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2025년 광복 80주년…서울에 제2독립기념관 추진
  • ▲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2024 천안 K-컬처박람회’.ⓒ천안시
    ▲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2024 천안 K-컬처박람회’.ⓒ천안시
    국가보훈부가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과 별개로 서울에 ‘제2독립기념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독립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이종찬 광복회장도 찬성하고 나서 수도권에 제2독립기념관 설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보훈부는 9월 28일 2025년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245억원을 들여 가칭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을 2027년까지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설립 이유는 “국내에서 일어난 교육·문화·계몽·학생운동 등 다양한 독립운동 분야를 국민에게 널리 알려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후대에 계승하고자 한다”며 “기존 독립운동 관련 기념관은 해외 무장투쟁 등의 중심 또는 인물 위주로 돼 있어 다양한 독립운동을 알리기에는 미흡했고, 국민이 더 쉽게 찾도록 수도권에 기념관을 지을 필요하다”고 했다.

    먼저, 보훈부가 서울에 건립을 추진하는 제2독립기념관 건립은 이유가 궁색하다. 독립기념관은 역사적, 지리적 배경과 독립 운동의 과정을 조명하며, 국민들에게 역사적 자부심과 민족적 정체성을 고취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첫째, 독립운동의 국가적 상징성과 겨레의 성지인 천안독립기념관이 해외 무장투쟁 등의 중심과 독립운동 인물 위주인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조선 말기 일제 침략으로 36년간 나라를 빼앗겨 이를 되찾으려 우리 선열들이 목숨 걸고 무장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독립기념관의 콘텐츠가 무장 투쟁과 당시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을 중심으로 전시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한다. 

    물론 1987년 8월 15일 개관한 천안독립기념관은 한민족의 국난극복사와 국가발전사에 관해 한정된 전시 콘텐츠를 21세기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 국민 성금 500억원으로 건립된 천안독립기념관이 광복 79년이 흐른 작금의 현실에서 보면 콘텐츠가 낡고 새롭지 못할 수 있다. 이것은 많은 국민이 찾지 않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독립기념관이 국민 정서나 트렌드 변화를 발 빠르게 선도하지 못한 것도 이같은 ‘화(서울 제2독립기념관 설립 추진)’를 불러온 원인이다.

    둘째, 민족의 성지인 천안 독립기념관은 유관순 열사 등 독립투사의 애국 혼이 깃든 데다 국토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당시 정부와 전 국민이 찬성해 건립됐다. 천안독립기념관이 수도권과 거리가 멀다면 건립 당시 왜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겠는가.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는 천안을 선택한 이유는 충분히 합리적인 타당성을 갖고 있다. 그런 만큼 천안독립기념관은 국내 유일 독립기념관으로써 충분히 존재할 가치가 있다. 

    서울에 제2독립기념관을 지어야 할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타당성이 빈약하다. 천안독립기념관은 독립운동의 현장성과 독립운동 인물, 그리고 ‘독립운동의 성지’ 등을 고려해 건립됐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에서 유일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서울에 전시 공간을 활용하면 충분하다.   

    천안독립기념관 건립 37년간 이렇게 좋은 시설을 지어놓고서도 정부는 지리적으로 멀다는 이유 등으로 3‧1절과 8‧15 광복절 경축식을 거의 하지 않는 등 외면했다. 정부는 애국지사와 광복회원들의 고령과 원거리, 날씨 여건 등 실내행사를 선호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연다. 최근에 대통령과 정부 주요 인사가 독립기념관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정치권 인사가 독립기념관을 찾지 않으니 독립기념관을 찾는 국민도 점차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37년간 누적 관람객 6000만여 명이 독립기념관(소장자료 10만7000여 점)을 찾았다. 연간 162만여 명, 하루 4400여 명이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것이다. 코로나 범유행 당시에는 국민이 독립기념관을 거의 찾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독립기념관을 찾는 이들은 현저히 줄고 있다. 오죽하면 천안시와 독립기념관이 독립기념관에서 2년째 ‘천안 K-컬쳐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독립기념관 활성화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보훈부가 독립기념관을 활성화하기는커녕 외면하며 서울에 제2독립기념관을 짓겠다고 하니 한마디로 ‘열불’나고 속이 뒤틀린다.

    보훈부가 교육·문화·계몽·학생운동 등 다양한 독립운동 분야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겠다고 했는데 천안독립기념관에서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서울에 있으면 더 잘되고 지방에 있으면 안 된다는 이유인가? 이런 잘못된 시각부터 고쳐먹지 않으면 아무리 소중한 선열의 독립정신을 이어받은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셋째, 먼저 천안 독립기념관부터 활성화부터 해야 한다. 새롭지 못한 콘텐츠도 바꾸고 21세기에 맞게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 거액(245억원)의 국민 혈세를 들여 제2독립기념관을 짓겠다고 하는데, 정부가 세수 부족으로 한국은행에서 돈을 차입해 쓰는 심각한 국가재정 부족 상황이 아닌가. 그런 만큼 제2독립기념관을 건립하기보다는 독립기념관에 정부가 바꾸고 싶은 다양한 콘텐츠를 현실에 맞게 하면 된다. 수도권에서 천안은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기존에 지어진 독립기념관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벌써 야당은 정부의 제2독립기념관 건립 추진에 반대하며 기념관 설립 철회를 촉구했다. 보훈부가 내년에 예산을 반영하더라도 국회 다수당이 야당이라는 점에서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 충남도와 천안시도 충청도민, 지자체와 공조해 보훈부의 제2독립기념관 건립을 막아야 한다. 

    가뜩이나 충남도민과 천안시민은 최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과 관련해 정치권(야당)과 광복회 등의 충돌로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충남도민과 천안시민은 민족의 성지인 독립기념관이 논란의 중심으로 부각되거나,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보훈부가 제2독립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하니 또다시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니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보훈부가 서울에 제2독립기념관을 설립하면 천안 독립기념관은 무용지물이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민족의 힘을 하나로 모은 역사성(歷史性)을 지닌 독립기념관은 대표성과 위상 약화는 물론 숭고한 가치까지 훼손할 수밖에 없다. 독립기념관은 결국 찾는 사람이 없이 잡초만 무성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