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화장품·전자제품 등 안 파는 것이 없네…전통시장처럼 느껴져” [뉴데일리 특집] ‘유통 공룡 농협하나로마트유통’ 집중 해부 ‘진심을 판다 안심을 산다’는 슬로건 무색…“‘商道’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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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물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농협하나로유통(대표 염기동)이 마치 전통시장처럼 의류‧패션‧잡화 등을 판매하는 ‘종합잡화상’으로 바뀌고 있다.20일 농협하나로유통에 따르면 전국 농협하나로마트를 지도‧지원하는 농식품 전문 유통기업으로서 2015년 3월 2일 출범한 농협하나로유통은 농‧축산물 직거래로 농업인에게는 실익을 제공하고 고객에게는 저렴하고 안전한 우리 농‧축산물을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다.‘진심을 판다, 안심을 산다’ 슬로건으로 설립된 농협하나로유통은 믿고 찾는 우리 농‧축산물공급이 핵심가치이며, 안전한 농‧축산물 공급과 고객 만족을 위한 섬김 경영을 소중한 경영이념으로 삼고 항상 고객의 신뢰 향상을 사명으로 두고 있다.비전으로는 우리 농산물 판매역량 농축협 마트 경쟁력 강화, 사업 체질 개선 및 신(新)성장동력 확충이며, 농축협마트 경영개선 기반 제공, 농축협마트 지도‧지원 강화, 조직구조 개선 및 전문인력 육성, 인프라 확충 및 신(新)성장사업 육성을 모토로 내걸고 있다.◇농‧축산물공급 핵심가치…안전한 농‧축산물 공급 ‘비전’사업 분야는 하나로마트 사업, 식자재 사업, 가공사업부, 농기업생필부, 학교급식사업, 온라인쇼핑사업-농협몰이며, 조직도는 대표이사 아래 △경영기획본부(경영기획부, 경영지원부, 마트교육원) △상품본부(상품사업부, 가공사업부, 농기업생필부) △농축산물류본부(농축산판매부, 농축산구매부, 물류혁신부) △옴니마케팅본부(마트마케팅부, 옴니채널부) △마트지원본부(마트지원부, 마트혁신부)를 두고 있다.그러나 농협하나로유통은 홈페이지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의류‧패션‧잡화 등을 판매한다는 설명은 없다.따라서 ‘유통공룡’ 농협하나로마트유통이 기본 설립목적과 달리 전통시장과 유사한 제품 등을 취급하면서 중소상인과 경쟁하자 중소상인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전통재래시장과 중‧소 상인들은 자본력과 규모에서 거대 ‘공룡 하나로마트’와는 경쟁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전국에 유통센터 12개·하나로마트 14개·농산물유통센터 3개 등농협하나로유통은 △유통센터 12개(고양, 성남, 수원, 목포, 달성, 김해, 군위, 울산, 광주, 삼송, 양주, 동탄) △하나로마트 14개(신촌, 포항, 성서, 창원, 반림, 남양, 사파, 옥동, 남악, 서대문, 세종청사, 양산, 봉담, 청라) △농산물(농식품) 유통센터 3개(안성, 영남, 호남) △물류 지사 5개(강원, 중부, 경북, 경남, 호남)를 두고 있다.특히 농협하나로유통은 ‘임직원 윤리강령(제3조)’에는 ‘농업인, 고객이 우리의 존재 이유이자 목표라는 인식에 따라 항상 농업인 고객을 존중하고 농업인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농업인 고객을 모든 행동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고 했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이 취급하는 잡화류까지 취급하는 것은 기업윤리는 물론 ‘상도(商道)’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임직원은 자유경쟁의 원칙에 따라 시장경제질서를 존중하고 경쟁사와는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선의의 경쟁을 추구한다(제17조)고 했다.게다가 농협하나로유통 임직원 윤리 헌장에는 ‘농업인의 농식품유통 전문기업으로 자유경쟁의 시장질서를 존중하며 모든 이해관계자와 상호 협력하는 공동체적인 관계를 구축해 공동의 번영을 추구한다는 내용과도 배치된다.특히 홈페이지 농‧축협 브랜드 상품소개란에는 대용식, 반찬류, 곡류, 양념, 원물가공, 간식, 음료‧차‧유가공‧숙취해소제‧식자재유통을 소개하고 있다.농협하나로유통은 전국 지역 농‧축협에 생필품 공급 사업 및 농‧축협을 통한 안전‧신선‧고품질의 농‧축산물을 소비자에게 정직하게 공급하고, 식자재 사업은 요식업 등 사업장 회원을 대상으로 품질이 검증된 바른 먹거리를 공급해 올바른 외식문화 정착하고, 학교급식사업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건강한 학교급식을 구현하며, 온라인쇼핑사업(농협몰)은 새로운 유통트렌드에 따라 국내 최대의 농축산물 직거래 인터넷 쇼핑몰의 농협몰을 통해 농‧축산물 판로를 확대하는 것이다.◇농협하나로마트 판매물건은?하나로마트 청주점과 대전점 매장에는 농식품과 식자재‧꽃, 농‧식자재 도매 등은 물론 이불, 화장품, 의류(남성‧여성복, 속옷, 여성 의류), 침대, 안경, 플라스틱제품, 문구, 전자제품(선풍기 등), 각종 세제, 반찬통, 주방용품, 신발, 자동차제품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종합잡화상’으로 바뀌었다. 청주점에는 먹거리 판매대까지 입점해 있다.하나로마트대전점 역시 같은 상황이다. 대전점은 매장에는 농‧축산물부터 의류(양복, 양말‧속옷‧란제리) 문구, 세제, 반찬통, 고무장갑, 가전제품, 안경 등을 망라하고 있다. 대전점에 들어서면 마치 전통시장에 온 느낌이 확 들 정도다.대전점은 창립 29주년을 맞아 4월 25일부터 5월 22일까지 5만원 이상 구매자에게 자동차(‘코나를 잡아라’)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점은 추첨을 통해 3명의 고객에게 자동차를 증정할 예정이다.청주점은 대전점보다 소상공인들이 취급하는 상품을 더 많이 취급한다. 청주점 매장에 들어서면 입구부터 의료 등으로 꽉 채워져 있어 입이 딱 벌어진다. 매장에는 전통시장에서 볼 수 있는 종합잡화상으로 없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소상공인 취급 제품까지 손 대는지…소상공인들 ‘불만’농협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전자제품과 의류‧신발 등의 제품은 구색을 갖추기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이라며 “농산물 위주로 집중해서 판매하고 있고 마케팅 역량도 다 농산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다 보니 고객이 왔을 때 구색이 좀 다양해야 고객들이 많이 오고 그래야 농산물 판매도 더 활성화된다”고 해명했다.이와 관련해 박 모 씨(50,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1동)는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에 가면 없는 것이 없다. 마치 전통시장에 온 것 같다. 머리빗부터 가전, 옷, 안경, 여행상품까지 전시‧판매하고 있다. 하나로마트 전시 판매상품만큼 전통시장은 매출액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거대 공룡 하나로마트가 왜 소상공인들이 판매하는 제품까지 손을 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이렇게 소상공인 업종까지 침해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나타냈다.청주육거리시장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농산물도매시장 농협이 꽉 잡고 있는데 산지인과 경매인에게 수수료를 받고 있고, 은행에서 흑자를 보고 있다”며 “하나로유통이 공룡화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청주하나로유통에 가봤는데, 농수산물은 그렇다 하더라도 전통시장과 겹치는 물건에 대해서는 판매를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전국 최대 전통시장인 대전 중앙시장 관계자는 “코로나 19 때문에 변화가 많다. 농협하나로유통이 농축산물을 판매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과 겹치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