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이건 또 뭐야?”
최백수는 자신의 사주를 살피다가 깜짝 놀란다. 충(冲)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병신년(丙申年))의 지지는 신(申)이다. 그 신(申)이 일지의 인(寅)과 충을 이룬다. 그렇잖아도 사주 원국에 있는 인과 신이 충을 이루어 성격이 까칠하다는 소릴 듣는 편이다.
그런데 또 인(寅)과 신(申)이 충(冲)을 이루니까 충이 겹치는 것이다. 사건사고가 일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충돌도 불가피해 보인다. 올 한해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예감이 든다.
최백수의 얼굴에 그늘이 스친다.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본다. 무엇이든 서둘러 해야 한다는 다급함이다. 그렇지 않으면 변고를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다. 장마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서둘러 물고를 보러 나가는 농부의 심정이리라.
누구든 마음이 불안하면 주변을 더 세심하게 살피게 마련이고, 더 단단히 대비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아니, 저게 뭐지?”
까맣게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것 같다. 청천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한바탕 소나기가 퍼부으려고 하는 형국이다. 사주 원국에 정화(丁火) 하나만 달랑 있을 땐 화(火)가 적다고 투정했다.
화가 적어서 자제력이 부족하고, 툭하면 멀쩡한 판을 엎어버리는 바람에 아무 일도 못 한다고 불평했다. 올해 병신년을 맞아서 병화(丙火)가 들어오더니 대운(大運)에서까지 정화(丁火)가 들어온다.대운이란 10년에 한 번씩 바뀌는 운세를 말하는 것이다. 대운에서까지 화가 들어오니 사주원국에 있는 정화(丁火)에다 올 세운(歲運)의 병화(丙火)까지 합치면 화(火)가 무려 셋으로 늘어난다.
“화기(火氣)가 너무 센 거 아냐?”
게다가 화(火) 셋이 똘똘 뭉쳐있으니 화기(火氣)가 얼마나 세겠는가? 아무리 경금(庚金)이 강하다고는 해도 똘똘 뭉친 세 개의 화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뜨거운 용광로에 숟가락을 던져 넣는 격이다.
아무리 쇠라고해도 견뎌낼 재간이 없다. 젊어서 같으면 길운(吉運)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흉운(凶運)이 될 수도 있다. 수술실로 향하는 환자의 심정으로 자신의 운명을 생각해 본다.
충분히 대비를 해야겠지만 아무리 철저히 대비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운명이라고 하는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운명을 거역할 순 없다. 그게 바로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최백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눈길은 창밖으로 향한다. 때아닌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다. 엊그제 우수가 지났고 오늘이 바로 정월 대보름이다. 대동강도 풀리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나려고 기지개를 켜는 시기다.
봄기운이 무르익어야 하는 때다. 그런데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다. 앞을 분간할 수가 없을 만큼 세차다. 최백수는 자신의 운명도 불길하지만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운명은 더 암담하다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카톡이 왔다는 신호다. 카톡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는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도 휘파람 소리를 택한 것은 경쾌한 음악성 때문이다. 누군가 밖에서 좋은 일이 있으니 빨리 나오라고 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금도 최백수는 반가운 기분을 느끼면서 카톡을 연다. 신 나는 일이 있으니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는 소리가 아니다, 섬뜩한 경고의 메시지가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위태롭다.”
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글이 많아졌다는 생각을 하면서 눈을 돌리려고 한다. 그러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읽기 시작한다.
“이렇게 용기 있고 훌륭한 목사님이 계시다는 게 감사합니다. 이태희 목사님 횟팅!”
낯선 이름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니 종교인의 탈을 쓰고 정치를 하는 운동권은 아닐 것이다. 얼마나 나라 걱정을 했기에 카톡에 퍼질 정도로 호응을 받는 것일까? 이런 호기심을 느낀다.
최백수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동영상을 클릭한다. 눈매가 독수리처럼 매섭고 목소리도 날카롭다.
“대한민국 법정에서 김일성 장군만세를 부른 사람이 무슨 정당의 비례대표로 공천되어도 괜찮은 겁니까? 북한에 입국해서 한국과 미국을 적이라고 공격하고, 김정일 장군을 찬양했던 여자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나라가 온전한 나라입니까?”
옳은 말이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건 분명하다. 문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큰소리로 저항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목사가 설교를 하면서 대한민국이 위태롭다고 하니까 새삼 큰일이라는 걱정을 하게 된다.
마땅히 이런 소릴 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침묵하고, 정치 문제에 침묵해야만 하는 성직자는 큰소릴 치는 현상이 비정상이라는 생각을 한다.
“얼마나 문제가 심각하면 목사가 큰소릴 치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며 들으니까 목사의 말이 한층 심각하게 들린다. 나라가 위태롭다고 외치는 목사의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듣는다. 이때 또 휘파람 소리가 또 난다.
“누구일까?”
궁금증을 갖고 카톡을 연다. 북한의 핵개발을 도와준 3명의 전직 대통령이란 말이 눈길을 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그러데 나머지 한 명은 누구일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