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도 뜨거운 햇빛 아래 주민들 돗자리 깔고 음악회 관람"무더위 예고됐으면 조립식 행사용 텐트 준비·설치 했어야"한달 앞 다가온 체전 준비는 모든 상황 대비해 철저 준비를
  • ▲ 충북혁신도시 두레봉 공원에서 13일 열린 도민체육대회 기념 야외음악회에서 주민들이 띄엄띄엄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양승갑 기자
    ▲ 충북혁신도시 두레봉 공원에서 13일 열린 도민체육대회 기념 야외음악회에서 주민들이 띄엄띄엄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양승갑 기자
    제63회 충북 도민체육대회를 기념하기 위해 13일 오후 충북혁신도시 두레봉 공원 야외음악회 공연장에 도착한 기자는 주위에 펼쳐진 광경에 말문이 막혔다. '공연 시간을 잘못 안 것이 아닌가'하고 프로그램을 살펴보았으나 분명 4시 공연이었다. 무대 위에서는 50여명의 교향악단이 자리하고,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첫 곡 연주가 시작했다. 

    그러나 무대 앞 잔디밭에는 교향악단 단원 숫자와 비슷한 규모의 관람객만이 자리를 깔고 띄엄띄엄 앉아있었다. 갑작스러운 초여름 날씨로 인해 따가운 햇빛 때문에 잔디밭에 앉아있기가 쉽지 않았다. 좌우 나무 그늘에도 많지 않은 주민들이 가족들과 앉아있었다. 그야말로 음악회가 열리는 곳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어색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진천군의 음악회 준비가 실망스러웠다.

    진천군은 팝페라 4인조 그룹 ‘디크로스’ 와 소프라노 정하은, 50여명으로 구성된 진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이 출연해 멋진 공연을 펼칠 것이라고 홍보했다. 군 관계자는 '따듯한 봄 날 연인,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즐거운 공연을 준비 했다'며 '곧 열릴 제63회 충북도민체육대회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음악회장 모습은 '음악회 주민 무관심'이 아니라 '음악회 주민 무시'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더욱이 이 상황이 도민체육대회에 대한 '주민 무관심'으로 이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마저 엄습했다.
  • ▲ 13일 괴산군에서 열린 음악회 장면. 햇빛을 가리기위해 주죄측이 설치한 조립식 텐트 속에서 주민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양승갑 기자
    ▲ 13일 괴산군에서 열린 음악회 장면. 햇빛을 가리기위해 주죄측이 설치한 조립식 텐트 속에서 주민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양승갑 기자
    일기예보에 몇 일 전부터 주말 무더위가 예고됐다. 그렇다면 공연을 준비하는 부서에서는 잔디밭에 야외용 조립식 텐트를 설치해 주민들이 햇빛을 피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준비했어야 한다.  야외 공연을 기획했다면 날씨 변화에 대비한 다양한 준비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날 공연장에는 무더위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사전에 알린 대로 '관람객이 돗자리를 직접 지참해 잔디밭에 자유롭게 자리를 정해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전부였다. 갑자기 찾아온 29도의 뜨거운 여름 날씨 속에 주민들이 손으로 햇빛을 가린 채 공연을 관람하도록 방치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단순히 날씨 탓으로 돌릴 문제는 아닌 듯 했다. 음악회 기획과 준비 실패가 분명하다. 진천군은 혁신도시 주민들에게 도민체전을 홍보하고, 참여를 적극 권장하기 위해 혁신도시 공원에서 야외 음악회를 기획했다고 한다. 혁신도시에는 실내 공연장이 없기 때문에 야외 공연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공연을 앞두고 덕산읍과 혁신도시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음악회를 알리는 가로등 현수막이 걸렸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홍보도 펼쳤을 것이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된 후  잔디밭과 나무 그늘 공연장 모습은 뜨거운 날씨와 달리 썰렁했다. 

    진천군은 주민들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도민체전 참여를 진정성 있게 독려하려 했다면 음악회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를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했어야 한다. 주민들에게 좋은 야외 연주를 선보이기 위해 많은 연습을 하고, 무더위 속에 무대에 오른 단원들의 노력도 무색해졌다. 많은 예산과 많은 인원이 준비한 클래식 야외 공연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이제 충북도민체전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송기섭 군수는 "진천을 찾는 모든 방문객에게 ‘진천이 하면 체전도 다르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17년 만에 진천에서 열리는 도민체전의 성공 개최를 위해 남아있는 기간 동안 모든 상황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