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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들으면서 자꾸 이승훈 시장이 생각나는 건 무슨 까닭일까? 어떤 사람은 평생 도청에서 기능직으로 근무하기도 한다. 평생 승진을 못 한다는 뜻이다. 승진하는 재미로 다니는 게 직장이라는데, 그 맛을 모르고 산다는 생각을 해봐라.
그런 사람에겐 부지사는 하늘의 별이다. 이 정도면 팔심 정도는 산셈이다. 하늘의 별을 따고도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 또 욕심을 부리다가 횡재를 했다. 그렇다면 구십은 산 것이라고 봐야 한다.
적어도 두세 번 정도는 떨어져야 당선권에 들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이 국회의원도 거치지 않고 초대 통합 청주시장에 당선되었으니 횡재도 보통 횡재가 아니다. 구십 정도만 살면 만족하겠다고 하다가 백 세까지 산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최백수의 눈에 또 다른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다. 임각수괴산 군수와 김병우 충북도 교육감이다. 이 두 사람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승훈 시장, 임각수 군수, 김병우 교육감은 묘한 특성이 있다.
우선 소속 정당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승훈 청주시장은 새누리당이다. 김병우 교육감은 새정치 민주연합 성향이다. 임각수 괴산군수는 무소속이다. 구속되어있는 임각수 군수가 정당만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내가 만약 돈을 받았으면 백번을 죽어도 좋습니다.”
판사에게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는 방송이 떠오른다. 이에 비해 이승훈 시장은 정당 소속이다. 그것도 집권여당이다. 어떻게 해서 탈환한 시장 자리인가. 김현수 한범덕 등 야당이 석권했던 자리를 겨우 찾아왔다.
“무소속 군수처럼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만약 청주시장이 문제가 되면 어떻게 될까? 내년 봄으로 임박한 총선의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4명의 국회의원 중에서 야당이 3명이나 되고, 여당은 1명뿐이다. 정우택 의원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청주시장이 여당이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는 선전을 기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청주시장이 마음만 먹으면 못하는 게 없을 것처럼 보인다. 도로도 넓혀줄 수 있고, 다리도 놓아줄 수 있다.
국회의원들은 그걸 다 자신이 한 것이라고 생색을 낼 수도 있다. 어둑한 서민들은 깜박 속을 것이다. 이렇게 유리한 여건을 포기할 리가 있겠어? 내일처럼 발 벗고 나설 게 뻔하다.
최백수의 공상은 창공으로 날아오른다. 세 사람의 특성은 또 있다. 이승훈 청주시장이 통합 초대시장으로서 변혁을 이룩해야 할 입장이라면, 임각수 군수는 가장 낙후한 괴산에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김병우 교육감은 보수적인 충북교육에 파란을 일으킬 진보교육감으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중에서도 이승훈 시장의 모습이 유난히 커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지위로 보면 교육감은 도 단위 교육행정을 수행하는 수장이라 청주시장보다 한 단계 높다. 그렇지만 하는 일로 보면 청주시장만 못해 보인다.
청주시장은 종합행정을 수행하는 자리다. 교육감은 그 일부에 해당하는 전문분야다. 인구로 봐도 청주시장은 충북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니까 도지사와 비견할 만한 자리다. 가히 조선 시대 사또와 비교할 수도 있다.
사또는 어떤 자리인가. 3권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이다. 지금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일이다. 시장‧군수가 경찰서장을 겸직하고 있다고 해도 놀랄 일이다. 그런데 검찰 지청장까지 겸하고 있다면 경악할 일이 아닌가.
산천초목이 벌벌 떨 것이다. 그다음은 상상도 할 수가 없다. 법원 지원장까지 겸한다면…. 가히 나는 새도 떨어뜨릴 위세라고 할 수 있다. 맞다! 무소불위의 권세가 바로 이런 것이리라.
그러니까 남의 집 처녀를 불러다가 수청을 들으라고 윽박지르다가 말을 듣지 않으니까 옥에 가둘 수 있는 게 아닌가. 민주주의 시각으로 보면 어처구니없는 권력집중이다.
“정말 그렇기만 한 걸까?”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반드시 필요가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최백수의 시각이다. 하다못해 시궁창의 지렁이 한 마리까지도 제 역할이 있다고 본다.
최백수는 권력이 분립된 민주사회에서도 시장‧군수를 봉건주의 시절의 사또처럼 예우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도 단위 기관단체장들이 모이면 도지사가 관찰사 대접을 받는다. 시군 단위 기관장들이 모이면 시장‧군수를 사또처럼 예우한다.
“왜 그렇게 하는 걸까?”
권력으로 치면 법원장을 당할 사람이 있겠는가. 사람을 잡아 가두는 세력으로 치면 검찰을 당할 기관이 없다. 담배꽁초 버리는 것까지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은 경찰서장뿐이다. 경찰이 닥치는 대로 단속하면 숨도 못 쉴 것이다.
그런데도 도지사나 시장‧군수에게 서열 1위를 양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치단체장이 수행하는 행정이 종합행정이고, 행정의 기본이라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농사를 천하지 대본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사람이 먹고사는 일을 하는 농사는 사람을 잡아 가두거나 재판하는 일에 비해서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겉으로 보기엔 수사권을 행사하는 검찰이나 경찰이 화려해 보여도, 먹고 사는 문제가 선행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다.
이렇게 막중한 일을 하는 청주시장이 검찰에 불려가서 조사를 받더니, 그 부인까지도 불려갈지도 모른다는 보도도 있었다. 시청만 뒤숭숭한 게 아니라 지역사회가 동요하는 건 당연하다.
“왜 그럴까?”시장의 권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초대통합 청주시장이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권위가 떨어지면 밀어붙일 힘을 잃게 된다. 자연 사공이 많아지게 될 것이고, 배는 산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내일처럼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유다. 최백수의 차는 사직동 시계탑 사거리에서 어느 쪽으로 갈까 망설이고 있다. (매주 월수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