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홍식 선생의 흉상 철거로 드러난 충북교육청의 ‘역사적 무지’
  • ▲ 옛 청주 가덕중학교에 설치됐던 독립운동가 신홍식 선생 흉상.ⓒ박진희 충북도의원 페이스북 캡처
    ▲ 옛 청주 가덕중학교에 설치됐던 독립운동가 신홍식 선생 흉상.ⓒ박진희 충북도의원 페이스북 캡처
    충북도교육청이 청주 옛 가덕중학교에 설치돼 있던 독립운동가 신홍식 선생의 흉상을 철거하고 폐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넘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단순한 구조물 철거를 넘어,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리는 데 있어 교육 당국이 보여준 역사적 무지, 역사적 훼손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독립운동가 신홍식 선생(1872~1939)은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으로, 기독교 대표로서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흉상은 안타깝게도 “단재고등학교의 교육 비전과 맞지 않고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폐기물 처리됐다. 교육 관계자의 독립운동가 신홍식 선생의 기억과 존중도 문제지만, 이런 발상을 했다는 자체도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는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가 아니라, 독립운동의 가치와 역사를 후세에 어떻게 전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철학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러고도 후세의 학생들에게 민족정신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역사적 상징, 이렇게 소홀히 다뤄도 되나?

    충북도교육청의 해명에 따르면, 신홍식 선생의 흉상은 노후화와 구조적 문제로 인해 철거가 불가피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만약 노후화가 문제였다면, 복원이나 이전 설치를 먼저 고민했어야 했다. 

    독립운동가의 흉상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후대에 그들의 희생과 가치를 전달하는 상징적 유산이다. 이를 ‘미관’이나 ‘구조적 문제’라는 이유로 철거한 것은 역사적 상징을 소홀히 다룬 대표적인 사례다.

    ◇충북교육청, 독단적인 결정이 낳은 ‘패착’

    더욱이 충북도교육청은 철거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가덕중학교 총동문회와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진희 충북도의회 의원이 지적한 대로, 교육청은 법적 절차와 상식을 모두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흉상을 철거하기 전, 지역사회와 종친회, 그리고 역사학자 등의 폭넓은 의견을 듣고 대안을 모색했어야 했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배우고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이다. 독립운동가 신홍식 선생의 흉상은 단재고등학교 설립의 비전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풍부하게 만드는 자산이 될 수 있었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충북도교육청이 이번 사건을 단순히 관리 소홀로 치부하지 않고, 역사를 존중하며 이를 교육적 자산으로 삼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신홍식 선생 흉상 재설치‧역사 교육 강화

    충북도교육청은 흉상 철거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신홍식 선생의 흉상을 적절한 장소에 재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종친회, 역사 전문가, 지역 주민들과 협력해 새로운 위치를 선정하고, 흉상을 복원하거나 새롭게 제작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더불어 신홍식 선생과 같은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알리고 기리는 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역사적 유산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했다.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들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리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되새기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충북도교육청이 역사의식에 대한 무지와 무책임에서 출발한 신홍식 선생 흉상 철거의 교훈 삼아 역사와 교육의 본질을 되새기길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