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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임기자 김경태/ 보건학박사.ⓒ뉴데일리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 “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자의 강조한 말은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공약 경쟁의 현실을 정확하게 짚는다.
출마 선언과 함께 쏟아지는 공약들. 그러나 문제는 ‘얼마나 크냐’가 아니라 ‘누가 할 일이냐’다. 직위를 넘나드는 약속이 난무해 정치의 기본 질서가 흐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익숙한 장면이 반복된다.
구청장 후보가 도시철도 신설이나 국가산단 유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시의원 후보가 대형 종합병원 유치를 약속한다. 반대로 국회의원 출마 예정자는 골목 주차장 조성이나 생활 SOC 확충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다.
각각 필요성은 있지만, 권한과 역할을 벗어난 순간 공약은 ‘가능성’이 아닌 ‘과장’으로 변질된다.
예컨대 도시철도 건설은 광역단체와 중앙정부의 재정·계획이 결합한 사업이고, 국가산단 지정은 국가 산업정책과 직결된 사안으로 구청장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구조다.
종합병원 설립 역시 민간 투자와 국가 보건의료 정책이 맞물린 복합 영역으로 시의원의 역할은 이를 직접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예산을 점검하고 견제하는 데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동 행정 체계를 넘어서는 공약도 등장한다.
‘주민 추천 동장’과 같은 방식이 마치 가능한 대안처럼 제시됐지만 동장은 행정 책임성과 일관성을 전제로 한 임명직으로 참여 확대라는 취지와 별개이며, 제도적 한계를 넘는 약속은 또 다른 혼선을 낳을 수 있다.
정치는 역할의 분업이다.
국회의원은 국가 재정을 확보하고 제도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시장과 구청장은 그 재원을 바탕으로 지역 살림을 운영하며, 시·구의원은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그것이 본령이다. 이 기본 질서가 무너질 때, 공약은 실현이 아닌 실망으로 돌아온다.
도덕경의 또 다른 가르침처럼 “억지로 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할 수 없는 일을 약속하는 정치, 권한 밖의 일을 책임지겠다는 정치는 결국 신뢰를 갉아먹는다.
이제 유권자가 물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그 공약은 그 자리에서 가능한가".
공약의 크기가 아니라 정확성이 기준이 돼야 하며, 이름에 맞는 약속, 자리에서 가능한 실천. 도를 따르는 정치는 거창하지 않으며 다만 제자리를 지키는 데서 시작됨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