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할 수 있었던 죽음…무너진 것은 제방이 아니라 시스템이었다”“법의 심판은 끝이 아니다…이제는 재발 방지 대책이 시작돼야 한다”
  • ▲ 2023년 7월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침수사고가 발생해 14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사고 당시 오송지하차도에서 충북소방본부 소속 소방관들이 배수작업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 2023년 7월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침수사고가 발생해 14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사고 당시 오송지하차도에서 충북소방본부 소속 소방관들이 배수작업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2023년 7월 15일, 충북 오송 미호강의 제방이 무너지고 지하차도를 덮친 물살에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차량 17대가 순식간에 잠긴 그날,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인재(人災)’라는 단어 앞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그로부터 약 1년 9개월. 대법원이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천교 확장공사 현장소장 A 씨에게 징역 6년을 확정하며 이 참사의 법적 책임을 일단락했다. “이 사고는 자연재해가 아닌, 중대한 과실로 인한 인재”라는 1·2심 판단을 대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현장소장 A 씨는 편의를 위해 당국 허가 없이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임시 제방을 부실하게 조성한 채 현장을 방치했다. 심지어 사고 이후에는 시공계획서와 도면을 조작하도록 교사한 혐의도 받았다. 법정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안전불감증이 빚은 제방은 결국 14명의 삶을 송두리째 삼켜버렸다.

    법은 ‘예측 가능했음에도 피할 수 있었던 죽음’에 대해 가장 냉정한 잣대를 들이댄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고, 과실치사와 증거 위조 교사 혐의도 정당하게 판단했다고 명확히 했다.

    그러나 법의 단죄가 모든 상처를 치유하지는 못한다. 이번 판결은 일벌백계의 의미가 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목숨을 향한 사회적 책임을 온전히 감당할 수는 없다.
  • ▲ 2023년 7월 15일 14명이 목숨을 잃은 오송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천 임시제방.ⓒ뉴데일리
    ▲ 2023년 7월 15일 14명이 목숨을 잃은 오송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천 임시제방.ⓒ뉴데일리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첫째, 인재를 단순한 ‘예외적 사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오송 참사는 제방 하나가 아니라 ‘관리 체계 전체’의 붕괴에서 비롯됐다. 허술한 행정, 부실한 감리, 무단 시공까지, 어떤 고리 하나도 튼튼하지 않았다. 감리단장 B 씨 역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이는 단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회적 경고다.

    둘째, 재난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건설현장의 무리한 일정, 관행적 생략, 묵인된 서류 조작이 반복되는 한 제2, 제3의 오송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셋째,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형벌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오송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단지 형량의 무게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안전 시스템의 재정비다.

    참사에 책임 있는 이들에게 형이 확정됐다고 해도 유가족의 슬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물속에 잠겨버린 시간은 다시 흐르지 않는다. 우리가 이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은, 구조적 무책임에 더 이상 관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법의 이름으로 고통을 마주한 사회의 최소한의 예의이자, 생명을 잃은 이들에게 우리가 보낼 수 있는 가장 뼈아픈 성찰이다.

    한편, 오송 참사는 2023년 7월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강 제방이 집중호우로 무너지며 발생했다. 강물이 궁평지하차도를 급습해 차량 17대를 순식간에 잠기게 했고,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경찰 수사 결과, 공사를 맡은 현장소장이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임시 제방을 부실하게 설치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사고 이후 서류 위조를 지시한 정황까지 밝혀지면서 공분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