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도 무섭지 않을 것이다
  • 똑같은 혼외자식 문제가 불거졌는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자리에서 떨려났지만, 최태원 SK 회장은 아무 일도 없이 건재한 것은 불공평한 게 아닌가?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공직자와 기업인으로 신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은 관(官)이고 기업인은 재(財)라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다. 공직자는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면 관권으로 국민을 착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업인은 속성이 본래 그런 것이다. 돈을 목적으로 사업을 하고, 돈으로 만사를 해결하려고 하다보니 도덕성도 공직자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최백수는 관(官)의 영향을 받기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삼라만상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최백수의 상상은 나무(木)에게로 옮겨간다. 잎이 무성한 나무는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랄 때부터 재목으로 키우는 노력을 해야만 목재로 쓸 수 있다. 간벌도 하고, 가지치기도 해줘야만 훌륭한 재목으로 자란다. 곧게 자란 나무를 베어서 송판으로 만들고. 그 송판으로 집을 짓고 가구도 만들어야 비로소 나무로서의 가치가 있다.
    간벌이나 가지치기 등은 성장하는 나무에겐 아픔이고 상처이지만 재목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성장통이다. 비록 당할 때는 고통스럽지만 몸에는 이로운 게 바로 관이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과 같다.
    목인(木人)은 대체로 선비적인 기질이 강하다. 임금에게 작두를 들고 직언하는 고집불통의 선비가 대부분 갑목(甲) 일간이었다. 목인(木人) 사주에 관인 금(金)이 없으면 목재로 다듬어 쓸 수 없다.
    나무의 간벌이나 가지치기를 하는 도구가 바로 낫(金)이나 톱이기 때문이다. 낫이나 톱이  없으면 이런 일을 할 수가 없다. 관이 없는 나무는 구불구불하게 제멋대로 자라서 쓸모가 없다.
    같은 이치로 불(火)도 물(水)이 있어야만 활용가치가 있다. 불은 물로서만 다스릴 수 있어서 관이라고 한다. 사람이 다스리지 못하는 산불은 재앙이다. 얼마든지 화력을 조절할 수 있는 주방의 가스 불은 문명의 이기다.
    그래서 화인(火人) 사주에 관인 불이 없으면 걷잡을 수 없는 산불처럼 자제력이 없어서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가 없다. 아래로 흐르기만 하는 물에게 관은 토(土)다. 흐르는 물을 댐에 가두어, 그 물을 농업용수나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해야만 가치가 있다.
    마찬가지로 수인(水人) 사주에 관인 토가 없으면 방류하는 물처럼 쓸모가 없는 사람이다. 이처럼 관은 자신을 괴롭히는 것 같지만 자신을 크게 쓰일 수 있도록 다듬는 역할을 한다. 같은 이치로 우리에게 북한은 불구대천의 원수일 수 있다.

    “만약 북한만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간혹 우린 이런 상상을 할 때가 있다.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되고, 그 돈으로 경제를 개발하면 일본이나 미국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환상에 취할 때도 있다.
    특히 요즘 우린 대북 피로증에 걸려 있다. 툭하면 도발해서 괴롭히더니 얼마 전에는 수소탄을 실험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일말의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南의 경제력에 北의 군사력을 합한다면….”
    이런 상상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런 상상을 소설로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란 소설이 바로 그런 유형의 대표작이다. 남한의 경제력에다 북한의 군사력을 결합하는 상상이 소설화한 것이다.
    만약 한국이 지금과 같은 경제력에다 수소탄까지 가지고 있다면 세계 어느 나라도 무섭지 않을 것이다. 가장 겁내는 게 일본일 것이다. 동족이라고는 하지만 도무지 대화도 되지 않고, 툭하면 도발만 하니까 북한이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음양(陰陽)의 이치는 이런 때 묘미가 있다. 양(陽)은 긍정적인 것의 상징이고, 음(陰)은 부정적인 것을 대표한다. 아무리 긍정적인 양(陽)이라도 때론 부정적인 면이 있고, 부정적인 음(陰)이라도 때론 긍정적인 역할을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양(陽) 중에 음(陰)이 있고, 음(陰) 중에 양(陽)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북한이 늘 우릴 괴롭히지만, 때론 우리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자주국방을 외치고, 경제개발에 주력할 수 있었던 것은 다 북한을 이기기 위해서였다.

    결과적으로 우린 북한이란 적(官) 때문에 경제적인 강국이 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무기도 수출하는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북한은 우리에게 적이지만 관(官)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보다 많은 자원을 갖고 있는 동남아 각국이 우리보다 못사는 이유는 북한과 같은 적(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백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관의 역할을 여자에게 적용해 보려고 한다.
    여자에게 관은 남편이다. 어떤 남자를 만나는가에 따라서 여자의 운명이 바뀐다. 흔히 여자를 뒤움박 팔자라고 하는 이유다.
    “휙”
    이때 한동안 조용하던 휘파람 소리가 난다. 카톡이 왔다는 신호다. 최백수는 자신이 휴대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시간이 많다. 그만큼 조용하다. 그렇다고 휴대폰을 버리고 살 수도 없다.
    모든 사람이 다 갖고 다니는데 혼자만 안 갖고 다니면 소외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들고다니는 경우가 많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