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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이시종이 아니라 인간 이시종으로 고민 많이 했다.”
지난 12일 충주에코폴리스 사업 포기에 반발하는 충주지역 주민들에게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렸다며 털어 놓은 말이다.
더구나 충주는 이 지사의 고향이다. 삭발을 하고 도청을 항의 방문한 주민들은 “고향을 배신한 이 지사는 충주에 오지마라”며 깊은 배신감까지 표출했지만 이 지사는 사업 포기를 강행했다.
이 같은 이 지사의 충주에코폴리스 사업포기 결정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한다.
충주에코폴리스 사업 포기는 좌초된 청주공항MRO사업과 무산된 2조 원대 이란 투자 유치에 이어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 주관하는 도내 3대 경제자유구역 사업 모두가 ‘실패’라는 낙인이 찍힌다는데 있다.
그것도 내년 지방선거를 불과 1년여 남겨놓은 시점에서 도지사 3선 도전을 내다보고 있는 이 지사로서는 ‘도정 운영 성과’ 면에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서둘렀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지역 주민들에게 사업 포기를 설명할 때 “내가 총대를 메겠다”며 모든 것은 도민을 위해 본인이 결단한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선거를 앞둔 선출직 공무원이 ‘총대’를 메겠다고 까지 선언한 것이 진정 순수한 마음으로 도민만을 위해 스스로 무덤을 팠다고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자신 있는 ‘출구 전략’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는 대선 정국에 맞물려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도 있다.
그러나 충북도의회가 19일 임시회를 열면서 곧바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강도 높게 사업 추진 여부를 파헤칠 참이어서 ‘물타리 론’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충주 지역구인 김학철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조사 특위’는 관계 공무원의 불성실 답변이나 자료 미제출 등에 대해 고발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며 해당 도의원들의 결기가 어느 때보다 강력해 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각에서 ‘정치적·정략적 판단’이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충주에코폴리스는 지난 선거에서 맞붙었던 동향의 윤진식 전 장관이 추진하던 사업이기 때문에 이 지사가 포기해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워 크게 잃을 것이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은 사업추진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이언구 의원 등 충주지역 도의원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이언구 의원 등은 지난달 30일 충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군가의 비겁한 입김이 작용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충북도가 사업 포기를 위한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조길형 충주시장도 “윤진식 전 의원이 졸속으로 추진했다고 일부에서 흘리는 것은 심히 유감”이라며 충북도에 조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조 시장은 “충주에코폴리스 실패원인은 지역 여건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 일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격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또한 경자청 직원들이 이 지사가 사업 포기를 선언하기 전부터 도의회 몇몇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사업의 부적합성을 설명했다. 이 같은 사전 행동들이 ‘계획된 포기’를 위한 수순 밟기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 돼는 이유다.
현재까지 여러 정황을 비춰봐도 충주에코폴리스 사업 포기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점은 풀리지 않는다. 자칭 인간 이시종으로서 ‘총대’를 멘 이 지사의 다른 별호는 ‘선거의 달인’이다. 출구 전략은 무엇인지 궁금증만 더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