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남자는 적막강산
  • “누구일까?”
    최백수는 궁금증을 느끼며 휴대폰을 연다. 늘 카톡을 보내주는 친구다. 장로님들이 보내주는 것은 보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다. 예수 믿으라는 내용이다. 그냥 믿으라고 하면 거부감을 느낄 테니까 반드시 미끼를 하나씩 던진다.
    재미있는 글이나 동영상을 함께 보내준다. 미끼를 따먹으려다가 낚시를 무는 물고기처럼 신자로 만들려는 의도이다. 그렇지만 이 친구가 보내주는 것은 종잡을 수가 없다. 어떤 때는 눈물이 쏙 빠질 만큼 감동적인 내용도 있지만, 어떤 때는 민망해서 차마 볼 수가 없는 것도 있다.

    오늘 보낸 내용도 심상치가 않다. 최백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톡을 읽어 내려간다.
    “요즘 여자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
    제목부터가 흥미롭다.
    “여자는 혼자 살면-만고강산
    남자는 혼자 살면-적막강산“
    그럴듯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남자가 혼자 살면 적막강산이라고 한 말에 공감이 간다. 멀쩡하던 남자가 상처하고, 기가 죽어 사는 모습이 연상된다. 이런 일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의사 아들에 변호사 며느리를 두었다며, 노후는 걱정 없다고 자신만만해 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홀아비가 되는 것을 보았다.
    그다음부턴 적막강산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집에서 혼자 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데 혼자 사는 여자는 왜 만고강산일까?”
    이런 궁금증이 들지만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다. 다음 글이 궁금해서다. 요즘 여자들 사이에 유행한다는 글은 점입가경이다.   
    “마음도 맞고, 밤도 좋은 배우자 만나 살면-금수강산
    마음 안 맞는 배우자랑 살면- 칠흑강산
    마음은 안 맞아도 밤이 좋은 배우자랑 살면-행복강산“
    갑자기 이야기가 방향을 바꾼다. 핵심을 잃고 헤맨다. 혼자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궁합 이야기로 변한다. 최백수는 점점 흥미로워진다는 눈길로 글을 읽어 내려간다.
    “배우자도 멋지고 애인까지 있으면-화려강산
    그대는 어느 강산에 살고 계십니까?“
    최백수는 갑자기 현기증을 느낀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은 다 세태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에게까지 퍼질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누구나 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최백수는 입속으로 중얼거린다.
    “배우자도 멋지고 애인까지 있으면-화려강산”
    이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요즘 여자들의 생각이 다 이렇단 말인가?
    가정주부들의 의식이 이 정도란 말인가?”
    이런 상상을 하면서 의아심을 느낀다. 최백수의 상상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여자가 순결을 잃으면 인생을 망친 것으로 알던 시절도 있었다. 결혼하면 외간 남자는 쳐다보지도 말아야 하는 것으로 알았던 게 불과 몇십 년 전이었다.
    세상은 너무 많이 변했다. 성실한 남편에 멋진 애인까지 두고 사는 소망을 갖고 사는 여자가 대부분이라니? 설령 그런 기회가 오더라도 강력하게 거부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런 기회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100m 달리기를 하듯 경쟁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이다. 최백수는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뭔가를 찾는다. 이런 때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창밖을 바라보면 가슴이 좀 시원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최백수의 관심을 끄는 글이 또 하나 있다. 그걸 찾아 눈길을 돌린다. 혼자 사는 여자를 만고강산이라고 표현한 내용이다.
    “왜 만고강산이라고 했을까?“
    혼자 사는 여자가 만고강산이라는 뜻은 자유롭다는 뜻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왜 하필 만고강산이라고 표현했을까 하는 호기심은 가시지 않는다. 혹시 만고강산이라는 산에 혼자 사는 여자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기라도 하는 걸까?
    만고강산 유람할 때라는 노래가 연상되지만 정확한 유래나 내용은 잘 모르겠다. 이런 뗀 무조건 네이버에 물어보는 게 상책이다. 그게 버릇이 됐다. 만고강산의 사전적인 뜻은 오랜 세월을 통하여 변함이 없는 산천이라고 되어있다.

    많은 사람을 흥미롭게 하는 뜻이 이런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며 최백수의 눈은 다른 뜻을 찾아 헤맨다. 판소리를 부르기에 앞서 목을 풀기 위해 중모리 장단에 맞추어 부르는 남도 단가의 하나라는 말도 있다.
    이것도 혼자 사는 여자를 상징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봉래산의 절경을 찬탄하는 내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보다 더 비슷한 내용도 있다. 만고강산 유람할 제로 시작된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만고강산은 자유롭게 유람하는 것을 상징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해 본다. 혼자 사는 여자는 남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자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만고강산이 혼자 사는 여자의 상징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최백수의 네이버 검색은 계속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