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김병국 서충주농협 조합장 기부행위 ‘무죄’ 확정변호사 “‘농업조합법’ 기부행위 불명확‧해석여지 많아”
  • ▲ 김병국 서충주농협조합장이 25일 뉴데일리 기자에게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재판을 받아온 과정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것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원 기자
    ▲ 김병국 서충주농협조합장이 25일 뉴데일리 기자에게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재판을 받아온 과정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것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원 기자

    선거직인 농협조합장이 명절 때 조합원들에게 조합장 명의로 선물을 보냈다면 유죄일까?

    현행 ‘농협협동조합법’에는 조합장 재임 중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재판을 받아온 김병국 서충주농협조합장이 지난달 13일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가 김 조합장에 대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대법원은 이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을 인용해 확정 판결한 것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사건의 발단은 2016년 2월 5일 설을 앞두고 서충주농협이 업무추진비로 구입한 단가 3만4200원 상당의 건어물세트 1114개를 조합원들에게 보낸 것과 관련해 일부 조합원들의 경찰에 고발하면서 조사를 받은데 이어 지리한 법정다툼이 이어졌다.

    서충주농협은 당시 건어물세트 내부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 농협을 항상 성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설을 맞아 가정에 기쁨이 넘치시기를 기원합니다’. ‘서충주농업협동조합 조합장 김병국’이라는 인사말과 함께 조합장 명의로 작성된 ‘스티커’를 부착, 택배로 발송했다.

    선물세트 구입비는 2015년 11월 30일 심사를 마친 서충주농협 2016년도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서 일반경비 중 일반업무추진비예산(설‧추석 각 5000만원) 1억 원에서 지출했다. 

    문제는  ‘서충주농협조합 조합장 김병국’으로 기재된 스티커와 인사말이 ‘서충주농협(위탁단체)’ 명의로 볼 것인지, 아니면 피고인 개인의 명의인 것으로 볼 것인지가 재판의 최대 쟁점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김 조합장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인 청주지법 충주지원은 농협협동조합법(제46조 제1항)은 ‘조합장은 지역농협을 대표하며 업무를 집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법인은 관념적으로 존재할 뿐 스스로 행동할 수 없으므로 조합장이 대표자의 지위에서 한 행위는 당해 법인의 기관으로서의 행위 또는 법인을 대신한 행위에 불과하고 대표자 개인의 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법인이나 비법인사단을 표기하는 경우 대표자의 자격과 성명을 부기하는 것은 통상적인 관행이며 이 같은 표기는 서충주농협을 명의를 표기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기부행위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또한 “경조사에 대한 축‧부의금과 기부행위제한기간 중 후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조합장의 이름을 명기해 조합의 명의로 기부행위를 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재판부는 해석했다.

    김 조합장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청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구창모)는 “△조합원 전체에 설 선물로 제공하고 이전에도 설이나 추석에 관행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제공해온 점 △조합장 선거가 2019년 3월에 있어 건어물세트를 제공한 시점은 조합장선거와 크게 연관이 없는 점 △특별히 고가가 아닌 점 △조합장이 자신의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한 목적 등을 제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건어물세트에 피고인의 직명과 이름을 표기했더라도 이는 위탁단체의 명의로 제공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기부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변론을 맡았던 정병원 지우 대표변호사는 “농업협동조합법에 조합장 재임 중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내용이 불명확하고 해석의 여지가 있었는데, 대법원이 이 행위영역에 있어서 명확하게 선을 그어줬다”면서 “농협이 농업협동조합법의 기부행위 범위를 그동안 지도해준 내용을 바꿔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조합장은 1‧2심 무죄 판결을 받은데 이어 지난달 13일 대법원이 검사의 항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 인용을 확정하면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