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청주시장의 살기위한 몸부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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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유기농엑스포는 세계란 말을 빼야했다. 충북도나 괴산군 유기농 축제라고 하면 적당할 것 같았다. 사실은 충북도란 말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각 시‧군에서 참가를 하지 않았으니까. 괴산군 유기농 축제라고 했으면 소박해 보였을 것이다.

    “만약 임 군수가 구속만 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허술하게 행사를 치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세계유기농엑스포란 말이 어울릴 수 있도록 치밀하게 행사준비를 했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해서라도란 말을 하면서 언뜻 스치는 생각이 있다.
    바로 사(詐)자라는 말이다. 정당한 절차를 밞아서 정직하게 해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단시일 내에 하기 위해서는 비상한 방법이 필요하다. 그것은 결국 남의 눈을 속이거나, 탈법적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국 임각수 군수가 이루어놓은 그 찬란한 업적도 다 그런 식이었단 말인가. 한두 번은 눈을 속일 수 있었지만 자꾸 반복하다가 꼬릴 잡힌 것일까?
    “꼬리가 길면 잡힌다더니…”
    최백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이해한다. 임각수 군수는 구속되기까지 자신을 옥죄여 오는 불길한 느낌을 사방에서 받았을 것이다. 처음 부인의 밭에 군비 2천여만 원을 들여 자연석으로 호안공사를 하도록 한 게 말썽이 나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코웃음을 쳤을 수도 있다. 내가 누구인가? 첩첩산중의 칠성 댐에 산막이 옛길을 만들어 둘레길 문화를 혁신한 장본인이라고 자만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날 누가 감히 건드려?”
    오기도 부렸을 것 같다. 그런데 점점 어둠의 손길이 다가오고 있었을 것이다. 처음엔 옷깃을 스치더니 팔을 잡았고, 다시 몸통을 붙들더니 결국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외식업체로부터 1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더니 징역 12년에 벌금 2억 원, 추징금 1억 원을 구형받았다. 재기 불능의 중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원대 기숙사 불법 건축에 관여한 혐의로 추가 기소를 당할 위기에 처한 상태다. 군수직을 상실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사실 이런 징후는 몇 년 전부터 감지되었을 것이다. 사방에서 목이 조여 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유기농엑스포 준비에 몰두할 수 있었겠나?
    불가능한 일이다. 누구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을 것이다. 직원들에게 지침만 내렸을 것이다. 확인할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말만 번지르한 행사가 되었을 것이라고 최백수는 상상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렇게 속이 빈 행사였는데도 이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능력이고 수단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언론은 다루기에 따라서 행정의 나팔수가 될 수도 있지만, 칼이 될 수도 있으니까.

    “역시 능력 있는 사람이야”
    이런 말을 중얼거리다가 멈칫한다. 그때는 이미 구속되어 있을 때이니 임 군수의 능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옥중출마자가 당선되는 현상처럼 오히려 동정을 받았을 수도 있다. 아무튼 언론은 얼마나 많은 관중이 입장하는 가에만 신경을 쓰는 듯했다.
    소가 뒷걸음을 치다가 쥐를 잡아도 잡은 건 잡은 것이다. 당초 60만 명을 목표로 행사를 준비했는데 100만 명을 넘겼으니 대박이 난 것이라고들 떠들었다. 여러 논란은 있지만 대박이 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은 국립 호국원을 유치해 공사가 한창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령에게 국가 차원에서 예우하고, 애국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교육장으로도 활용하기위한 국립묘지다.
    그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괴산군 문광면 광덕리 산 83-1번지 일대 90만9447㎡나 된다. 지난 10월에 착공해 공사가 진행 중이니 2017년 12월이면 준공된다. 학생군사학교 못지않게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래저래 괴산은 사람들로 들끓고 있다. 학생군사학교에 면회 오는 사람들, 산막이 옛길을 찾는 관광객, 중원대 학생들…. 괴산이 얼마나 변했는지는 부동산 경기를 통해서 확연히  알 수 있다.
    최백수는 허름한 미장원 건물을 괴산에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세도 잘 안 나오고 팔리지도 않았다. 늘 골치가 아팠지만 해결방안이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동산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하더니 천정부지로 값이 올랐다.

    “그때 팔지 말았어야 했는데…”
    강한 아쉬움이다. 몇 년 후 우연히 괴산을 지나다가 들러본 미장원 건물은 말끔히 리모델링되어있었다. 줄잡아 2-3배는 올랐을 것 같아보였다. 군수 하나 바뀌었는데 이렇게 지역이 변하다니?
    선거 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다. 누굴 뽑느냐에 따라서 지역사회가 변하고, 나도 변하는 것이다.

    지금 변해야할 곳은 바로 청주다. 막상 통합은 했지만 아직도 얼떨떨한 청주‧청원의 이질감을 해소하면서 오창 오송 등지에 벌여 놓은 대규모 사업들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 책임이 초대 통합시장에게 있다. 그렇게 막중한 책임이 있는 청주시장의 당선이 무효화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 세상에서 가장 급한 일은 무엇일까?  불이 나도 급하고 홍수가 나도 급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급한 것은 감옥에 가는 것을 막는 일이 아닐까? 당선이 무효화된다는 것은 감옥에 가는 일보다도 더 급한 일이다. 이승훈 청주시장이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매주 월수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