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병가로 중단된 학교급식… 도시락 대체에 학부모 “교육권 침해” 반발글꽃중·둔산여고 등 조리원 노동환경 개선 요구에 예산·행정의 한계… 학생만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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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 글꽃중의 미역 없는 미역국.ⓒ독자제공
대전 글꽃중학교와 둔산여고에서 벌어진 조리원 병가와 파업 사태는 단순한 한 끼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 벌어진 복합적 갈등의 축소판이자, 구조적 책임 공백이 드러난 사례다.“도시락으로 급식을 대체하고 있다”는 교육청의 설명은 차분해 보이지만, 현실은 심각하다. 조리원 8명 중 7명이 병가를 낸 학교도 있고, 파업으로 식재료만 준비한 채 퇴근한 학교도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은 ‘건강한 한 끼’라는 기본권을 잃고 있다.조리원들의 요구는 단순한 처우 개선을 넘어선다. ‘전처리·반조리 제품 우선 구매’, ‘방학 중 상시직 전환’ 등은 급식의 질과 노동의 지속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교육청은 예산과 행정의 벽을 이유로 “답답한 상황”이라며 대화만 촉구하고 있다.문제는 이 갈등이 결국 학생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일부 학교에선 당일 파업 통보로 전원이 점심을 거른 채 하교했고, 학부모들은 릴레이 1인 시위로 반발했다. 급식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교육의 일부라는 사회적 합의는 있었지만, 정작 실천은 여전히 뒷전이다. 아이들의 식사는 어른들의 ‘협상 테이블’ 아래로 밀려나 있다.대전의 조리원 1인당 평균 식수 인원이 100명이 넘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미역 없는 미역국’은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말해준다. 교육청이 내놓은 대체인력전담제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지금 필요한 건 ‘노사 간 교섭 재개’라는 선언이 아니라, 조리노동의 가치를 교육의 관점에서 재정립하고 예산과 인력 배치의 기준을 바꾸는 일이다. 조리원도, 영양교사도, 학부모도 모두 ‘을’인 구조 속에서, 진짜 책임을 져야 할 ‘갑’은 누구인가.학생 1656명의 식판은 오늘도 불완전하다. “아이들을 위해 고민해달라”는 교육청의 말이 진심이라면, 그 고민은 지금 당장 실행으로 옮겨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