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전 사장, 16일 충북대서 ‘국가재정’ 연구 ‘박사학위’ “재정준칙 준수 국가채무 감소 도움…독립성 보장 기구 설립 필요”“CFO도 현장 알아야 재무가 되고 현장에 답”…‘철강·원가관리 전문가’ 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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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재정 전문가(CFO)이자 ‘고로 건설현장’ 전문가로 명성을 날렸던 강학서 전 현대제철 사장(67)이 16일 충북대학교 2022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강 전 사장은 충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정부재정 규모가 국가채무(D1)에 미치는 영향(정부의 재정지출과 GDP를 중심으로)’이라는 주제의 논문으로 2022학년도 2학기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통과했다.2020년 3월 충북대 대학원(전공 정부재정 회계학)에 입학해 3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은 강 전 사장은 “평생을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재정분야와 현대제철 고로 건설현장 등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정부재정과 관련된 내용을 쓰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그는 “연구목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출과 국가채무와의 관계 분석’에서 △정부재정 변수는 국가채무와 관련해 저성장·경기침체 △정부재정 재원 부족은 국가 재정수입 부족으로 △복지수요 증가·소득주도 성장·COVID-19 등이 정부재정 규모의 증가 △확장재정 정책은 재정수지 악화(2022년 GDP의 50% 초과)로 이어져 결국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졌다”고 연구·분석했다.◇“정부재정 규모, GDP 비중 급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그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정부재정의 증가는 국가채무를 증가시키고 국가채무의 증가는 채무의 GDP 비율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GDP 증가율이 증가하면 국가채무증가율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돼 GDP의 증가가 국가채무의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따라서 “국가채무증가에 따른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재정 증가율을 최소화하고 국내총생산을 증가시켜야 하고, 국내총생산의 증가로 정부재정이 확대될 때는 국가채무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지 않도록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강 전 사장의 논문 정책적 함의(결론)는 “정부의 재정지출은 재정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해 적정수준을 유지해야 하고, 정부재정의 확대는 국가채무의 증가에 영향에 미치기 때문에 적극적인 재정관리는 국가채무 감소와 재정 건전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정부재정 확대로 국가의 경제활성화를 추진하되 정부재정의 규모가 GDP 비중이 급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특히 “정부재정에서 정치적 목적 등 비경제적인 재정의 확대는 지양하고, 이에 따른 국가채무의 증가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어 “주요 재정변수에 대해 목표를 설정하고 재정준칙을 준수한다면, 재정 건전성의 회복과 국가채무 감소에 도움이 된다”며 재정준칙 시행 및 관리‧감독 기관으로 독립성과 권한이 보장된 국가차원의 ‘공식기구’ 설립 필요성을 제안했다.◇“한국 국가채무, 국제 흐름과 달리 계속 증가…재정 건전성 악화 가능성”강 전 사장의 논문에 따르면 OECD 주요 국가의 국가부채 GDP 비율(2022년 기준)은 OECD 평균은 130.1%, 미국‧영국‧일본 등은 100%를 초과했고, 한국·스웨덴‧호주‧독일은 100% 이하지만, 대부분 국가와 OECD 평균 국가부채 추이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2020년 국가부채가 급증했다가 감소 추세를 보인 국제 흐름과는 달리, 한국은 국가채무가 계속 증가해 재정 건전성 악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정부는 부채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지난해 7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재정준칙 목표를 수립하고, 재정운용 기조를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변경했다. 국가채무비율도 2027년까지 50%대 중반,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GDP 3% 이내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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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22년 1차 추경 기준 정부의 관리재정수지는 –110조8000억 원으로, 적자 비율이 GDP 대비 –5.2% 수준으로 매우 높고, 국가채무는 1075조7000억 원으로, GDP 대비 50.1%로 50%를 초과해 심각한 상황이었다.강 전 사장은 “평생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에서 재정을 담당했던 CFO로서 정부의 재정에 대해 호기심이 발동해 박사학위 논문을 쓰게 됐다”며 “지난해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빚을 내 재난지원금 지원 등으로 국가채무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며 국가재정 위기 등이 우리 사회의 핫이슈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가 쓴 논문이 국가재정을 분석하고 재정 건전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재정 전문가로서 정부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그는 “기업의 현장은 CEO만 찾는 것이 아니라 CFO도 현장을 자주 찾고 현장을 모르면 안된다”면서 “특히 현장을 알아야 ‘재무가 된다’, ‘현장에 답이 있다’”며 ‘CFO의 현장론’을 강조했다.◇강학서 전 현대제철 사장은 누구?그는 경북 김천이 고향으로,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1982년 현대강관(현대하이스코 전신)에 입사해 재무분야에 근무한 대표적 재무통이다. 강 전 사장은 경상도 억센 사투리를 쓰는 만큼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추진력과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현대오일뱅크 차장‧과장‧부장을 거친 그는 현대제철 전무로 근무할 당시 2004년 9월 현대그룹이 한보철강(19만6969㎡)을 인수한 뒤 추가로 부지 882만㎡(267만평)을 매입하는 등 정몽구 회장(85‧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을 보필했다.이후 강 전 사장은 고로 건설과 합병 등 굵직한 사업을 주도하면서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제철 사세가 급격하게 확장된 것은 강 전 사장이 안정적 재무정책을 수립해 부채비율을 두 자릿수로 떨어뜨린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당진제철소 건설은 12조 원을 투입, 2006년 10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2010년 가동에 들어가면서 강 전 사장은 ‘쇳물에서 자동차까지’의 현대차그룹의 숙원을 해결한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당진제철소는 1만1000여 명의 직원이 열연코일 등 조강 생산량은 연평균 1560만t이다.강 전 사장은 지금도 당진제철소 현장에 대해 공정별 관리 등을 눈감고도 훤히 알고 있을 정도로 엔지니어 이상으로 꿰뚫고 있다. 그는 CFO 출신이지만, 당진제철소 고로 현장건설, 현대제철 사장을 맡아 안정적으로 관리·운영하면서 철강업계로부터 ‘봉형강·판재를 아우르는 철강 전문가’이자 ‘철강 원가관리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강 전 사장은 ‘현대제철의 심장’인 당진제철소 건설 당시 전무를 거쳐 현대제철 부사장(8년 9개월), 사장(4년 6개월)을 역임한 뒤 고문을 끝으로 2021년 12월 현역에서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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