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세금, 대전에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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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태 기자.ⓒ뉴데일리
대전시와 대전교육청이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 관람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공연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한 ‘학생 문화예술 관람 지원사업’이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휩싸였다. 애초 사업의 취지는 좋았지만, 실제로 지원금 대부분이 대전 지역이 아닌 광주의 업체로 흘러가면서 지역 공연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대전문화재단을 통해 진행된 이 사업은 지역 학생들에게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계를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 사업에 배정된 6억 원의 예산 중 80%가 광주 지역 업체에 돌아갔다. 올해도 7억 원의 예산 중 5억 6000만 원이 관람비로 편성됐지만, 여전히 대전 업체들이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지역 공연계, “대전의 예산이 왜 광주로?”가장 큰 문제는 대전 공연계가 배제된 채 외부 업체가 사업을 독식한 구조적 문제다. 광주 업체가 대전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단체 관람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대전 학생들이 지역이 아닌 광주 공연장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일이 빈번해졌고, 대전 공연계는 지원에서 소외된 셈이 됐다.대전 지역 공연 관계자들은 “이 사업은 대전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인데, 결국 대전의 세금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사업이 외부 업체에 돌아간 이유로 ‘공연의 품질’이 거론됐지만, 정작 그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이며, 누가 어떻게 결정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대전 지역 공연단체들은 “우리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행정의 불공정성을 지적하고 있다.◇대전문화재단의 개선책, 실효성 있을까?논란이 확산하자 대전문화재단은 지난 17일 대전시의회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세 가지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첫째, 관람비 집행액 상한선을 도입해 특정 업체가 과도한 예산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하고. 둘째, 단체 관람 예매를 제한해 특정 업체가 독점하는 구조를 개선하며, 마지막으로, 실현 장소를 제한해 지역 내 공연장이 우선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이러한 조치가 시행되면 대전 지역 공연단체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대전교육청은 여전히 다른 지역 공연업체의 공연 품질과 학생 이동 편의성을 이유로 지역 제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결국, 지역 공연계와 교육청 간의 시각 차이가 해소되지 않는 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행정의 허술함이 만든 갈등, 해법은?이번 논란을 통해 드러난 핵심 문제는 대전시와 교육청이 사업의 본래 목적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지역 공연계와 협력할 체계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문화예술 지원사업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공연을 관람할 기회를 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예술계와 상생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 공연계는 점점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학생들도 지역의 문화예술을 경험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대전시와 교육청은 ‘공연 품질’ 논란을 내세우며 외부 업체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견해지만, 애초에 지역 공연단체들에 충분한 기회가 주어졌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대전의 공연단체들이 정당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대전 시민들이 낸 세금은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한다. ‘대전의 세금은 대전에서’라는 기본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행정이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개선책이 아니라, 지역 공연계와 교육계가 상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