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사퇴로 비박계 비대위원장 가능성 ↑, 우선 지켜볼 듯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6일 의원총회에서 차기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에 투표하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6일 의원총회에서 차기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에 투표하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16일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친박계인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이 승리하면서 분당(分黨)을 거론해온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딜레마에 빠졌다.

    겉으로 보기엔 비박계의 숫자가 다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지만, 오히려 늘어난 비박계가 분당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경선 결과에 대해 "(탈당 시기에 대한) 고민은 무슨, 오히려 홀가분해졌다"고 밝혔다. 이날 김 전 대표가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나경원·김학용·강석호·주호영·이종구·이혜훈·이군현·홍일표·박성중 의원 등 10여 명과 오찬 식사를 하면서 이견을 조율한 뒤에 나온 발언이다. 분당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셈이다.

    비박계 중 핵심으로 분류되는 유승민 의원도 같은 날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좀 고민을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유 의원은 탈당보다는 당내에서 해법을 모색하는 입장이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경선에서 또다시 친박계에 밀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비박계는 탄핵 소추안 표결에서 적지 않은 찬성표가 나온 만큼 승리를 자신했었다. 비박계 의원들은 원내대표 경선장에서도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결과는 비박계의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친박계의 지지를 받은 정우택 원내대표-이현재 정책위의장 후보가 62표로 과반을 얻었다. 비박계의 지지를 받은 나경원 원내대표-김세연 정책위의장 후보는 55표를 얻어, 7표 차로 아쉽게 졌다.

    이 결과는 친박계 모임인 '혁통' 소속 모임에 참석한 의원 숫자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에 이름을 올린 의원 수가 정확히 62명이다.

    물론, 무기명 투표인 원내대표 선거에서 혁통의 62명과 이날 선거에 정우택 원내대표에 표를 던진 62명이 정확히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친박계로서는 어쨌거나 자신들이 굳히고자 했던 저지선을 효과적으로 지켜내면서 다시금 비박계에 승리를 거둔 셈이 됐다.

    비박계 역시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탄핵정국을 통해 친박에서 돌아선 의원들을 효과적으로 비박 표로 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평소 비박계 의원들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에 40여 명 정도가 참석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명확해진다. 표결에서는 달라졌지만 비상시국회의에서 밝힌 탄핵 찬성 의원 규모 역시 55명에 달한 적은 없었다.

    결국, 앞서 언급한 두 가지를 종합한다면,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계파색이 옅은 친박계 의원 중 일부가 이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 새누리당 내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 참가한 의원들. 왼쪽부터 이현재 정책위의장 후보, 정우택 원내대표 후보, 나경원 원내대표 후보, 김세연 정책위의장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내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 참가한 의원들. 왼쪽부터 이현재 정책위의장 후보, 정우택 원내대표 후보, 나경원 원내대표 후보, 김세연 정책위의장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런데 새누리당에서는 이 부분이 김무성 전 대표의 딜레마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비박계의 끌어들인 중도성향의 의원들이 탈당과 분당에 회의적일 것이 분명해 오히려 곧바로 탈당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비박계 내부를 들여다본다면 잔류해야 한다는 목소리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원심력만큼이나 구심력도 새로 생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중도성향 의원 모임을 주도했던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직전까지 통합과 화합을 강조하며 경선이 아닌 합의추대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는 "분당 사태는 막아야 한다"면서 비박계가 중심이 된 비상시국회의와 친박계가 중심이 된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모두 해산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정현 대표가 기존에 사수했던 오는 21일 사퇴 대신 이 날 사퇴를 결행하고, 정우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자리를 비주류 추천 인사 중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탈당 명분까지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세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비박계가 일단은 탈당하지 않고 정국을 관망하면서, 향후 비상대책위원장·윤리위 문제 등을 놓고 재격돌한 뒤에라야 탈당 여부가 명확해지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비대위원장을 누구로 할 것인가 문제와 대통령 출당·당내 인적 청산 등을 심사할 윤리위 문제가 향후 탈당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까지 친박계의 입장은 유승민 의원 비대위원장도 받아들인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권형 비대위원장을 주장해온 비박계로서는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지금 당장 탈당해야 한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이날 오후 경선 결과에 대해 "탄핵 국면에서 나를 포함한 비주류가 친박을 공격하는데에만 열을 올리고 대국민 메시지와 비전 제시가 부실했던 탓이다. 깊이 반성할 일"이라며 "새누리당 비주류가 이름은 비상시국회의라 해놓고 친박 5적이니 8적이니 했으니 이것도 구태가 아닌지 자문해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이제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이루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