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청 “이승만 31일 심경 변화 ‘범행주도·총 쐈다’ 진술”경찰관으로부터 탈취한 권총으로 은행 강도 살인 저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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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전 대전에서 발생한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은 피의자 이승만(52)이 은행 직원에게 권총을 쏜 주범으로 밝혀졌다.대전경찰청은 1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승만이 지난 31일 오후부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신이 범행을 주도했고, 당시 목숨을 잃은 국민은행 출납 과장 A 씨에게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경찰은 “사건 당일 이승만은 사건을 저지른 뒤 자신의 차를 몰고 동구 야산으로 가 돈 가방과 함께 권총을 묻었는데, 나중에 이 지역이 개발돼 총기가 발각될 우려가 커지자 다시 찾아가 회수해 잘게 부숴 버렸다고 주장했다”며 “또, 이정학은 범행 후 대전역으로 도망친 뒤 경상도 쪽으로 갖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동구 야산에 돈 가방·권총 묻어…권총은 잘게 부숴”하마터면 영구 미해결 사건이 될 뻔했던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은 경찰의 끈질긴 수사결과 그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났다.경찰에 따르면 21년 전 이승만은 은행 강도를 기획한 뒤 동창인 이정학(51‧구속)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이 제안이 돌이킬 수 없는 권총 은행 강도 살인사건을 저지르는 단초가 됐다. 2001년 10월 15일 자정 12시쯤 이정학이 훔친 차로 운전대를 잡던 중 대덕구 송촌동 한 골목길에서 도보 순찰을 하던 경찰관 A 씨를 발견하고 차로 들이받았다. 이정학은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진 경찰관 A 씨가 차고 있는 38구경(공포탄 1발, 실탄 4발)을 탈취했다.경찰이 순찰 도중 총기 탈취 사건이 발생하자 손총동 파출소에 수사본부를 설치, 강력범죄 전과자 등을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벌였으나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져들었다.이승만과 이정학은 총기 탈취 사건이 잠잠해지자 같은 해 12월 초 경기 수원에서 그랜저 승용차를 훔쳤다. 이어 12월 21일 오전 10시쯤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이승만이 운전하던 차량으로 3명의 은행 직원이 차량에서 현금 가방을 내려 옮기는 순간 차량으로 막아 세운 뒤 권총으로 위협했다. 그러나 이승만은 저항하는 국민은행 출납 과장 A 씨에게 총을 발사했다. 그 사이 이정학은 3억 원이 든 돈 가방을 차에 싣고 이승만과 함께 달아나기 시작했다.이들은 300m 떨어진 상가건물 지하주차장에 숨겨둔 승용차(흰색 승용차)로 바꿔 탄 뒤 서구 갈마동에서 다시 이승만의 차량으로 옮겨타는 주도면밀한 범죄를 저질렀다.◇“탈취 권총 이용 은행 털려다 현금수송차량 발견 범죄 계획 바꿔”애초 이들은 권총을 이용해 은행에서 돈을 털기로 모의를 하고 은행 주변을 살피던 중 현금수송차량을 발견하자 범죄 계획을 바꾸게 됐다고 한다.경찰은 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충남경찰청에 수사본부를 꾸리고 목격자와 전과자 등 5321명, 차량 9276대, 통신 18만2378건, 탐문 2만9260개소 등 여러모로 수사를 벌였으나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조차 찾지 못하면서 수사에 난관에 봉착했다.그러던 중 2011년 12월 대전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사건을 인수해 수사를 진행해오다 현장 유류품(손수건)에 대한 감정을 진행해 피의자들이 범행에 사용한 차량 내부에서 발견된 유류품에서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남성의 유전자 검출을 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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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전자는 2015년 충북에 있는 불법 게임장 현장 유류품에서 검출된 유전자와 동일하다는 감정 결과를 2017년 1월 회신을 받으면서 수사에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게임장 관계자가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종업원‧손님 등 게임장에 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되는 1만5000여 명에 대해 범행 연관성을 확인해 나가는 수사를 5년간 끈질기게 벌인 끝에 지난 3월 마침내 이정학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할 수 있었다.◇사건 현장 손수건서 유전자 발견…1만5천명 범행 연관성 확인 결과 ‘범인 특정’경찰은 이어 이정학에 대해서 과거 행적 확인·주변인 조사 등 보강 수사 후 검찰과 수사 사항 사전 공유 등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달 중순쯤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25일 검거했고, 이승만과 함께 범행을 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토대로 이승만도 긴급 체포했다.이는 사건 발생일로부터 7553일 만에 피의자들을 검거할 수 있었고, 그동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경찰의 수사기록만 약 15만 쪽에 이른다.경찰은 “이들의 범죄는 불법 복제 테이프 도매업을 하던 이승만이 두 번이나 단속되면서 생계에 어려움이 발생한 데다 이런 사정들이 사회에 불만을 갖게 된 것이 범행동기가 됐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경찰은 이승만과 이정학을 지난 25일 대전과 강원 정선에서 검거한 데 이어 지난 27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했다. 또 이날 신상 공개위원회를 열어 범행의 잔인성 및 중대한 피해 발생, 충분한 증거, 공공의 이익이 인정돼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2조의 2에 근거해 피의자들의 성명‧나이‧얼굴 공개를 결정했다.경찰은 2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와 함께 21년간 묻혔던 장기미제사건을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