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신보 “문화재단서 갑자기 도움 요청… 예비비 3천만원 지출” 노조 “3천만원, 소상공인 수백명에 이자 등 지원할 수 있는 돈” “2029년 8월까지 ‘내부결재 비공개’…26일 공개전환 확인” 충북문화재단, 17일 100여명 참석 행사에 수천만원 ‘지출’“문화행사 빌미 산하기관 압박 지원 받아내는 관행 없어져야”
  • ▲ 충북문화재단이 지난 17일 개최한 ‘2024 문화의 바다 열음콘서트’개막식. 충북문화재단이 예산 1억원을 투입해 치른 행사에 1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독자제공
    ▲ 충북문화재단이 지난 17일 개최한 ‘2024 문화의 바다 열음콘서트’개막식. 충북문화재단이 예산 1억원을 투입해 치른 행사에 1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독자제공
    충북신용보증재단이 최근 급조한 충북문화재단의 행사에 긴급한 상황에 사용해야 할 예비비 3000만원을 후원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26일 충북신용보증재단 등에 따르면 충북문화재단은 지난 17일 충북개발공사에서 개최한 ‘2024 문화의 바다 열음콘서트(충북도민 문화향유 2024 썸머 페스티벌)’에 1억원 가까운 거액을 들였지만, 참석자는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공사 가족 등 100여 명에 불과해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충북문화재단은 애초 8‧15일 광복 79주년 기념 도민축제인 ‘충북도민 문화향유를 위한 썸머페스티벌’을 위해 청주상당공원 도로를 막고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이틀을 늦춰 지난 17일 충북개발공사 주차장에서 개최했다. 개최 목적은 충북도민을 대상으로 양질의 공연과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충북문화재단 주관 행사 후원을 통한 지역사회 공헌이다. 

    문화행사는 오후 3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0분 동안 김영환 충북도지사 인사말과 축사, 페스티벌 퍼포먼스, 개막공연(지역 가수), 2030워터밤(대중가수) 등을 진행했다.

    충북신용보증재단 노조 관계자는 “충북문화재단 주최 행사에 쌈짓돈처럼 3000만원을 후원했고, 내부결재를 2029년 8월까지 열람하지 못하도록 비공개로 제한한 사실을 확인한 뒤 문제를 제기했다. 26일 오전에 비공개 내부결제가 공개로 전환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충북신보가 충북문화재단이 연계 기관에 협조해서 좋은 행사를 기획했다면 예비비 3000만원 지원 사실을 ‘비공개’로 할 사유가 전혀 없었다. 더구나 ‘2024 문화의 바다 열음콘서트는 충북신용보증재단과 지원 항목도 맞지 않는다”며 “애초 비공개로 내부결재를 한 것을 보면 충북신보가 충북문화재단에 부적절한 지원했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비비는 말 그대로 예측이 안 되는 급박한 상황에 사용하도록 편성한 예산이지만, 충북신용보증재단은 지역경제가 장기침체로 이어지면서 문을 닫는 소상공인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 지원 등에 써야 할 예비비 3000만원을 낭비성 행사에 무의미하게 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 2024 문화의 바다 열음콘서트장면.ⓒ독자제공
    ▲ 2024 문화의 바다 열음콘서트장면.ⓒ독자제공
    충북신보 노조 관계자는 “예비비 3천만원 지원은 말 그대로 정말 위기 상황에 지출해야 하는 중요한 예산인데 충북문화재단이 주최한 행사에 명분 없이 쌈짓돈처럼 거액을 지출했다”며 “게다가 2029년 8월까지 직원들이 지출과 내부결재를 확인할 수 없도록 비공개 제한한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26일 오전에 비공개에서 공개로 전환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충북신보의 문화재단 급조행사에 지원한 것은 제삼자 뇌물공여와 뭐가 다르냐. 이 문제는 충북도의회 2024년 행정사무감사에서 반드시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앞으로 문화행사 등을 빌미로 산하기관을 압박해 지원을 받아내는 ‘갑질 관행’이 이번 기회에 없어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문화재단이 지난 17일 개최한 문화행사에는 김영환 충북도지사 등 100여 명이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를 후원한 충북신용보증재단과 충북개발공사 직원들조차 “문화행사를 하려면 제대로 치러야지 1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가면서 왜 이렇게 졸속으로, 급박하게 행사를 추진했는지 모르겠다”며 “김영환 지사를 빛나게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행사 졸속 추진으로 도지사를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충북신보가 애초 내부결제를 2029년 8월까지 열람하지 못하도록 비공개(공개 제한)한 것과, 충북문화재단의 행사비 3천만원을 예비비에서 지출한 것은 향후 충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등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신보 관계자는 예비비 3000만원의 충북문화재단 지원과 관련해 “충북문화재단에서 갑자기 (문화향유 행사) 도움 요청이 들어와서 예비비를 지출했다”며 “내부결재 비공개는 애초 충북문화재단에서 문화행사가 확정되지 않아 비공개를 요청했고, 문화행사가 끝남에 따라 지난 21일 비공개에서 공개로 전환했다”고 해명했다.

    충북문화재단이 주최한 행사에는 충북신용보증재단 3천만원, 충북개발공사가 50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본보는 이날 취재 과정에서 충북문화재단에 정확한 문화행사 예산 지출과 참석자 수 등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