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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의 국립 망향의 동산에 세워진 한국인 일제 강제 징용과 조선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내용의 ‘사죄비’가 ‘위령비’로 둔갑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4일 망향의 동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망향의 동산 무연고 유골 합장묘역 내에 위치한 ‘일제 강제징용 사죄비’가 ‘위령비’라고 적힌 표지석으로 교체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사죄비’는 요시다라는 일본인이 1983년 세운 것으로 그가 태평양 전쟁 시 1943~1945년 한반도 남부에서 노무보국회의 야구치현 동원부장으로 재직하며 위안부 여성등 조선인 6000여명을 강제 연행한 임무를 수행함에 따른 자신의 전쟁범죄 행위를 인정하고 참회하는 뜻으로 1983년 사죄비를 세웠다.
하지만 그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요시다 에이지’가 지난 7일 항공 우편을 통해 망향의 동산으로 자신이 표지석을 교체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오면서 사죄비가 교체된 사실을 알게 됐다.
요시다 에이지는 편지를 통해 “우리 아버지는 징용 책임이 없어 사죄할 필요가 없다”며 “위령비가 마땅하다”는 내용이 담겨졌다.
이 사죄비는 한글로 ‘위령비, 일본국, 후쿠오카현·요시다 유우토’라고 적힌 위령비로 탈바꿈했다.
이 비는 정부가 일제에 강제로 징용됐거나 위안부 등으로 끌려갔다가 일본 등 해외에서 원혼이 된 동포들 중 연고가 없는 이들을 모셔 놓은 ‘무연고합장묘역’ 내 유일하게 눕혀져 놓여 있다.
경찰은 위령비를 덧댄 남성이 이미 한국을 빠져 나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현재 공용물건 손상혐의로 수사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CCTV가 확보도 안됐고, 범행을 했다고 주장하는 인물이 일본인으로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어 소환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망향의 동산 내 무연고 묘역은 일제 강점기 강제로 징용됐거나 위안부 등으로 끌려갔다가 일본 등 고국을 떠나 해외에서 숨진 국내·외에 연고가 없는 동포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국립묘지에 1976년 조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