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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찾아 숨이 막히도록 뛰어다닌다.

무엇을 하든 다 사랑과 연결된다.

입력 2015-11-09 16:36 | 수정 2015-11-09 16:44

최종웅의 풍자칼럼 ‘사랑 타령(5)’

최백수는 지난 8월 오창으로 이사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아침저녁으로 황금 들판을 바라보며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음악을 튼다.
“사랑 찾아 행복을 찾아 숨이 막히도록 뛰어다닌다…”라는 노래가 경쾌하게 흘러나온다. 제목은 모르지만 사랑 타령이다.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삶을 살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사랑이다. 그래서 아침부터 숨이 막히게 뛰어다니는 게 아닐까.

대중가요가 그렇게 많지만, 사랑을 노래한 가요가 숱하게 많지만, 이 노래처럼 솔직하게 표현한 노래도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운전을 한다. 지금 최백수도 사랑을 찾아 청주로 가는 길이다.
당장 누굴 만나러 가는 길은 아니지만, 무엇을 하든 간에 다 사랑과 연결된다. 성공을 하면 사랑도 성공하는 것이고, 실패하면 사랑도 패배하는 것이다. 이 원칙이 바로 세상살이의 핵심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중에서도 ‘숨이 막히게 뛰어다닌다’는 가사가 그의 마음을 잡는다. 얼마나 열심히 사랑을 찾아 뛰어다니면 이렇게 다들 바쁘겠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팔결들은 날마다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처음엔 벼가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점점 농도를 더해 갔다. 마침내 사람을 홀리고 말았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금강산 제주도 낙동강…. 이렇게 많은 자랑거리가 있지만 가을과 비견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가을 하늘! 그것만으로도 황홀한데, 날마다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황금 들판은 가히 세계적인 자랑거리일 것이다.

최백수의 눈길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들판으로 향한다. 벼를 수확하기 전의 풍요로움은 사라졌다. 군데군데 하얀 뭉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을걷이가 끝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몇 년 전에 갑자기 등장한 하얀 뭉치들을 보면서 무엇일까 궁금했다. 벼를 수확하고 남은 집단을 소의 사료로 쓰기위해서 저렇게 포장해 놓는다는 소릴 들었다. 최백수는 시계를 본다.
아파트에서 30분에 출발했으니까 겨우 5분 지났다. 그런데 차는 오근장을 막 통과하고 있다. 신호등에 걸리지 않고 논스톱으로 달리면 성모병원까지 8분이면 족하고, 한두 번 신호에 걸려도 10분이면 충분하다.
문제는 출퇴근 때다.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차들로 정체되기 시작하면 20분도 걸리고 30분도 걸린다. “청주로 연결하는 길이 하나 더 있어야 하는데.”

오창은 점점 커지고 있다. 2산단이 완공 단계이고, 5,300가구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막 입주를 시작했다. 70만 평 규모의 오창 테크노 빌리지도 설계 중이다. 청주 테크노 빌리지와 오창과학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도 완공돼간다.

길 이름도 진로라고 지었다. 기업 이름을 딴 도로 명은 전국 처음이란 뉴스도 들었다. 그런데 개통을 하지 않고 있다. 그 길만 뚫리면 오창과학도시 사람들은 이 길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지금 한창 확장공사 중인 청주역-옥산 간도로까지 뚫리면 출퇴근 때도 정체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랑을 찾아 숨이 막히게 뛰어 다니는 사람들도 한결 수월할 것이다. 최백수는 러시아워 때의 진풍경을 생각하며 빙그레 웃는다.

별종들도 많다는 뜻이다. 차가 밀리면 차를 논둑길로 들이밀고 달리기 시작하니까.
“논둑길을 어떻게?”
놀랄 필요는 없다. 요즘 논둑은 옛날 흙길이 아니다. 시멘트로 잘 포장되어 있다. 눈치 빠른 데이트족들은 주차할 곳도 없는 도심을 배회하느니 차라리 시원한 들판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아무튼 러시아워의 혼잡은 오창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 어디서나 겪는 공통의 문제다. 최백수는 팔결다리란 말을 생각한다. 진천군 초평에서 발원한 미호천은 오근장과 오창의 중간을 흐르면서 비로소 미호천의 모습을 갖춘다.

진천 증평 내수 등지로부터 8개의 하천이 합류하면서 폭도 넓어지고 수량도 많아진다. 미호천은 까치네에서 청주의 무심천과 합류하면서 그 위세가 더욱 당당해진다. 충북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오창 강내 강외 들판을 적시고 조치원을 지나면서 비로소 금강의 모습으로 변한다.
‘팔결 다리!’
떠오르는 사람도 많고, 생각나는 말도 많다. 물길이 모이면 강이 되고, 강을 건너자면 다리가 필요하다. 그 다리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면 인연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 인연은 굴레가 되어 사람들을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만든다.
팔결 다리를 중심으로 두 개 세력이 형성되었다. 북쪽으로 오창이, 남쪽으론 오근장이…. 오창은 면소재였지만, 오근장은 일개 부락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늘 오창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곳이었다.
오창사람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청주로 중고등학교나 대학을 다녀야했다. 청주를 가자면 기차를 타거나 걸어 다녀야했는데, 어떤 경우든 오근장을 경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걸 잘 아는 불량배들이 노루목을 지키듯 길목을 노렸다.

자연 객지를 탈 수밖에 없었다. 미호천을 사이에 두고 오창과 오근장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 또 있었다. 바로 팔결 다리였다. 물고기를 잡기위해서, 철렴을 하기위해서, 소를 띠기기 위해서….
사람들은 물길이 만나는 팔결로 몰려들었고, 부딪치는 사람들은 더러 싸우기도 했지만 눈이 맞아 사랑을 나누는 청춘남녀들도 많았다. 그래서 오창과 오근장 사람들은 유난히 사돈이 많았다.

(매주 월수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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