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7일까지 '당산 생각의 벙커'서 '천개의 감정, 만개의 표정' 기획 전시회
  • ▲ 당산 생각의 벙커 입구 전경.ⓒ 김영훈기자
    ▲ 당산 생각의 벙커 입구 전경.ⓒ 김영훈기자
    31일 오후 충북 청주시 대성동. 평범한 골목 끝에 자리한 문화공간 ‘당산 생각의 벙커’ 입구는 겉으로 보기엔 조용했지만 문을 여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한 때 방공호로 쓰였던 공간 안으로 발을 들이자 외부 소음은 순식간에 차단됐다. 콘크리트 벽이 만들어내는 묵직한 공기, 어둑한 조명, 그리고 통로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요즘 음악은 선명한데, 이건 편안하다”며 “계속 듣고 있어도 피곤하지 않은 소리”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기계 자체가 작품 같다. 시간이 담겨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전시장 한 쪽에서는 이진우 감독이 관람객들에게 직접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장비 앞에 서서 제작 시기와 기술적 특징을 짚어가며 이야기를 풀었다.

  • ▲ 전설이 된 기계들 부스 앞에서 이진우 감독이 설명을 하고 있다.ⓒ 김영훈기자
    ▲ 전설이 된 기계들 부스 앞에서 이진우 감독이 설명을 하고 있다.ⓒ 김영훈기자
    이 감독은 “1950~60년대는 오디오 기술의 기반이 완성된 시기”라며 “당시 설계된 스피커 구조와 진공관 앰프 기술은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날로그 오디오는 단순한 옛 기술이 아니라, 소리를 대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문화”라며 “그래서 지금도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장비만이 아니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장치처럼 작동한다.
    두꺼운 콘크리트 벽은 외부 소음을 완전히 차단하고, 좁은 통로는 관람객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늦춘다. 빠르게 지나가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결국 멈춰 서서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전시장을 빠져나오는 길, 처음 들어올 때와는 다른 감각이 남는다. 단순히 오래된 오디오를 본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소리를 몸으로 통과한 느낌이다.
    방공호라는 과거의 공간에서 울려 퍼진 아날로그의 음향은, 이날 관람객들에게 각기 다른 감정과 기억으로 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