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의 목표는 중화(中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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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金) 기운을 약화시키는 게 핵심이다.”
    그렇다면 금(金) 기운을 약화시키는 불(丙)이나 설기시키는 물(水)이 필요하다. 그런데 토(戊)는 금 기운을 오히려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토는 금(金)에게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존재다.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는 것과 같은 역할이다. 그래서 토생금(土生金)이라고 하는 것이다. 깡패가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날뛰는데 필요한 것은 경찰이다. 그런데 건달들이 또 몰려와 합세하면 얼마나 기세가 등등하겠는가.

    최백수는 무(戊)토의 역할을 정리해본다. 역학에서 인수(印綬)라고 하는 것이다. 나(日刊를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머니의 덕(德)이 있는지 없는지를 볼 때 인수의 상태부터 살핀다.
    일간이 약한 사주에서는 인수가 있으면 좋고, 일간이 너무 강한 사주에서는 인수가 많으면 좋지 않다. 최백수의 귀에 또 역학 선생의 열정적인 강의 내용이 들려온다.
    “역학의 목표는 중화(中和)입니다. 이것을 댐에 비유하면 물이 너무 많아도 안 되고, 적어도 안 되는 겁니다. 물이 너무 많으면 둑이 터질 위험이 있고, 너무 적으면 가뭄에 저수지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늘 물이 알맞은 상태 즉 중화(中和)를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최백수는 자신의 사주에 금 기운이 너무 많은 상태인데, 또 다시 금 기운을 돕는 인수(印綬)가 존재하니까 병이 더 깊어진 것이라고 판단한다. 사주의 팔자(八字) 가운데 무(戊)토는 단 한 자이지만 역할은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도 발견하다.
    지금 자신의 삶도 무(戊)토의 영향을 받아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멀쩡한 직장을 이유도 없이 버리고, 돌팔이 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다 팔자소관이라고 생각한다. 무(戊)토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요즘 최백수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글을 쓰는 일과 침술, 역학 등이다. 최백수의 귓전에 또 들려오는 말이 있다.
    “인수(印綬)가 발달한 사람은 학구적인 기질이 있고, 평생 공부하는 습성도 있습니다.“
    역학 선생의 말이다. 그렇다! 직장을 퇴직한 후 단 한 번도 편히 쉬어 본적이 없을 만큼 무엇인가를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했다. 글을 열심히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짓은 모두 다했다.
    십여 권의 책을 출판하기는 했지만 단 한 번도 베스트셀러 작가란 소린 듣지 못했다. 결국 내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무명작가란 소리뿐이다. 자신의 글이 왜 뜨지 않는지를 생각할 때마다 대둔산이란 산을 생각한다.
    백두산 금강산 설악산 속리산 지리산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큰 산은 다 백두대간이라는 큰 산맥을 끼고 있다. 그런데 대둔산만은 평지에서 불끈 솟아 있다, 그런데도 해발 672미터나 된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다 그런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니다. 최백수는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글을 쓰는 일로 이름을 날리려면 백두대간처럼 큰 산맥을 끼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은 평지에서 불끈 솟은 대둔산처럼 산맥은 고사하고 기댈 언덕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중‧고등학교 때 글 잘 쓴다는 소릴 제법 듣고. 상도 몇 번 타야하고, 대학교도 국문과나 문예창작과에 들어가서 기본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학을 졸업해서는 선후배들과 어울려 그들만의 영역에 자리를 하나 잡아 놓아야 한다. 선배가 끌어주고, 후배가 밀어주는 시스템에 들어가야만 성장할 수 있다. 그런 사실을 요즘 들어서 느끼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런 사실을 요즘 절감하고 있다, 그만큼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이유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용은 물이 깊어야 살 수 있는 것인데 물이 없는 건천에서 용이 나기를 바라는 것은 산에 가서 물고기를 잡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오기다. 최백수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본다. 중고등하교 때 글을 잘 쓴다는 소릴 듣기는커녕 말썽꾸러기의 대명사였다. 대학도 법과를 나왔으니 문학하고는 거리가 멀다.
    사회에 나와서라도 글을 쓰는 일을 했다면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평생 글과는 거리가 먼 곳에서 생활하다가 느닷없이 작가가 되고 싶다고 뛰어 들었으니 소가 웃을 일이다.
    그냥 책 몇 권을 내기도 힘든 일이다. 책 몇 권을 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말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냥 꿈을 키운 것도 아니다. 기필코 최고의 작가가 되어서 세상을 뒤집고 말겠다는 오기를 불태웠다.
    최백수가 가까운 친구들과 농담을 할 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내 꿈은 말야, 탁구 라켓에다 침관을 넣고 전국을 유람하는 거야.”
    그러고는 다음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인다. 이 말을 하지 않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될 것 같아서 결국 하고 만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내 이름 석 자를 다 알고, 내가 쓴 책 몇 권을 읽어본 적이 있다는 소릴 듣고 싶어.”
    이 말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꿈을 이루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한참 신나게 탁구를 치고 나서 땀을 식히고 있으면, 여기저기서 몸이 아프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못이기는 척 침을 놔주면 이구동성으로 신통하다는 소릴 하는 거야. 그런 생활을 하고 싶단 말야. 그게 내 꿈이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