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시장…KTX오송역 사수 위해 민·관·정 뛰고 있는데 정치자금법 위반 발목
  • ▲ 충북 청주시 KTX오송역사.ⓒ김종혁 기자
    ▲ 충북 청주시 KTX오송역사.ⓒ김종혁 기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70억원이 투자된 청주공항 항공정비사업(MRO)의 좌초 위기, 11조원이 투입된 ‘KTX오송역’의 위상 저하 위기 등 두 가지 초대형 사업이 흔들리고 있으나 정작 관할시인 충북 청주시의 무대응에 가까운 ‘막연함’을 질타하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이 정도면 테스크포스팀(TF팀)을 구성해 전략적으로 적극 대응 해야 한다.”

    경제 전문가나 정치인들의 주문이 아니다. 청주시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먼저 지난 8월26일 아시아나항공의 사업 불참 통보로 좌초 위기를 맞은 청주공항MRO 사업과 관련해 충북도의회가 MRO특별점검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반적인 사업 점검에 들어간 반면 청주시와 청주시의회의 대응은 그야말로 미미했다.

    청주공항 MRO사업에는 정치적인 함수가 크게 작용했다.

    사업주체인 충북도의 이시종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며 도의회 MRO특위는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이끌고 있는 대립 형국이며 이승훈 시장과 황영호 의장을 비롯한 시의회는 새누리 소속 의원들이 주류다.

    이런 상태에서 시의회가 도의회처럼 집행부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기는 어려운 처지이지만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지역 현안을 먼저 챙겨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이승훈 시장은 최근까지도 “MRO사업은 끝난 게 아니다”며 좌초 위기를 맞은 초대형 사업에 대해 미적지근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주공항 MRO사업은 ‘충북의 미래 먹거리’라고 불릴 만큼 크고 중대한 사업이다. 좌초위기를 맞았다면 왜? 무엇이 잘못됐는지 꼼꼼히 점검해보고 개선을 통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충북도와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서 사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청주시에서 벌어지는 청주시의 일이라는 점이다. 또한 이승훈 시장의 핵심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KTX세종역’ 신설 움직임이 일며 세종시를 비롯한 충청권의 관문역으로 설립된 오송역의 위상저하가 눈앞에 뻔히 보이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시와 시의회의 대응은 그야말로 잠잠하다.

    24일 열린 시의회 제22회 임시회에서 3명의 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신청했으나 ‘KTX세종역’ 신설 저지를 주문하는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또한 이번 회기에 처리할 34건의 안건을 아무리 뒤져봐도 세종역 관련 안건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나마 황영호 시의장이 ‘KTX세종역’ 사태를 의식한 듯 “그동안 시의회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에 항의 방문하는 등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세종시는 충청권 공조의 산물로 탄생한 의미를 되새겨 세종역 건설을 철회해야 한다”고 모두 발언에서 밝혔다.

    이어 “이해찬 의원도 세종시의 의미를 되새기고 충청권이 공동 번영할 수 있도록 요청 한다”며 “정부 또한 혈세 500억원을 낭비하지 말고 중부권 동서횡단 철도를 신속히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시의회와 황영호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이 구호에만 그치지 말고 시와 시의회 차원의 강력한 결집을 보여줘야만 85만 시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시민의 지지를 얻어내야만 세종 역을 막고 오송역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미 6선의 이해찬 의원을 상대할 지역 정치권의 힘이 미약하다는 것은 세종역 사태에 대처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와 시의회의 미온적 태도를 지적하는 이유는 오송역의 탄생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해가 쉽다. 정치권에서 해결하지 못한 오송역 유치를 도민의 힘으로 이끌어 낸 역사는 후세에 자랑할 만한 일대 사건 이었다.

    한편 이승훈 시장의 정치적인 노력의 부족은 상급 기관인 도와 시의 행정 절차상의 문제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시장은 지난 17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7500만원을 구형 받은 상태라서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내다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이유들은 모두 청주시민의 미래 먹거리와 11조가 투자된 ‘KTX오송역’의 위상저하와 맞 바꿀 수는 없다. 개인적인 상황보다는 주민의 투표로 선출된 시의 지도자로서 시민의 안위와 시민의 이익을 먼저 챙겨야 한다.

    이 시장은 재판장에서 “30년 동안 청렴하게 공직 생활을 해왔다”며 청렴이 몸에 밴 공무원 상을 강조했다. 그러나 청렴은 물론이고 청주공항 MRO나 KTX세종역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적인 힘이 중요하다. 

    청주의 한 시민은 “요즘 청주가 뒤숭숭하다.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 세종역이 설치되면 그때 가서 뭘 할 수 있겠느냐”며 “청주시와 청주시의회가 청주를 위해 조금 더 힘을 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