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피하려다 ‘꼼수’ 의혹 자초…중앙투자심사서 신뢰 추락한 충북도주민 의견수렴도 부족…절차보다 속도 앞세운 행정의 민낯 드러나‘충북도의회도 면죄부 줄 수 없다’…집행부 ‘꼼수’에 합작한 ‘다수당의 무책임’
  • ▲ 충북도가 운영하는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축산시험장.ⓒKBS뉴스 캡처
    ▲ 충북도가 운영하는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축산시험장.ⓒKBS뉴스 캡처
    충북도가 추진 중인 축산시험장 이전사업이 중앙정부의 제동에 걸렸다. 겉으로 보기엔 450억 원 규모의 지역개발 사업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행정의 기본 원칙인 투명성과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절대 가볍지 않다. 사업 자체의 필요성이나 방향성보다도 ‘절차를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에 집중한 듯한 도의 접근 방식이 결국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지적이다.

    충북도는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에 있는 축산시험장을 도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해당 용지에 도립 파크골프장(45홀)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동물위생시험소와의 부적절한 동거, 좁은 초지 면적, 잦은 민원 등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도 있었다. 문제는 ‘과정’이었다. 중앙투자심사 과정에서 정부는 축산시험장 이전의 타당성과 함께, 사업비 책정의 적정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사업비는 450억 원으로 잡혀 있다. 그러나 유사 시설들의 건립비가 대부분 500억 원을 넘는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은 충북도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피하려고 일부러 사업비를 축소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예타는 대규모 재정사업의 타당성을 사전에 철저히 따져보는 제도다. 이를 피하려는 ‘지름길’ 시도는 곧바로 ‘꼼수’로 읽힐 수밖에 없다.

    예타를 거치지 않으면 사업 기간은 단축되겠지만, 그만큼 검증은 느슨해진다. 이런 방식은 행정의 효율성보다 형식적 통과에 매달리는 전형적인 ‘절차 생략형’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일부 심사위원은 “충북도가 시간을 단축하려고 의도적으로 기준선 아래로 사업비를 맞춘 것 아니냐”며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고 한다.

    여기에 주민 의견수렴 절차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뼈아팠다. 이전 예정지에서의 주민 반발 가능성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데도, 충북도는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나 소통 방안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 단지 사업 추진의 효율성과 시급성만 강조한 것은 아닐까. 결과적으로 충북도는 행정안전부의 재검토 통보를 받고, 사업비 재산정을 다시 의뢰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도의회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충북도의 계획을 제대로 검증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장악한 충북도의회는 이번 사업을 집행부의 ‘꼼수’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한 채, ‘사실상 합작’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충북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심사위원들이 예로 든 시설보다 축산시험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사업비가 적게 책정됐다”는 해명이지만, 이러한 해명 역시 처음부터 사업 타당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했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불신이다. 정당한 행정이라면 꼼수를 의심받을 여지를 남겨선 안 된다.

    행정은 ‘절차의 기술’이 아닌 ‘신뢰의 기술’이다. 당장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하고 정당한 과정을 거쳐 도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드는 일이다. 이번 충북도 사례는, 행정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금 되묻게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집행부만이 아닌, 이를 견제해야 할 의회의 몫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가’만큼이나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가 중요한 시대임을 충북도와 충북도의회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