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을 반드시 체포해야만 하는 이유
  • 최백수는 오직 법과 원칙만 가지고 일장 연설을 할 참이다. 최백수는 헛기침을 몇 번 한다. 목소리를 가다듬기 위해서다. 서서히 단상 앞으로 다가간다. 국회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하기위해 단상에 오를 때 국회의장에게 하는 것처럼 예를 표한다.
    산신령을 향해서 공손히 인사를 하는 것이다.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침묵이 흐른다. 무슨 말을 할지 산천초목이 주시하는 것 같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다.
    그만큼 긴장했다는 뜻이다.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됩니까?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입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법치국가라고 합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 대한민국 국민이, 수배중인 범법자가,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발부된 범인입니다. 그런 사람이 조계사란 절에 들어가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잡질 못하고 있습니다. 이게 도무지 있을 수가 있는 일입니까?”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진다. 바로 앞에 흐르는 계곡 물이 요란한 박수소리로 들린다. 빼곡히 들어찬 숲이 수많은 관중으로 보인다. 최백수는 용기를 얻는다. 목에 힘을 주고 외친다.
    “이건 분명히 직무유기입니다. 조개사 승려들은 경찰이 영장집행을 하러 진입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한다는 겁니다. 좌시하지 않으면 어쩌겠다는 겁니까? 공권력과 맞서겠다는 겁니까? 반란이라도 일으키겠다는 겁니까?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바랍니다.”

    이때 회오리바람이 분다. 최백수의 웅변에 응답이라도 하듯 관중을 휘몰아친다. 천지신명께서도 자신의 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설에 힘을 준다.
    “대체 승려님들은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우리나라 국민이 아닙니까? 조계사는 대한민국 영토 밖에 있습니까? 누구라도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겁니다. 만약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진입하려고 하는데 저지한다면 전원체포해서 현행범으로 처벌해야합니다.”
    최백수는 숨이 차다. 갈증도 느낀다. 물을 마시고 싶다. 당연히 연단에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물이 없다. 여긴 국회 의사당이 아니다. 속리산 산신령 앞이다. 이런 사실을 겨우 인식한다.

    그런데 갑자기 기가 죽는 기분이다. 최백수는 뒷덜미에서 불길한 기운을 느낀다. 혹시 산신령께서 노한 게 아닐까? 얼른 뒤를 돌아본다. 표정은 없지만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너무 과하지 않느냐는 신호 같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전국의 승려들이 몰려오는 느낌이다. 낮과 쇠스랑을 들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함부로 말을 하느냐는 표정이다. 최백수는 톤을 낮춘다.
    “현행범으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범인은닉죄로라도 처벌해야 합니다. 수배 중인 범인을 잡는데 장소가 무슨 상관입니까? 대한민국 영토 안에 있다면 청와대든 종교시설이든 아무 상관없습니다. 어느 곳이든 다 영장을 집행할 수 있어야 법치국가입니다.”
    어느 곳이든 다 영장을 집행할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란 말을 하는 데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는 느낌이다.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말 그렇게 해왔나? 그렇지가 않다고 기억된다.
    무슨 방송사가 파업할 때도 영장을 발부 받았으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집행하지 못했다.
    무슨 노조도 비슷한 선례가 있었던 같다. 결국 그런 선례가 쌓여서 오늘 이런 현상을 만든 것이다.
    만약 이번 일을 법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애들 보는 앞에서 찬물도 못 마신다는 말이 생각난다. 금방 따라서 한다는 뜻이다. 세상에 특권처럼 좋은 게 어디 있나? 과속을 해도 잡히지 않고, 음주운전을 해도 건드리지 못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둑질을 해도 처벌 받지 않는다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 부족한 게 있으면 훔치면 되는 데 무엇 때문에 일을 하겠나? 사람을 죽여도 처벌 받지 않는다면? 보기 싫은 놈들을 개 잡듯 죽이고 다닐 것이다.
    금방 세상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 이번 일을 원칙대로 처리해야만 하는 이유다. 만약 이번 일을 적당히 처리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종교가 불교뿐인가?
    최백수는 초등학교 시절 배웠던 기억을 되살린다. 화엄종 천대종 태고종…. 이들도 다 따라할 것이다. 절이 조계사 뿐만도 아니다. 법주사 해인사 성불사 고란사….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을 정도다.
    이들도 다 배울 것이다. 종교가 불교뿐이냐는 소리도 나올 게 뻔하다. 기독교 천주교 유교 원불교…. 기독교에도 교파가 얼마나 많은가? 예장 기장 순복음…. 이들도 경쟁의식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종교이상으로 특권 의식을 갖고 있는 세력도 있다. 바로 방송사들이다. 정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특권도 있다. 언론사를 압수수색한다거나 체포영장을 집행하려고 하면 언론자유를 침해당한다고 느낄 것이다.

    그들이라고 저항하지 않겠는가? 방송이 그러면 신문이라고 가만히 있겠는가? 산불처럼 번질 것이다, 전국이 불타오를 것이다. 전국으로 번지는 불법풍조를 어떻게 막을 건가? 최백수의 눈에 사랑타령을 흥겹게 부르며 올라가던 땡추와 처사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자신을 쏘아보는 것 같다. 감히 내가 누군데 나를 비난하느냐는 눈빛이다. 난 스님인데 어떻게 날 땡추라고 부르느냐고 시비를 걸려고 덤빌 기세다. 내가 비록 죄를 지었어도 스님이다.
    내가 현행범인이라도 절로 들어가면 경찰도 잡을 수가 없다. 그런데 너 같은 백수가 감히 날 어쩌겠느냐는 표정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