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파트 빈공간’ 열어 전시 기획 ‘화가 박해빈’2014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 인연…10년 만에 창작·미술 기획 병행2017년부터 개인 작업 공간 ‘윈도우 프로젝트’ 진행하는 <빈공간> 기획 운영산업단지내 휴·폐업 공장 리모델링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개관하는 작업 준비중
  • ▲ 청주 도심의 오래된 아파트에 을 열어 다양한 문화 기획과 전시를 하고있는 화가 박해빈은 “빈공간이 단순히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존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양승갑 기자
    ▲ 청주 도심의 오래된 아파트에 <아파트 빈공간>을 열어 다양한 문화 기획과 전시를 하고있는 화가 박해빈은 “빈공간이 단순히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존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양승갑 기자
    화가 박해빈은 2014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첫 개인전<OPEN WATER>을 열며 청주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그는 이어 2016년 스페이스 몸 미술관 <BEING:>, 갤러리 도스 <BETWEEN THE WALLS>,  2017년 우민아트센터의 ‘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작가로 선정되어 <A WALK IN THE BLACK> 전시를 진행했다.

    그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개인 작업 공간이자 윈도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빈공간>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다. <빈공간 윈도우프로젝트>는 윈도우 전시공간에 기획 초대된 시각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여 작가의 작업실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외부의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의 창’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2022년 제주시 원도심에 복합문화공간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을 열고, 청주 도심의 오래된 아파트에 <아파트 빈공간>을 열어 다양한 문화 기획과 전시를 하고있다.

    청주에 정착해  창작과 기획을 병행하는 화가 박해빈을 청주시상당구 대성아파트 가동 205호 <아파트 빈공간>에서 만나 창작활동과 기획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현재 청주에서의 활동은.
    창작과 기획, 두 가지를 함께 하고 있다. 특히 기획은 지금 운영 중인 ‘아파트 빈공간’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간을 꾸려나가는 것, 전시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방식 전반을 다루고 있다. 
    저는 기본적으로 작가이기 때문에 공간을 운영할 때도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그래서 ‘작가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전시비용도 작가에게 지급해야 하기에 공간의 경력을 쌓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전시 기획이나 개인전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보통 공간의 운영 경력이 3년은 되어야한다.  그래서 지금은 지원을 받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현재 운영 중인 전시 공간은 어떤 곳인가.
    ‘아파트 빈공간’은 오픈한 지 1년 됐다. 개관전은 8인의 단체전으로 시작했고, 현재 두 번째 전시로 이상홍 작가의 <DRAW A STAR>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올해는 총 3~4건 정도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9월에는 공예비엔날레에 맞춰서 공예 전시를 기획 중이다. 유리, 목공, 매듭, 도자 등 다양한 공예 장르에서 8명의 작가가 참여할 예정이다. 장르별로 2명씩 기획하고 있다. 

    -현재는 지원 없이 전시를 운영 중이라고 했는데. 어려운 점은.
    가장 아쉬운 건 작가비(페이)를 드리지 못하는 것이다. 신작 제작비도 지원하지 못하고 있지만, 작가들이 동료애와 협력의 의미로 참여해 주고 있다. 그래도 계속 전시를 해 나가면 나중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되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한다.
    전시는 이틀 간만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금요일과 일요일만 연다. 무인 시스템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사람들이 어떻게 오는지를 직접 보고 싶고, 관람객 데이터도 필요하기 때문에 운영중이다. 

    -제주에도 공간을 운영 중이라고 들었다.
    ‘아트 스페이스 빈 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제주에 먼저 전시 공간을 열었다. 2022년 오픈했다. 제주 공간은 국가와 재단의 지원을 받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작년에는 아르코 지원, 올해는 제주문화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올해는 총 11건의 전시를 기획했고, 2인 전시 릴레이 형식으로 프로그램이 꽉 차 있다.
    서울, 제주, 청주를 오가며 교육 프로그램까지 병행하고 있다. 제주는 매달 한 번 이상 방문해서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고, 서울에서도 수업이 있어서 일정이 꽉 차 있다.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일, 의미 있는 일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 빈공간' 오픈 전에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제 개인 작업실 앞에 있는 창문 공간을 활용해 전시 부스를 만들었다. 안에는 들어올 수 없고 밖에서만 볼 수 있는 ‘윈도우 프로젝트’를 약 7년간 진행했다.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청주는 사람들이 전시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소비 문화는 있지만, 그게 예술로는 이어지지 않는것 같았다. 당시엔 전시 공간도 거의 없었고, 전시장에 가면 텅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에게 지나가면서라도 작품을 보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제 작업실 앞 창문에 전시를 걸었다. 안쪽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바깥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 윈도우 프로젝트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었는지.
    제가 여력이 될 때마다 작가들을 초대해 전시를 열었다. 그렇게 청주 작가들 사이에서 조금씩 알려지게 됐고, 특히 2019년에 대청호미술관 이연주 학예사님이 주목해주셨다. 저 같은 활동을 하는 예술가, 디자이너, 독립책방 운영자들을 초대해 미술관 안에서 그 공간들을 재현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제 작업실과 윈도우 부스를 미술관 안에 재현했고, 제 작품도 함께 걸었다. 덕분에 청주 분들이 빈공간 프로젝트를 더 알게 됐고, 미술계 사람들 사이에서도 알려졌다.

    -'아파트 빈공간' 오픈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예전에는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만 보던 전시였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직접 공간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니까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작가들도 많이 찾아온다.

    -지금 진행하고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내에 위치한 휴·폐업 공장을 리모델링해서 복합 문화 공간으로 개관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공간은 도비와 국비 지원을 받아 조성 중이고, 현재는 충북문화재단이 위탁 운영을 맡은 상태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로’ 사업을 통해 파견된 예술가로, 이 프로젝트에 리더 예술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예술로’는 예술가가 기관에 파견되어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사업이다. 기관과 예술가가 매칭돼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구조다.
    이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예술가가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좋은 성공 사례가 돨 것이다. 지금 제가 맡고 있는 복합 문화 공간 프로젝트도 그 방향으로 가려고한다.

    -복합 문화 공간의 컨셉은 어떤 방향인가.
    가장 중요한 건 근로자가 배제되지 않는 문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산업단지 안에 있다 보니, ‘근로자는 문화와 동떨어져 있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다. 그래서 이 공간이 근로자와 시민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예술 공간이 되길 바란다.
    또한, 도민 친화적이고, 아이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어떤 프로그램을 구상 중인지.
    아이들이 예술을 경험하게 되면, 부모도 자연스럽게 오게 된다. 그래서 근로자 자녀를 위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아이들이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 감수성을 갖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산업단지라는 지역성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을 잘 풀어내려 하고 있다.

    - 향후 기획자로서의 역할과 과제는.
    사실 저는 청주에서 10년 넘게 활동했지만, 그동안 거의 인맥 관리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해왔다. 기획 전시도 주로 서울 기반 작가들과 작업해왔고, 지역 작가들과는 교류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빈공간'을 오픈하면서부터 지역 예술인들과 만나고, 서로 협업하게 되는 변화가 생긴 것 같다. 한 때는 폐쇄적으로 작업만 했지만, 지금은 이런 기획 활동에 매력을 느낀다.
    제주에 ‘아트스페이스 빈공간', 청주에 '아파트 빈공간'을 열어 많은 작가들을 초대하고 있다. 

    박해빈 작가는 “빈공간이 단순히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존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