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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전직 3선 의원 출신으로 신임 주중대사에 임명된 노영민 대사의 망언 후폭풍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노영민 대사는 지난 29일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없듯이 기업은 외부 환경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우선"이라며 "이마트의 (중국) 철수는 사드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변했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을 중국 당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듯이 설명한 노영민 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중국의 '사드 보복'이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까지 취했다.
노영민 대사는 "사드 레이더가 800~2000㎞를 가는 것인데 중국이 우려를 갖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800㎞라고 해도 압록강·두만강 너머가 탐지 가시권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노영민 대사의 태도에 오찬간담회 당시에도 너무 주재국 입장에 경도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취재진이 '너무 중국 입장에 가까운 게 아니냐'고 묻자, 노영민 대사는 "주중대사는 가급적 중국에 대해 이해하려는 스탠스에 있어야 한다"며 "내가 일본을 무지 싫어하지만, 만일 주일대사로 간다면 일본을 가급적 이해하려는 입장에 설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영민 대사의 태도는 중국의 '사드 보복'을 당연한 것으로 설명하고 이로 인한 피해를 우리 기업의 탓으로 떠넘기는 것을 넘어, 외교관의 자세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결여돼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사드를 둘러싼 한중 양국 간의 갈등이 불거진 이래 단 한 차례도 주재국인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듯한 스탠스를 취한 적이 없다.
직업외교관이 아닌 '외교 아마추어' 전직 국회의원을 4강 대사에 임명하다보니 주재국에 부임하기조차 전에 설화를 일으키고 다닌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치권은 일제히 노영민 대사의 망언에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30일 현안 브리핑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우리 국민과 기업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한국 대사라면 한국민과 기업을 대변해야 하는데, 노영민 대사는 대체 어느 나라 대사인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노영민 대사의 실언은 황당함을 넘어 외교안보 인식에 대한 깊은 우려감마저 들게 한다"며 "문재인정부는 중국에 대한 사대·아부외교를 당장 거두라"고 질타했다.
국민의당 이행자 대변인도 같은날 "중국 철수 기업은 물론 유통·화장품·자동차업계 등이 사드 배치 이전의 50~60% 매출 급감으로 죽을 지경인데 이 모든 게 기업의 책임이라니 노영민 대사의 현실 인식이 놀랍기만 하다"며 "사드에 대한 중국의 우려는 당연하다는 노영민 대사의 발언 또한 향후 중국의 주장에 명분을 실어주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발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새 정부의 4강 대사가 외교 전문성이 없는 친문(친문재인) 코드 인사로 배치됐다는 국민의당의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안보를 포기한 게 아니라면 노영민 주중대사를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도 "지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우리 기업이 얼마나 큰 피해를 보고 있는가"라며 "이 엄중한 시국에 정부 수뇌의 안이한 인식에 기가 막힌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청와대를 중심으로 하는 외교안보 라인의 안이함·혼선·자중지란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노영민 대사를 경질하라"고 압박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노영민 대사는 수습과 진화에 나섰다.
노영민 대사는 같은날 종합편성채널 〈채널A〉와의 통화에서 "(기업들의 어려움이) 사드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내가 (사드 때문이) 아니라고 그랬느냐? 복합적 요인이라고 그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