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잠룡들 사자성어…안희정 충남도지사, 뜻밖의 ‘民主主義’ 키워드 내놔 ‘눈길’
  • 격동의 한 해였던 병신년(丙申年)이 저물어 가고 붉은 닭의 해인 정유년(丁酉年)이 곧 밝아온다. 금년도의 정치권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한 해였다.

    순자 왕제편에는 이런 글귀가 실려 있다.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니(君者舟也 庶人者水也) 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물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水卽載舟 水卽覆舟-수즉재주 수즉복주)”…하루밖에 남지 않은 2016년 으뜸 사자성어로 교수들이 ‘君舟民水’(군주민수)를 선택했다. 그 다음의 사자성어는 ‘逆天者亡’(역천자망 : 하늘을 거스르면 망한다)이었다.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심판대에 오르면서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촛불민심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는 2016년을 가장 함축성 있게 표현한 사자성어가 바로 ‘군수민수’라 하겠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예부터 계유오덕(鷄有五德)이라고 하며  문(文)·무(武)·용(勇)·인(仁)·신(信)을 뜻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알려진 닭의 해를 맞아 162만 도민 모두 오덕(五德) 축복 속에 2020년 전국대비 4% 충북경제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새해의 사자성어로 ‘충기만세’(忠氣滿世)를 내놓았다.

    김양희 충북도의장은 정유년 새해 신년화두를 ‘忠北甘來’(충북감래)로 정했다.

    고유 사자성어인 고진감래(苦盡甘來)에서 착안된 ‘충북감래’는 ‘충북에 단 것이 온다’는 의미로, 도민 행복과 충북 발전의 희망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 의장은 “경기불황과 AI 확산 등 묵은 해에 우리 도와 도민들이 마주했던 갖은 어려움들이 다 지나가고 새해에는 즐겁고 행복한 일들, 기쁘고 반가운 소식들만 가득하길 소망하는 의미에서 신년화두를 정하게 됐다”면서 “새해에는 성실히 일하는 의회의 참 모습을 실천하고 모든 정성과 노력을 다해 도민을 섬기고 대변함으로써 충북과 충북도민들에게 영광과 축복이 가득할 수 있도록 도의회가 ‘忠北甘來’(충북감래)의 한 축을 든든히 맡아 가겠다”고 새해의 각오를 다졌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도 2017년 정유년(丁酉年) 사자성어로 ‘麗澤相注’(이택상주)를 제시했다.

    ‘이택상주’는 周易(주역) 泰卦(태괘)의 풀이에서 유래된 말로 ‘두 개의 잇닿은 연못이 서로 물을 대주며 마르지 않는 것처럼 서로 협력하고 도움을 주는 것’, ‘뜻을 같이하는 벗들이 서로 자극과 각성을 주어 함께 발전하고 성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교육감은 “이택상주에 담긴 뜻처럼 ‘함께 행복한 충북교육’이 더욱 윤택해지고 풍요롭게 발전하길 바란다”며 “학생들도 혼자 하는 공부를 넘어 切磋琢磨(절차탁마)의 자세로 토론하고, 서로의 배움을 협력적으로 가꿔 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승훈 청주시장은 새해 사자성어로 ‘농사가 잘 되도록 비가 때를 맞추어 오고 바람 또한 순조로워 곡식이 잘 된다’는 뜻을 지닌 ‘雨順風調’(우순풍조)로 정했다.

    이 시장의 사자성어는 민선6기 통합 3년차를 맞아 반목과 갈등 없이 순항했듯이 후반기에도 청주시정과 85만 시민, 가정 모두가 순조롭게 일이 풀리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2017년 신년화두를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 나간다’는 의미의 ‘乘風破浪’(승풍파랑)으로 정해 어려움 속에서도 군민을 위한 군정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진다.

    송 군수는 “국정혼란, 장기간 경기침체, AI 확산 등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8만명의 군민과 600여명의 공직자가 힘을 모아 역경을 이겨내자”며 “승풍파랑의 기세로 명품도시 건설을 위해 거침없이 정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홍성열 증평군수의 내년도 메시지는 ‘작은 일에도 흔들림 없이 자기감정을 통제하고 다스릴 줄 아는 능력’을 비유한 고사성어 ‘木鷄之德’(목계지덕)이다. 주위에서 아무리 난리를 쳐도 겸손과 여유로 주변을 편하게 하는 사람에게도 ‘목계지덕’을 지녔다고 말한다.

    홍 군수는 신년사를 통해 대외적인 여건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목계지덕을 본받아 늘 자신을 경계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잃지 않는다면 지역발전을 위한 힘이 저절로 모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잠룡들이 던진 새해 화두 역시 예사로울 수 없다. 대권주자들이 내놓은 새해 화두에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함이 서려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뜻밖에 ‘民主主義’(민주주의)를 키워드로 내놨다. 그는 “새로운 시대는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국민이 주인된 나라가 돼야 한다”고 담담히 밝혔다.

    안 지사는 본인이 직접 SNS를 하며 예상치 못한 매력으로 팬덤도 모았다. 안 지사는 지난 14일 트위터 계정에 ‘고양이 집사’임을 인증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 트윗은 2800회 정도 리트윗됐고, 같은 날 생성된 팬 계정 ‘안희정의 잘생긴 모험’의 팔로워 수는 3800명을 넘어섰다.
     
    야권 지지율 1위를 내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再造山河’(재조산하)-‘나라를 다시 만든다’ 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던졌다.

    문 전 대표는 “임진왜란 때 실의에 빠져있던 서애 류성룡에게 충무공 이순신이 적어 준 글귀”라며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만들지 않으면 죽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던 충신들의 마음처럼 지금 우리도 절박한 마음으로 대한민국 대 개조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민주당내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바르지 못한 것은 바른 것을 범치 못한다”며 ‘邪不犯正’(사불범정)을 제시했다.

    이 시장은 “2017년에는 위대하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정하고 공평한 민주공화국이 우리가 꿈꾸는 나라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7년은 탄핵의 완성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의 해”라며 “기득권 체제를 청산하고 99대1의 불평등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솥을 새것으로 바꾸 듯 혁신한다는 뜻인 ‘革故鼎新’(혁고정신)을 내세웠다.

    가칭 개혁보수신당 창당의 주역인 유승민 의원은 ‘不破不立’(불파불립)을 화두로 던졌다. ‘낡은 것은 깨뜨려야 새 것을 세울 수 있다’는 사자성어로 ‘신당 창당’에 나선 결의를 담고 있는 듯하다.

    유 의원은 “친박 패권에 가로막혀 개혁적 보수의 길을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깨뜨리지 않고는 바로 세울 수 없었다”며 “새해에는 개혁보수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역시 개혁보수신당에 합류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인 ‘解弦更張’(해현경장)을 제시했다.

    오 전 시장은 “옛것을 새롭게 개혁하자는 뜻”이라며 “다 함께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국정치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露積成海’(노적성해)를 제시하면서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뜻인데 작은 촛불이 모여 큰 민주주의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떠올랐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뚜벅뚜벅 걸어서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4·13 총선에서 16년 만에 여소야대 구도로 20대 국회가 출범한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로 현직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거대 보수여당의 내분으로 26년 만에 교섭단체 4당체제로 돌입했다.

    내년에도 정치권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혼란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선거일은 물론 개헌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 등으로 숨가쁜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