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의 한 켠을 ‘미스터리 공화국’으로 바꿔가고 있는 충북인이 있어 화제다.
‘남이섬 설계자’ 이자 동화작가‧그래픽디자이너인 ‘제주탐나라공화국(65‧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한창로 897)’ 강우현 대표가 그 화제의 인물이다.
5년째 제주도에서 탐나라공화국를 건설하고 있다. 탐나라공원국의 개국(정식 개장)이 언제쯤 될 지 강 대표도 가늠하기 힘들만큼 ‘공화국 건설’은 중단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탐나라공화국은 입구부터 ‘돌 주문’이 방문객을 환영하는 등 심상찮은 기운이 감돈다. 이곳에 가면 나이를 먹지 않는 ‘나이야가라 폭포’가 사람들을 반기고, 용성각에서 종을 치면 소원이 이뤄진단다.
강 대표가 건설하고 있는 탐나라공화국은 머릿속에는 마스터 플랜이 짜여있지만 그렇다고 설계도가 나와 있는 것이 아니어서 ‘미스터리 박물관’으로 명명했다. 그야말로 흰 백지 위에 탐라공화국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의 손길이 닿는 곳에서는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져 재탄생한다. 폐 철근은 아름다운 작품(정크아트)으로 엮어 만들어졌고 당구대에 사용했던 화강석은 훌륭한 정원의 바닥재로 재탄생했다. 폐캔은 압착시켜 의자로 만들어 사용한다.
탐나라공화국은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실험장’이다. 우리가 사용했던 모든 것이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보면 된다. 심지어 폐불판은 뒷면에 그림을 그려 넣었더니 훌륭한 작품이 됐다. 디자이너 답게 그가 만지고 그리면 아무리 낡은 것이라도 예술작품으로 재탄생 한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것 모두가 이곳에서는 작품의 소재가 되고 큰 자원이 된다. ‘호롱궁’에는 폐소주병을 유리가마에 800도의 열을 가해 압착시킨 뒤 벽의 작품 소재로 사용했고 올림픽 저금통, 볼링핀, 케이블 케이스 등 못쓰는 것이 없을 정도다.
특히 도서관을 짓다 암반이 나오자 암반을 계단으로 만들었으며 도서관 실내에 암반을 그대로 살려 훌륭한 인테리어가 됐다.
-
이 곳 10만m²(3만평)의 부지는 물 한 방울 나지 않고 돌덩이만 나뒹구는 척박한 땅으로 한동안 방치돼 있었다. 강 대표는 이곳에 무엇을 할까 하고 고민을 하다 직원 8명과 함께 땅을 일구기 시작했다. 지금도 고단한 노동의 현장이다. 강 대표와 직원들은 하루종일 돌·바람·시간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강 대표는 샘을 파려면 3억 원이 든다고 해서 아예 포기했다. 평생 물을 먹어도 3억 원 어치는 먹지 못하겠다는 생각에서 물은 사먹기로 했단다. 필요한 물은 80여 개의 연못을 만들어 빗물을 받아 해결했다. 고인 물은 썩기마련, 그래서 ‘화산송이석’을 연못에 넣어 물을 정화하는 자연원리를 이용했다.
재미있는 것은 노동의 고역에서 새로움이 탄생한다는 점이다. 탐나라공화국에 설치된 종은 육지에서 ‘종(鐘)’을 보내줬는데 이 종은 한 사찰의 주문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사찰의 반입 거부로 종 제작사가 처리방법을 놓고 골머리를 앓다가 탐나라공화국에 보내졌다.
이 종은 ‘제주민속촌 용성각’의 이름으로 명명돼 ‘억년(億年)을 용트음하는 소리’‧‘영혼을 울리는 와룡(臥龍)’으로 탄생했고 관람객들이 종을 치면서 소원을 비는 자리가 됐다.
그는 헌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앞으로 100년 후에는 책이 사라진다는 것이 그의 예상이다. 지금 휴대폰이면 책을 볼 수 있는 등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라는 점에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공화국의 입국 수속은 헌책 5권을 내면 수속절차는 간단히 끝나고 1년짜리 여권이 발급된다. 책이 없으면 1인당 3만 원을 내야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료 치고는 상당히 비싸다. 또 꽃 씨 등을 직접 뿌릴 수도 있는데, 이는 탐나라공화국 시민이자 ‘개국공신’이 되기를 자청하는 셈이다.
-
또한 실내 곳곳에 책으로 가득 쌓여 있다. 전국에서 이곳에 헌책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1만 1000권이 보내왔고, 충북대학교 도서관(6만권 약속)에서 보낸 책도 야적돼 있었다. ‘노자서원’에만 1만2000권이 진열돼 있다.
탐나라공화국은 조만간 거대한 책으로 뒤덮이고 책으로 거대한 산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니 상상만 해도 재미있다. 제주도여행객들이 탐나라공화국에서 책을 읽고 뒹굴며 아이디어를 얻어갈 것이라는 생각만해도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강 대표는 지난 5월 25일부터 ‘제주 헌책페어’라는 이름으로 약 한 달만 개방을 했는데 5000여 명이 몰려왔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아이디어뱅크만큼이나 추진력도 불도저 같지만, 탐나라공화국을 1년에 한 달만 개방하는 것은 마치 배짱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매일 공사를 하고 8명의 직원들의 호구지책을 마련하려면 완성된 일부는 개장해 입장료 수입이라도 하지만 지금까지 탐나라공화국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우려 왔다. 내년에는 5개월 간 문을 연다.
-탐나라공화국 조성 배경은
“강 대표는 준공된 것도 없고 마무리 된 것도 없다. 2007년 한 분이 이곳에 ‘여성테마파크’를 하겠다고 개발계획을 세웠다가 투자를 못 받고 추진이 안 됐다. 이 곳은 나무 한그루 없고 돌 밖에 없었다. 땅을 못 쓰겠어요. 5년 뒤 2009년에 인수했다. 땅을 팔려고 했더니 팔리지도 않더라.
중국 사람들이 살려고 했는데 중국 사람에게 팔면 중국 땅이 된다. 차라리 내가 하지. 남이섬이 입장객이 300만 명이 넘고 먹고 살만하게 됐다. 그동안 남이섬이 14년 간 한번도 (경영이) 꺾이지 않고 갔는데 남이섬도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을 대비해 5년이 됐든 10년이 됐든 내가 먼저 가서 다시 해야겠다. 그래서 나무를 심고 돌 쌓기 시작했다.”
-남이섬과 탐나라공화국의 다른 점은.
“남이섬과 이곳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남이섬은 나무가 있었지만 이곳은 아무것도 없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다. 남이섬은 땅 위에서 나무가 자랐다면 이곳의 땅위에는 아무것도 안 된다. 그래서 땅을 판 것이다. 남이섬은 땅 위라면 이곳은 땅 밑이며 남이섬이 ‘나무’이고 이곳은 ‘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탐나라공화국은 마스터 플랜은.
“마스터플랜이 없으면 법적으로 땅을 팔 수가 없다. 전에 ‘여성테마파크’를 추진했던 분들이 잡아 놓은 것을 토대로 공사하면서 고친 것이다.
5년 넘게 공사를 했다. 개념으로는 많이 됐다. ‘노자는 선생님이고 아버지’라는 점에서 노자서원을 만들었고, ‘책은 어머님이고 미래’라는 점에서 헌책을 모으고 있다. 남은 것은(공사) ‘어머님과 물’이라는 테마를 건설하는 것이다.
2017년과 올해 한 달 씩 문을 열었고, 내년에는 5~7월 3개월을 연다. 내년 테마는 ‘겨울’이고 냉방‧냉풍, 여기 오면 아주 시원하게 만들어 주겠다.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지 이곳에서 돈을 벌어가라.”
-대학과 지자체‧기업체에서 상상력을 강조하고 있다. 상상력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상상력은 모르는 사람은 상상해봐야 소용이 없다. 게으르고 할 줄도 모르고 기술도 모르는 사람들은 상상력은 필요 없고 할 줄 아는 사람은 무엇이라도 한다. 할 줄 아는 사람이 상상해야 한다. 돈‧사람‧할 줄 모르는 사람은 못한다고 한다.
젊은 청년들에게 한마디 했다. ‘젊은이들을 너무 약하게 키운다’고 일갈했다. 어려우면 노력해야하는데, 군대 가면 핸드폰 주고 끊기도 어렵고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이게 요즘 청년들이다.”
-충북 단양 고향에는 누가 있나.
“친동생이 살고 있다. 가끔 고향에 간다.”
-책을 수집하는 이유는.
“모아진 책은 일단 쌓아놓겠다. 100년 지나가면 ‘이것이 책이다’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100년이면 책이 없어진다. 팔만대장경 읽어봤느냐. 안 본다. 책이 있다는 것만 알면 된다. 이것이 한마디 하는 것보다 낫다. 그래서 너무 거룩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500년 뒤에 절반이 썩어도 큰 보물이 된다.”
-5년 간 공사만 하는데 힘들지 않나.
“빚이 한 푼도 없다. 돈이 없어 탐나라공화국이 날아갈 이유가 없다. 문을 안 열면 망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강 대표는 술‧담배가 나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하루 담배 두 갑에 소주 두 병을 먹는다. 강 대표의 공화국 건설은 돌과 황무지의 ‘사투현장’이라는 것을 건설 탐나라공화국의 현장이 잘 대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