색이 점점 연분홍으로 물들어 간다.아미산 제1봉에서 데크계단을 내려와서 회색빛 나무로 울창한 평탄한 흙길을 잠시 걷다가 이내 경사진 길을 오른다. 여러 개의 천연 돌을 모아 만든 하나의 계단을 밟을 때마다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우리네 인생도 한 발작씩 익어가고 있는 시간 속을 걷는 듯하다.소나무와 여러 활엽수들로 둘러싸인 넓은 공간의 아미산 제2봉에 도착한다. 두 개의 긴 의자와 함께 아미산 제2봉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 봉우리를 먼 곳에서 바라보면 사람의 코처럼 보인다해 코생이라 불리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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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 제2봉에서 다지송(多枝松)의 인사를 받으며 계단을 내려간다. 긴 의자에는 등산객들이 정답게 대화를 나누고, 덩달아 새소리도 함께 장단을 맞춘다. 완만한 구릉을 오르면서 진달래 꽃술에 매료돼 이리보고 저리 봐도 마치 손자손녀 얼굴 보듯이 예쁘기 짝이 없다.너른 방부목 계단을 내려서면 정자 쉼터와 각종 운동기구가 설치된 고갯마루에 이른다. 이곳은 네거리로 좌측은 성북1리 회관, 우측은 당진외국어교육센터, 앞으로 가면 아미산 고스락, 뒤로 돌아가면 아미산 제2봉이다. 김순일 시인의 ‘내 마음은’이란 시를 감상한다. 하기야 마음이란 것이 어디에 얼마만큼 있겠는가? 실체가 없는 것을 실체로 인식하는 것이 고통이 아닐까?이제 가파른 3단의 계단 구간을 오른다. 계단을 오르면서 뒤돌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구불구불한 소나무들이 마치 미꾸라지처럼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이 넘친다. 이어 야자매트와 계단을 거쳐 해발 349m의 아미산 고스락에 이른다.넓은 공간의 고스락에는 아미산 안내판을 비롯해 고스락 돌, 아미탑, 아미마루인 아미정(峨嵋亭), 아미산 조망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흐린 날씨에 미세먼지까지 가세하니 흐리멍덩한 조망에 아쉬움이 남는다. 정말 건드리면 톡하고 터질 것 같은 만발 직전의 백목련 뒤로 꼭대기가 잘라나간 다불산과 아담하고 탐스러운 몽산은 확실히 구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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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망루에 올라 내포 땅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당진시 면천면 일대를 조망한다. 날씨로 인해 흐릿한 풍광이지만 당진시의 남부를 막힘없이 수놓은 낮은 언덕과 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한다. 여타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그야말로 비산비야(非山非野)다.이제 돌계단을 밟으며 해발 299m의 몽산으로 내려간다. 처음엔 제법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다가 산길이 완만해지기 시작한다. 동시에 산길 좌우로 개화를 시작한 진달래꽃의 연분홍 물결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 꽃길 옆에 세워진 김춘수 시인의 ‘꽃’ 중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정자 쉼터가 있는 자작나무 쉼터에 도착한다. 이 고갯마루는 세거리로 우측으로 가면 내포문화숲길 당진센터로 가고, 직진하면 몽산과 면천읍성, 후진하면 아미산 고스락이다. 이 주변 일대는 진달래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작은 구릉지 비탈에는 활짝 피기 시작하는 연분홍 진달래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계단을 밟고 오를 때 마다 진달래 꽃 향기가 점점 널리 퍼지는 듯하다. 노란 산수유와 생강나무 꽃이 진달래꽃을 돋보이게 한다. 구릉지에서 한참 꽃망울을 키우고 있는 자목련에 눈길을 빼앗기다가 임도로 내려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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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고 노랗고 분홍색의 봄기운이 가득한 임도를 걸어 정자 쉼터가 있는 쇠학골 세거리에서 좌측 산길로 들어선다. 파릇파릇한 초록 새싹을 돋우는 초목이 생기가 넘친다. 산길을 걷는 발걸음은 진달래꽃을 만날 때 마다 쉬어간다.작은 구릉지를 넘어 몽산에 가까워질수록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무성하고 이끼를 머금은 나무들이 마치 심산유곡 분위기를 방불케 한다. 약간 가파른 나무계단과 돌계단을 오르면 석성(石城)으로 보이는 흔적을 지나 해발 225m의 몽산 고스락에 이른다.이 산은 면천읍성의 외곽 방어목적으로 축조된 석성인 몽산성(夢山城)이 있고 주변에 성황사, 석굴이 있었으며, 몽산 아래 작은 당산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전한다. 이곳에는 정자 쉼터, 성곽, 면천읍의 유적을 소개하는 안내문과 시판, 긴 의자, 체육시설이 마련돼 있다. 비록 고도는 낮은 산이지만 아기자기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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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산 고스락에는 수령이 꽤 된 나무들이 봄날의 새순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진달래, 산수유, 생강나무 꽃들이 피어있으며, 대지에는 작은 푸른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이곳에서 때늦은 점심과 차(茶) 한 잔으로 봄의 향기를 마신다.이제 다시 몽산에서 아미산으로 되돌아간다. 여유로운 마음은 만물을 담을 수 있도록 눈이 밝아지게 한다. 천천히 걷는 발밑으로 보랏빛 제비꽃, 하늘의 정기를 받는 듯 공손하게 뾰족한 6쪽의 흰 꽃잎을 세운 산자고꽃, 봄소식으로 사방으로 알리는 듯 나팔을 불고 있는 연보라색의 현호색꽃 등 많은 야생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세학골 세거리에 이르러 잣나무 숲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정자 쉼터의 지붕 위로 아미산의 아미정을 조망한다. 이곳에서 임도를 따라 자작나무 쉼터에 도착하여 다불산을 갈 수 있는데, 임도로 내포문화숲길 당진센터 방향으로 갈까, 아니면 산길로 아미산을 올랐다가 갈까?하는 순간의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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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미산의 풍미를 만끽하려도 아미산 품속으로 한 번 더 가야한다고 결정한다. 자작나무 쉼터 고갯마루에 도착하여 연분홍빛 향연 속에서 유유자적하게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 주유한다.힘차게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에게 선두를 내어주고,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꽃들과 눈빛 대화하며 봄의 색과 향기, 바람으로 오염된 마음을 씻어본다. 한 발짝 다가가 살펴보니 홑겹과 다겹의 진달래꽃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다.아미산 고스락에 도착할 즈음엔 제법 가파른 돌계단을 오른다. 아미산 고스락에는 다불산으로 가는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산꼭대기가 평평한 산이 다불산이란 정보만 있으면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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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에서 다불산으로 하산하는 길은 가파른 돌계단을 내려가는데, 그 주변에는 현호색꽃이 군락을 이뤄 즐비하게 피어 있다. 이어서 소나무 숲 사이로 데크 계단이 이어지고 헬기장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없어 계속 직진해야 하나 좌측 임도로 가야하나 망설이다가 임도로 내려선다.임도로 내려오니 이정표에 우측으로 다불산 1.6㎞라고 적혀있다. 시멘트 포장된 길을 걷다보니 이 길이 25년 전에 식재한 자작나무 숲길이란다. 아미산을 배경으로 푸른 하늘로 쭉쭉 뻗어 오른 모습이 한 폭의 아름다운 숲길이다.자작나무 숲길을 걷다가 좌측으로 다불산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를 만나서 계단을 통해 비탈을 내려간다. 완만한 초지의 평지를 걸으면서 뒤를 돌아보면 아미산 제1, 2봉과 아미산 고스락을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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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숲을 지나고 나면 아미로를 가로질러 아미산과 다불산을 잇는 구름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면서 아미산 제1, 2봉과 죽동리 마을이 한눈에 조망된다. 약간 흔들리는 느낌이 있지만 무서움을 느낄 정도로 심하지 않다.구름다리를 건너 조금 이동하면 송학1리 마을회관으로 가는 세거리를 지나고, 이어서 소나무 숲길을 관통해 0.1㎞를 더 가면 보령산 세거리를 지난다. 완만한 경사의 흙길을 걷다가 다불산 고스락을 0.3㎞ 남겨두고 긴 의자가 있는 쉼터에서 휴식을 취한다.이어 가파른 경사의 각목계단을 오르는데, 많이 헐어 있어 잘 정비된 아미산 등산로와 비교된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곳에 이르러 이제 고스락인가 했더니 아니다. 그래도 힘들었다고 진달래꽃이 미소로 축하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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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에 가까운 완만한 소나무 숲길을 오르면 다불산 고스락에 도착한다. 사각 정자 쉼터, 국가지점번호,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죽동리 방향으로 하산한다. 산길이 워낙 가파르고 잔돌 길에 낙엽이 쌓여 있어 미끄러짐에 주의해야 한다.다행스럽게도 가는 밧줄이 매어져 있어 그것에 의지해 안전하게 하산하지만, 워낙 밧줄이 가늘어 도중에 끊어진 구간이 몇 군데가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마을과 아미산이 보인다. 까칠한 산길을 내려오면 소나무 군락지를 통과하여 가족묘 부근에서 아미산 능선을 조망한다.이후 임도를 만나지만 이정표가 없어 당황한다. 이 점이 다불산의 정비가 덜 된 등산로와 더불어 오늘 산행의 옥의 티가 아니가 싶다. 우측 구름다리 쪽으로 이동해 보령산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중장비 이동 흔적을 따라 내려온 후, 구름다리 아래의 아미로를 걸어 내포문화숲길 아미산방문자센터로 이동해 총 9.9㎞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