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 스쳐지나쳤던 할머니와의 삶에 대한 대화김봉겸 교장 “자아정체성 형성에 교육적 효과 클 것”
  • ▲ 김선주 양과 박순이 할머니.ⓒ송면중
    ▲ 김선주 양과 박순이 할머니.ⓒ송면중

    중학생들과 이웃 할머니들과의 대화를 통해 삶에 대한 가치를 깨닫게 하는 책이 나와 감동을 준다.

    15일 충북 괴산군 송면중학교 학생들이 마을 어른들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눈 오는 날 메주 할머니’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는 중학생들이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로만 알고 있던 분들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그분들의 삶을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과정들이 담겨 있다.

    전교생 28명이 모두가 참여해 기록한 것이어서 교육적으로도 값지다.

    이들 학생들이 기록물은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얻은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존경으로 승화하는 과정은 또래 도회지 학생들에게 삶에 대한 다른 가치를 전해 줄 수 있다는 기대다.

    송면중은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소박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훌륭한 사람이라는 관점을 갖고 그 분들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나누려고 하는 활동이라고 설명한다.

    학생들은 책에서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것에서 충격을 받았던 순간들을 전했다.

    유예윤 학생(1학년)은 “할머니의 어렸을 때 꿈을 여쭸다가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유 양이 할머니께 물어본 어릴 적 장래의 꿈에 대한 설명 때문이다.

    할머니께서는 “평생 먹고 살기가 바빠서 꿈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이 그냥 밥이나 하고 빨래나 했다”며 “나도 가수가 돼서 노래 부르면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처음 말해본다”고 하셨다.

    유양은 “할머니께서 말씀하시는 동안 수줍어하시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프고 뭉클했다”고 썼다.

    같은 학년 김선주 양은 “할머니와 모르는 상태에서 길가다 만나면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었겠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할머니의 모든 이야기가 하나하나 소중하게 느껴졌다”며 “나도 나이가 들면 내 삶이 모두 다 중요하고 소중한 이야기가 될 거 같다”고 이야기 했다.

    같은 학년 정준언 학생은 “내가 평소에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갈 때 항상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꼭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이번 활동을 하면서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며  “맛있는 사탕을 주신 할머니께 감사하고 죄송하다. 다음에 할머니께서 좋아하실 만한 과자를 선물해드려야겠다”고 했다.

    정주원 학생(2학년)은 “어린 시절의 첫사랑 이야기와 ‘옛날에 부잣집 아이들이 피아노 레슨을 받는 것을 보고 너무 부러웠다’는 할머니가 지금도 피아노를 열심히 치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한 권의 소설책을 읽는 느낌이었다”며 “모든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는 작은 감동과 배움을 주는 것 같다. 할머니와 나눈 이야기의 제목을 ‘꿈꾸는 할머니’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김진형 학생(3학년)은 “어려운 시절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가난했던 할아버지의 삶 속에서 지금의 할아버지로 자리를 잡으신 건 당신의 의지 없이는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존경스러움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 활동을 지도한 김명희 교사는 “한 사람의 인생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만남이지만, 이 활동을 통해 학교와 마을이,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서로에 대해 한 발 한 발 이해를 넓혀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은 어른들은 학생들과 어른들에게 모두 값진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신선교 송면중 학교운영위원장은 “어르신들께는 내가 그래도 열심히 잘 살았구나하며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인정하는 시간이 되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큰 인생 공부를 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어른이 아이에게, 아이를 통해 어른이 배우는 삶’ 이런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마을이 있고 학교가 있다는 게 참 좋고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김봉겸 교장은 “이 활동을 통해 학생이 개인의 삶과 사회에 대해 이해하는 사고의 폭이 한결 넓어지고 자신과 주변의 역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 교육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송면중 15일 학교 다목적실에서 학생, 인터뷰에 응해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 드로잉을 그려주신 마을 분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눈 오는 날 메주 할머니’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번 송면중의 마을 어르신 전기문 쓰기는 ‘행복씨앗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위대한 평민 프로젝트’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