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문제가 급한데 개똥철학만….
  • 이렇게 자신이 추구하는 일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글, 언론, 침술, 역학 등이 다 돈이 안 나오는 일들이다. 물론 작가로 돈을 버는 사람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침술로 돈을 벌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의대를 졸업하고 한의원을 차리면 먹고 사는 일이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처럼 돌팔이 침술가가 돈을 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돈은 고사하고 감옥살이하기 십상이다.

    역학도 마찬가지다. 역학 이론이 너무 논리적으로 정연하고, 신통한 면도 없지 않으니까 학문적으로 심취한 것뿐이다. 돈하고는 상관없는 취미생활이라고 봐야 한다. 이렇게 돈이 안 나오는 일에만 정신을 팔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생활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한데 어떻게 개똥철학만 할 수가 있었겠는가? 최백수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자신의 사주팔자를 펼쳐놓고 주의 깊게 바라보다 중얼거린다.

    “너무 신통하잖아.”

    자신의 사주에서 금(金) 기운 다음으로 강한 게 목(木)이다. 금인(金人)에게 목(木)은 재(財)다. 재산 운이 좋다는 뜻이다. 수치로 계산하면 일지에 있는 인목(寅木) 하나뿐이지만, 그 목이 수(水)의 도움을 받아서 강한 편이다. 

    왕성한 인목(寅木) 하나만으로도 재운이 있다는 소릴 들을 수 있을 텐데 옆에 있는 해수(亥水)와 합(合)을 이루어 목(木)으로 변한다. 전문적인 용어로 인해(寅(亥) 목(木)이 되는 것이다. 

    갑자기 목이 둘이 된다. 목이 두 개나 되는데다 수(水)의 생(生)을 받아서 활동도 왕성한 편이다. 이 뿐만도 아니다. 정묘(丁卯) 대운을 맞아서 70대까지 재운(財運)은 계속된다. 또 한 가지가 있다. 

    재(財)는 지지에 감추어 놓는 게 좋고, 관(官)은 천간에 노출되는 게 좋다는 역학 이론에도 합치한다. 재산이 노출되면 도둑을 불러들이지만, 관직은 노출이 되어야 위엄도 있고, 사람들로부터 존경도 받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역학의 두 가지 원칙을 충족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자신은 평생 큰 고통 없이 밥은 먹고 살면서 깨똥 철학에 심취할 수 있었다. 일찍이 관직에 나가 대성하지는 못했지만 큰 사고 없이 퇴직할 수도 있었다.

    최백수는 뭔가 중대한 것이라도 발견했다는 듯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드디어 자신이 일하지 않고도 밥을 먹고 살 수 있는 이유를 사주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무위도식하며 개똥철학이나 하며 사는 것도 팔자소관이다. 

    근데 문제가 있다. 올 일 년을 보낼 일이 걱정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사주 옆에 병신년(丙申年)이란 글자를 또박또박 쓴다. 올해가 병신년이니 관이 들어오는 해다. 자신의 사주가 늘 관이 부족해서 문제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경금(庚金) 일간을 갖은 사람은 성격이 조급하고 날카로운 게 흠인데,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官)인 화(火)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평생의 소원인 관이 들어오면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것은 역학을 형식적으로만 보는 사람의 견해다. 역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화(中和)이며, 반드시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운명을 제대로 감정할 수가 없다.

    이게 바로 고수(高手)들의 한결같은 충고다. 최백수는 십여 년 전 충북도 노인복지관에서 역학 강의를 듣던 초보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젊어서는 얼마든지 관이 들어와도 견딜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늙어서는 관이 잘못 들어오면 견디지를 못하고 해(害)를 당할 수도 있는 겁니다.”

    열정적으로 관(官)을 강의하던 역학 선생의 모습을 떠올린다. 최백수는 이런 이치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하고 궁리한다. 가령 여기 두 사람의 위암 환자가 있다고 치자. 한 사람은 20대 청년이다. 

    젊은 사람에겐 위암은 조기 발견해서 수술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를 70% 이상 떼어내고도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 문제는 노인이다. 80대 이상의 노인에겐 위암 수술은 자칫 죽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위암이란 병은 관(官)일 수도 있는 것이다. 수술을 받고 잘 회복하면 오히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노인에겐 치명적일 수도 있다. 이것을 나무에게 비유할 수도 있다.

    한참 자라나는 나무를 재목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가지치기도 하고 간벌도 해줘야 한다. 문제는 어린나무를 너무 심하게 가지치기를 하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백수는 자신의 나이를 생각해 본다. 옛날로 치면 극노인이다. 인생칠십 고래희(人生七十古來希)라고 했으니까. 지금은 100세 시대라고 하니 아직 극노인이라고 할 순 없지만 위암 수술을 받고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그렇게 바라던 병화(丙火)가 들어오는 운세인데도 걱정을 하는 것은 관을 극복할만한 건강상태가 못되기 때문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