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지산학연 브릿지 포럼 첫 강연공급망 재편 속 '저스트 인 타임' 넘어 '저스트 인 케이스' 강조
  • ▲ 김완기 전 특허청장은 23일 오후 충북대학교 학연산공동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지산학연 브릿지 포럼에서 '기업이 준비할 경제·안보·통상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표윤지 기자
    ▲ 김완기 전 특허청장은 23일 오후 충북대학교 학연산공동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지산학연 브릿지 포럼에서 '기업이 준비할 경제·안보·통상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표윤지 기자
    "과거의 경제 논리였던 적시 공급(Just-in-Time)만 고집하다간 기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제는 유사시 대비(Just-in-Case)를 함께 적용한 둔 BCP(Business Continuity Plan·업무연속성계획)가 기업 경영의 필수 조건입니다."

    김완기 전 특허청장은 23일 오후 충북대학교 학연산공동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지산학연 브릿지 포럼' 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충북도와 충북대학교, 청주상공회의소, 충북테크노파크 등이 공동 주관한 이번 포럼에는 지역 경제계 인사와 학계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강연에 앞서 박유식 충북대 총장 직무대행은 환영사를 통해 "충북대학교는 국가 산업 발전과 지역 혁신의 중심 대학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바이오, 배터리, 반도체, 모빌리티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산학연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브릿지 포럼은 지자체·대학·기업·연구기관이 지역 현안과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협력 플랫폼으로, 중앙정부 정책과 지역 전략을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올해부터 도내 주요 혁신기관과 협력을 확대해 포럼을 공동 운영하고 실질적인 성과 창출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이번 행사가 충북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협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 박유식 충북대 총장 직무대행이 23일 '지산학연 브릿지 포럼' 강연에 앞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표윤지 기자
    ▲ 박유식 충북대 총장 직무대행이 23일 '지산학연 브릿지 포럼' 강연에 앞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표윤지 기자
    김 전 청장은 현재 글로벌 환경을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주도하는 경제 안보 시대'로 정의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약화되고 미국 중심의 통상 질서가 강화되면서, 무역은 단순한 이윤 창출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양자컴퓨팅, 바이오, 희토류,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등 6대 첨단 산업을 지목하며 "이들 기술은 군사·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기업 전략 수립 시 기술 경쟁력과 안보 리스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강연의 핵심 키워드는 BCP였다. 코로나19와 요소수 사태 등을 거치며 확인된 공급망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위기 상황에서도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사전에 준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청장은 "공급망 다변화와 전략물자 수출 통제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특히 전략물자 관리 위반은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 우려에 대해선 "대기업이 전체 공급망을 관리하며 협력사를 지원하는 상생 구조가 정착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 역시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허 전문가답게 기술 보호와 데이터 활용에 대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김 전 청장은 "전 세계에 축적된 6억건 이상의 특허 데이터는 기술 융합의 보고(寶庫)"라며 "특허와 영업비밀을 전략적으로 구분해 관리하고, AI를 활용해 도메인(특정 분야)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 ▲ 강연 후 김학도 충북대 특임교수(왼쪽)와 김완기 전 특허청장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표윤지 기자
    ▲ 강연 후 김학도 충북대 특임교수(왼쪽)와 김완기 전 특허청장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표윤지 기자
    김학도 충북대 특임교수는 질의응답에서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 공급망 충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공급처 다변화나 재고 확보가 비용 부담으로 쉽지 않다"며 "기업들이 BCP 차원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김완기 전 특허청장은 "공급망 안보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기관이 함께 대응해야 하지만 결국 핵심은 대기업의 역할"이라며 "대기업이 전체 공급망을 관리하면서 중소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적시 공급(Just-in-Time)'뿐 아니라 유사시를 대비하는 '저스트 인 케이스(Just-in-Case)' 전략을 병행해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질문에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 투자 방향과 글로벌 리스크 대응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김 전 청장은 "주식 시장은 예측이 쉽지 않지만, 반도체·배터리·AI 등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맞닿아 있는 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과 미국 간 갈등과 관련해 "이란은 글로벌 제조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산업 전반의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에너지 측면에서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각국이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병행하는 구조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우리 기업은 원유·가스 등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에 대해 "정권이 바뀌어도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AI 기술과 특허 문제와 관련해선 "현행 법체계상 특허권자는 사람으로 한정되지만, AI 활용은 불가피한 만큼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 ▲ 23일 오후 충북대학교 학연산공동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지산학연 브릿지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표윤지 기자
    ▲ 23일 오후 충북대학교 학연산공동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지산학연 브릿지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표윤지 기자
    이제승 충북도 경제통상국장은 이날 불참한 김영환 지사를 대신해 축사를 대독하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 지역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이 국장은 "최근 세계 경제는 고물가·고금리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및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며 제조원가와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지역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충북도는 국제 정세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비상경제 대응체계를 운영하고, 지역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 브릿지 포럼은 오는 5월 26일 충북대학교 학연산공동기술연구원에서 열린다. 이날 포럼에선 전유덕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산업혁신본부장이 '산업기술정책과 혁신생태계'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 ▲ 참석자와 내빈들이 23일 오후 충북대학교 학연산공동기술연구원 1층 로비에서 '지산학연 브릿지 포럼' 강연 전 네트워킹 시간을 갖고 있다. ⓒ표윤지 기자
    ▲ 참석자와 내빈들이 23일 오후 충북대학교 학연산공동기술연구원 1층 로비에서 '지산학연 브릿지 포럼' 강연 전 네트워킹 시간을 갖고 있다. ⓒ표윤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