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괴목(怪木)의 진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산행 [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진천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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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뢰산(해발 611m)은 충북 진천군 진천읍·백곡면과 충남 천안시 병천면과 경계를 이루지만, 정상은 도(道)경계에서 진천 쪽으로 약 400m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 산은 진천에서 가장 높은 명산이다. 옛 지명으로는 만노산, 보련산, 금물노산 또는 이흘산으로도 불리었다.이 산은 조선시대 병자호란을 맞아 조감 선생과 유창국 선생이 청나라 군대를 패퇴시킨 전승지다. 만뢰산을 오르기 위해 진천읍 연곡리에 위치한 보련마을을 찾는다. 연곡리(蓮谷里)는 주변에 도덕봉, 약수봉, 옥녀봉 등 아홉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마치 한 송이 연꽃이 피어난 모습처럼 아름다워 예부터 명명되어 왔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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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련마을의 ‘연곡리 민원상담실’ 건물 옆에 주차하고, 보련골 상징물의 좌측 방향으로 포장길을 따라 오른다. 첫 번째 상행 세거리에서 좌측으로 이동한다. 이정목의 도솔암에는 까만 칠을 해놓았다. 두 번째 상행 세거리에서 도솔암 방향으로 가파른 포장길을 계속 오른다.쓰러진 건물이 눈에 띈다, 지붕의 절 표시를 보고 도솔암 사찰이었음을 짐작한다. 그래서 이정목에 도솔암 방향지시에 까맣게 칠해 놓은 것 같다. 네이버 지도에는 도솔암에서 만뢰산으로 이어지는 등산코스가 표시되어 있다. 이 코스를 이용하고자 했으나 실제 와보니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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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상행 세거리로 돌아가서 만뢰산·보탑사 방향으로 가야한다. 그러나 우리는 옛 도솔암 옆으로 조림 작업을 위해 만들어진 임도를 따라서 만뢰산 주능선을 오르기로 한다.조림지의 흙길을 지그재그로 오른다. 벌목한 자리에는 듬성듬성 커다란 소나무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빈자리에는 식재한 자그마한 푸른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조림지를 벗어나 참나무 군락지를 거쳐 주능선에 오르려고 하는데, 가시덩굴이 호락호락하게 허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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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바위가 많은 곳을 선택해 가시덩굴이 적은 길로 조림지를 벗어나 가파른 참나무 군락지를 오른다. 갈색 낙엽이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산길을 가쁜 숨을 들어 마시며 올라 갈미봉 부근의 주능선에 이른다. 이곳에서 우측 방향으로 가면 갈미봉이 지척이지만 우리는 좌측 방향의 만뢰산으로 향한다.흙길인 등산로 위로 갈색 낙엽이 떨어져 수북하게 쌓여있다, 마치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지니 몸과 마음이 더 없이 즐겁고 여유롭다. 마치 도를 닦은 사람이 옥을 품고도 갈옷을 입는 것처럼. 등산로에는 거의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수령이 오래된 참나무들이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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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쪼개 놓은 참나무와 밑동이 다양한 모양의 참나무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상상의 폭을 넓게 한다. 참나무 껍질에 기생하는 이끼를 보니 세 계절 동안 이 숲이 얼마나 울창하였는지를 가늠케 한다. 등산로에서 처음 만나는 바위인 석문을 지나 만뢰정(萬賴亭)에 이른다.만뢰정 옆에는 만뢰산의 유래 소개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100m을 더 진행하면 만뢰산 정상에 이른다. 만뢰산 정상석과 등산안내도가 한쪽 곁에 자리하고 있고, 바로 그 아래 삼각점이 위치해 있다. 정상은 헬기장으로도 사용하는지 너른 평지가 형성되어 있고 억새 무리도 한 몫을 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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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만뢰산 등산안내도를 보니 네이버 등산코스와 다름을 발견한다. 도솔암에서 올라오는 산행코스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오늘처럼 보련마을에서 갈미봉을 거쳐 만뢰산으로 이어지는 산행코스가 있다면 원점회귀 산행으로 각광을 받을 것 같다.이 산에는 신라 때 쌓았다는 옛 성터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성벽을 볼 수 있는 곳의 안내판이나 이정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오늘 산행의 가장 안타까움이 아닌가 싶다.이제 가파른 나무계단을 밟으며 보탑사로 하산을 시작한다. 이후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완만한 능선을 하행하면서 등산로에서 두 번째로 만나는 바위인 새 바위를 만나고, 하행 코스 곳곳에서 참나무 괴목(怪木)의 진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밑동이 ET 모양을 하고 있는 참나무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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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돈재 세거리’에서 보탑사 방향으로 하산하면서 가끔씩 뒤를 돌아보면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만인을 품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포근한 만뢰산이 보인다. ‘보련마을 세거리’에서 다시 보탑사로 하행한다. 이곳에는 비상구급함과 벤치가 설치돼 있고, 만뢰산 119신고 안내 제3지점이다.완만한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보탑사 세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면 보탑사까지 1.02㎞, 직진하여 만뢰지맥 방향으로 가면 1.3㎞거리다. 우리는 만뢰지맥 방향으로 내려간다. 세 번째 삼거리인 ‘멱수 세거리’에 도착하면 마치 부도(浮屠) 모양의 둥근 바위가 있고, 만뢰산 119신고 안내 제2지점이다. 이곳에서 보탑사로 하행한다.제법 가파른 산길을 내려가면서 좌측으로 보탑사 전경이 조망된다. 이제 완만한 길을 걷는데, 네 번째 삼거리인 ‘멱수 세거리’를 지난다. 이곳에 작은 계류를 따라 보탑사로 향하면서 메마른 풀 더미에서 초록빛 새싹을 발견한다. 이처럼 세월의 운명은 바꿀 수 없으니 그저 순응할 뿐이라 생각하며 보타사 경내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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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련산 보탑사(寶蓮山 寶塔寺)는 1988년 절터를 마련하고, 1996년 3층 목탑을 창건하였다. 그 후에 지장전, 산신각, 해행당, 영산전, 적조전, 수련원, 범종각, 법고각, 미소실, 삼소실, 반가사유상, 천왕문 등을 갖춰 지금의 대가람 면모를 갖추게 됐다.특히 높이 42.73m에 이르는 웅장한 3층 목탑은 연꽃의 꽃술을 상징하고 있으며, 한반도 통일을 기원하는 통일대탑의 의미도 갖고 있다. 1층은 금당(金堂), 2층은 법보전(法寶殿), 3층은 미륵전(彌勒殿)으로 법당 내부를 오르내릴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목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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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마음으로 경내를 두루 돌아보며 운명을 믿지 말고 운명의 결과에 대해 탓하지도 말며, 주어진 운명을 그냥 있는 그대로 순응하기로 맘먹는다. 천왕문을 나서면서 커다란 느티나무 보호수를 지나 주차장을 거쳐 김유신길을 걷는다.보탑사에서 김유신길을 따라 약 1.5㎞를 이동하여 보련마을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 구간은 인도가 없어 빈번한 차량 통행으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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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련마을 입구 주차장에서 보련골길의 개울가를 따라 약 0.5㎞를 이동하면서 파릇파릇 새싹을 틔우는 싱그러운 풀들을 만난다. 어느덧 연제 안승갑 고가에 도착한다.이 고가는 조선시대 전통 가옥구조를 계승하여 1900년대 초에 건축한 ‘ㄱ자형’ 돌기와 팔작지붕이 특징이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어르신께서 대청마루에 앉아 꿀벌을 관리하고 계신다. 양해를 얻어 곳곳을 구경하는데 꿀벌이 귓바퀴에 침을 놓는다.따끔하고 아프지만 꿀벌의 대박 행운이라 믿고 바로 아래에 위치한 연곡리 민원상담실 건물 옆 주차장에 도착하여 8.35㎞의 만뢰산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