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최백수는 두 눈을 감는다. 돌이켜 보면 나쁜 신문이란 소설이 뜨지 못한 원인이 눈에 보이는 듯 선하다. 그게 다 안기부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거부한 것이다. 최백수는 전술의 실패란 생각을 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전술이고 전략이다. 사회에 나와서 성공하기를 바랐다면 적대감이 심한 분야를 피했어야 했다. 묵묵히 산촌에 들어가 땅이나 일구고 살았어야 했다.
    그게 현명한 선택이었다.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맞부딪치려고 했으니 성공은 고사하고 상처만 입은 게 아닌가? 최백수는 다시 역학 서적을 뒤적인다. 이렇게 기구한 삶을 사는 원인이 대체 무엇인지, 그 원인을 역학적으로 규명하고 싶어서다.

    자신의 사주에서 가장 병적인 요소는 금(金) 기운이 너무 강한 것이라는 결론은 이미 내린바 있다. 만약 내 사주에 강한 금을 제련할 수 있는 병화(丙火)만 있었어도 공직자로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설상가상이라고 할까? 강한 금 기운을 더욱 부추기는 것도 있다. 그게 바로 무토(戊土)다. 금 기운을 돕는 무토(戊土)로 인해서 특이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결론도 이미 내렸다.
    “내 인생을 이렇게 몰고 가는 인수(印綬)는 사주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최백수는 누렇게 손때가 묻은 역학책에서 인수란 제목을 찾아 정독하기 시작한다. 인수도 두 가지다. 정인(正印)과 편인(偏印)으로 구분한다. 일간을 돕는 오행의 음양이 다르면 정인이고, 오행이 같으면 편인이라고 한다.
    정인은 단정한 성격으로 학구적인 기질이 강하지만, 괴팍한 성격의 편인이 문제다. 자신도 편인이라서 편인을 주의 깊게 정독한다. 편인의 성질을 읽을 때마다 자신을 두고 하는 말처럼 보인다. 그만큼 비슷하다.
    “편인은 일명 효신(梟神)이나 도식(倒食)이라고도 합니다. 효신은 올빼미를 말하는데 올빼미는 변태성으로 낮에는 자고 밤에만 행동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특히 자기 자식을 잡아먹거나 부모에게 불효하는 대표적인 새입니다.”

    최백수는 섬뜩하다는 기분을 느낀다. 자신이 약간 특이한 성격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난폭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읽는다.
    “도식이란 자기 밥그릇을 업는다는 뜻으로 배신 재난 파직 부도 사기 투옥 등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편인격을 타고난 사람은 의사 작가 역술인 연예인 언론인 예술인 등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백수는 여기까지 읽다가 말고 책을 덮고만다. 너무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자신이 성취하지 못한 꿈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작가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 작가란 직업이 편인에 들어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백수가 입버릇처럼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탁구 라켓에 침관을 넣고 전국을 유람하는 게 내 꿈이야.”
    그런 사람을 뭐하라고 부르나? 바로 한의사다. 한의사도 편인의 직업에 들어있다. 더 놀라운 것은 역술가도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역학은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바탕으로 하는 학문이다.
    침술도 근원을 찾아 올라가다보면 음양오행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침술공부를 하면 자연히 역학도 알게 되는 것이다. 청주에서 서울을 가자면 천안 평택 수원 등을 거쳐야 하듯 침술을 배우다 보면 필연적으로 역학이란 학문을 경유하지 않을 수 없다.
    최백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역학적으로 보려는 습성이 있다. 그런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게 궁합이다. 이 때문인지 운명을 봐 달라는 사람도 심심치 않다. 그런 사람을 역술가라고 부른다.
    간판 없이 하니까 돌팔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역술가도 편인의 직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니, 이게 뭐야?”
    최백수가 역학 서적을 정독하다가 깜짝 놀란다. 바로 언론이라는 직업도 있기 때문이다. 언론만큼 자신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직업도 없다. 그 언론에 들어가서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했다.
    열정적인 노력을 하다가 언론의 치부를 발견하고 쓴 소설이 바로 나쁜 신문이란 정책소설이다. 신문개혁을 위한 정책소설이란 부제로 더 잘 알려졌다. 작가보다는 언론인으로 더 성공하고 싶었다.
    그럴 수 없으니까 글 쓰는 일로 전업을 한 것이고, 글을 쓰면서도 비판성향을 잃지 않은 것도 언론인의 기질 때문이다. 지금도 할 수만 있다면 신문사를 하나 차려보고 싶은 꿈이 있다.
    그 꿈을 실현하기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다가도 나이를 생각하고 접는 때가 많다. 역학이 자신의 속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신통하다고 생각한다. 최백수는 역학책을 뒤적이면서 그렇게 신통한 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애매모호하다는 생각을 한다.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최백수는 유행가 가사를 중얼거린다.

    “속는 줄을 알면서도 속아야 옳으냐?”
    완전히 믿자니 안 맞는 게 너무 많고, 완전히 불신하자니 신통한 게 적지 않다. 아무튼 자신이 배운 사주로 자신의 일생을 적용해보면 완전히 맞는 건 아니지만 비슷하게 맞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자신이 열정을 불태우는 글쓰기 침술 역학 언론 등 네 가지 분야가 다 편인의 직업에 들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