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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3년 3월 해월 최시형이 “하나는 도를 지키고 스승(수운 최제우)을 존경하기 위함이요, 다른 하나는 나라를 바로잡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계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뜻의 사발통문을 전국에 돌리자 3만여명이 충북 보은군 장내리에 모여 한달여 간 ‘보국안민’을 외쳤다.
무려 124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들이 가슴속에 품었던 뜻과 의지는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이어져 올해도 보은뻘을 달구고 있다.
보은취회 124주년 ‘내 마음에 꽃피는 동학’ 행사는 지난달 30일부터 보은 종곡리 동학혁명기념공원 일대에서 시작됐다.
전국 곳곳에서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은 저마다 텐트를 치고 ‘들살이’를 시작했으며 2~4일까지 본격적인 행사를 마련했다.
이번 행사에는 박맹수 원광대학교 교수의 ‘동학서당’을 열고 ‘보은 취회와 촛불집회의 공공성’, ‘주체적 시민으로서의 실천’ 등의 강연도 준비돼 있다.
3일에는 동학혁명 마지막 전투로 종곡리 북실마을에서 아직 정확하게 발굴되지 않은 동학혁명군의 매장지 일대에 대한 순례도 예정돼 있다. 종곡저수지에서 수철령을 넘어 매장지까지 7㎞ 길을 걸으며 묻혀진 진실을 찾는 시간이다.
이날 밤에는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동학실천시민행동’ 회원들이 합류해 신만민공동회를 열고 진지한 토론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토론의 주제와 형식을 현장에서 정하고 도출된 결론을 세상에 알릴 계획이다.
또한 위령제를 겸한 ‘북실기림굿’, 꼭두광대의 마당극 ‘왼손이’ 공연, ‘풍류마당’, ‘주막거리’, ‘장승마당’, ‘다문화 공연’ 등이 동학공원 일대에서 펼쳐진다.
보은취회 기념행사는 올해 20회째를 맞는다.
그동안 이 행사를 주관해 온 박달한씨는 “어느덧 스무 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아 참여해줘서 오늘이 가능했다”며 스스로 참여하고 흩어지는 ‘접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124년전 보은취회는 충청, 전라, 경기, 경상, 강원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수만명의 동학교도와 민중들이 보은 장내리에 모여 ‘보국안민’, ‘척양척왜’를 외친 민족사의 대표적인 민회로 불린다.
보은취회는 이듬해인 1894년 동학혁명의 모태가 됐으며 북실마을은 마지막 격전지로써 산화한 동학혁명 주인공들의 넋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