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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규홍 서원대 명예교수.ⓒ서원대
#1. 전해오는 야사 이야기이다.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어느 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하여 서로 누가 욕을 더 잘하는가 내기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무학대사가 태조에게 먼저 자신에게 욕을 하시라고 청하였더니 태조가 말하기를 “대사님 머리는 돼지 대가리 같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사는 반응이 없이 한참 동안 가만히 있으니까 태조가 왜 답이 없느냐고 자신의 욕에 대하여 답을 하기를 재촉하였다. 무학대사가 답하기를 “예, 대왕님 머리는 부처님 머리 같습니다”라고 했다.
태조는 무학대사의 명석한 머리에서 자기가 대사에게 한 욕보다 더 심한 욕이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아 의아해하면서 “그게 무슨 욕이오?”라고 되물었다. 무학대사가 다시 답하기를 “예, 부처님 눈으로 보면 삼라만상이 다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태조의 눈이 돼지 눈이 되어버렸으니 무학대사가 내기에서 이긴 것이다. 무학대사의 말처럼 세상은 세상을 보는 눈에 따라 좋게 보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다.
#2. 총선 막바지에서 정치인의 막말 수위가 선을 넘어서고 있다. 그 막말을 일부 정치인의 일탈이라 치부하기에는 막말이 주는 의미가 너무 섬뜩하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라는 민주연구원의 백원우 부원장이 12일 경기도 시흥 지역구 지원 유세에 나서서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향해서 “국민에게 고통으로 다가오는 정당, 쓰레기 같은 정당, 쓰레기 같은 정치인, 저런 쓰레기들을 국민 여러분이 4월 15일에 심판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친여 성향의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여 미래통합당을 향해서 “저렇게 천박하고 주책없는 당, 발목잡기, 토착 왜구, 팔뚝에 문신한 조폭”이라고 했다.
이틀 후로 다가온 총선 열기가 과열되어 그렇다고 이해하더라도, 또 사생결단의 치열한 전쟁터가 된 선거 결과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그렇다고 이해하더라도, 막말의 도가 선을 넘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우리말인데, 백원우 씨나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자신들은 우아한데 미래통합당은 쓰레기, 조폭, 토착 왜구 같은 불가촉천민 무리로 본다는 게다. 그 말은 미래통합당을 지지하는 국민도 쓰레기, 조폭, 토착 왜구 같은 불가촉천민 무리로 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공언한 말에 따르면 이미 선거의 승기를 잡았고, 150석을 거뜬히 넘길 수 있다는 데, 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범진보 180석이 가능하다는데 굳이 국민에게 염장 지르고 표를 깎아 먹는 그런 막말을 할 필요가 있는지 국민으로선 매우 아리송하다. 뭣이 불안한 건가?
#3. 미래통합당의 일부 인사의 막말도 문제이긴 하나 생각해보면 다소 과장되어 부풀려진 면도 없잖아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막말에서는 오만과 편견, 저주와 국민 무시의 함의가 보이는 게 문제이다. 그들 막말의 언어에서 여당의 예측대로 150 과반 의석을 얻거나 180석 절대 의석을 차지했을 때 벌어질 정치적 행패가 눈에 어른거려 모골이 송연해진다.
이틀 남은 4‧15 총선에서 국민의 바른 판단과 현명한 선택이 그래서 중요하다. 국민이 쓰레기 취급받지 않으려면, 여당에 반대하는 국민이 토착 왜구나 조폭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세상을 보는 눈은 보는 사람의 마음의 눈임을 무학대사의 일화가 잘 보여준다. 투표 잘하자. 좋은 세상 만들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