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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가 옛 대통령별장인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철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충북 5·18민중항쟁 40주년 행사위원회' 등 도내 5·18 관련 6개 단체는 14일 “학살 반란자 전두환, 노태우의 청남대 동상을 즉각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충북도는 절차를 거쳐 동상을 철거하겠다고 약속하고 조례 제정을 이유로 위법한 동상을 철거하지 않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이어 “전두환과 노태우는 1996년 반란‧학살죄로 사형(1심), 무기징역(2심 확정)을 받은 자로, 전직 대통령 자격이 박탈됐다”며 “늦어도 오는 10월30일까지 철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행하지 않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동상 폐기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체는 “범법자를 미화하는 동상과 대통령길, 청남대 기념관의 기록화는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반역사적인 충북도의 왜곡된 관광행정은 시정돼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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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충북지역 보수단체는 “충북도가 5년 전 명소화 사업을 위해 만든 동상을 법을 지키겠다고 스스로 철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논란은 지난 5월 충북도는 두 전직 대통령이 과거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는 이유를 들어 “법률상 기념사업 등 예우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철거를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보수단체들은 “애초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세운 동상인데, 법적 절차도 무시하고, 철거하는 건 혈세 낭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해결사를 자임한 도의회는 ‘충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안은 지난 7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동상 건립, 기록화 제작·전시 등의 기념사업을 중단·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보수단체의 반발이 확산되자 도의회는 주민 여론수렴을 거친 뒤 결정하기로 한 발 물러섰다.
도의회는 지난달 토론회(공청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일부 패널이 광화문 집회 참석자로 알려져 전격 연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5·18 관련 단체들이 이날 ‘내달 31일까지 철거’를 주장하며 충북도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진영논리에 따라 찬반이 확연히 갈리고 있어 절충점을 찾을 지는 미지수다.
군부정권 시절인 1983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변에 건설된 청남대는 2003년 4월 관리권이 충북도에 넘어오면서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청남대에는 2015년 1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등 모두 10명의 역대 대통령 동상이 있다.
전두환 대통령길(1.5㎞), 노태우 대통령길(2㎞), 김영삼 대통령길(1㎞), 김대중 대통령길(2.5㎞), 노무현 대통령길(1㎞), 이명박 대통령길(3.1㎞) 등 청남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 역대 대통령 이름을 딴 산책로 6곳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