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갤러리 젠(ZEN)에 ‘엄마의 정원’모티브 연작 시리즈 등 전시50년간 개인전 25회, 단체전 400회 연 ‘역동적인 여류 작가’ 정평어려서부터 ‘나의 길은 화가’…고희(古稀)를 넘긴 지금도 작업중
  • ▲ 학교를 떠난지 8년 만에 청주대학교가 보이는 갤러리 젠에서  전시회를 연 장혜용 작가는
    ▲ 학교를 떠난지 8년 만에 청주대학교가 보이는 갤러리 젠에서 전시회를 연 장혜용 작가는 "지금 이순간이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양승갑 기자
    “학교를 떠난지 8년 만에 제자들을 지도했던 청주대학교가 보이는 화랑에서 전시회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렇게 크고 멋진 곳에서 여는 전시회를 기다려온 사람처럼 그동안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린 제 자신이 오늘은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무척 행복합니다.”

    지난 22일부터 청주시상당구우암동 갤러리 ‘젠(ZEN)’에서 ‘엄마의 정원’을 모티브로 한 연작 시리즈와 22년도 삼성생명 카렌다에 실렸던 작품 등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는 장헤용 청주대학교 명예교수(74)는 “2016년 퇴직 후 8년 만에 여는 전시라서 그동안 수없이 많았던 전시보다 설렘과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

    그의 ‘엄마의 정원’ 연작은 다양한 동식물이 생장하는 숲의 이미지를 원색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이상적인 대자연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엄마의 정원’은 엄마가 가꾸는 화목한 가정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희망, 염원을 화초를 가꾸는 어머니, 엄마의 모습에 일치시킴으로써 꿈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전개된다.

    “엄마의 정원은 한 가족을 끌어안는 엄마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자 실체인 꽃과 초목을 배경으로 구성됩니다. 온갖 동식물이 공존하는 숲의 이미지가 복잡하지만 일정한 조형적인 질서와 리듬을 부여함으로써 말끔한 회화적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마침내 시각적인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이상적인 세계가 펼쳐집니다.”

    장혜용 작가는 어려서부터 '나의 길은 화가'라는 것을 의심한 적도, 다른 길을 찾아본 적도 없다. 반세기가 넘는 동안 고생과 인내, 그리고 정신적인 외로움과 고통을 견뎌낸 덕분에 고희(古稀)를 넘긴 지금도 작업이 가능하다.
  • ▲ 장혜용 작가는 주변에 있는 삶의 이야기로 시선을 돌려' 인간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찾게 됐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엄마의 정원’이다.ⓒ양승갑 기자
    ▲ 장혜용 작가는 주변에 있는 삶의 이야기로 시선을 돌려' 인간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찾게 됐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엄마의 정원’이다.ⓒ양승갑 기자
    그는 1990년대 수묵화를 통한 작품을 그렸다. 항상 ‘내 것이 아닌 그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한국의 색채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하게 되고, 한국의 오방색에서 그 해답을 얻었다. 화선지 여백의 흰색과 묵색의 검정, 그리고 삼원색을 그림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자신의 그림이라는 확신에는 못 미쳐, 갑갑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자신을 생각하고, 진실하게 되물어가면서 10여 년을 보냈다. 그는 자연으로 돌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비교적 나와 가까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꽃, 나무, 새, 나비 등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자신만의 형태와 색채로 화면에 쏟아내게 되었고, 동심으로 돌아가 순수한 자신의 감각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화면에 그려냈다.

    그는 천경자 화백의 채색화를 보면서, 자유롭게 원하는 기법과 소재를 아크릴로 하게 되었다. 채색화 기법이란, 색채나 안료를 아교에 개어서, 열 번 가까이 덧칠을 하면서 쌓이면 아름다운 색이 만들어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어려운 작업이다. 

    추상화는 자신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과감하게 또 다른 형상이 있고, 즐겁게 그릴 수 있는 그림으로 전환했다. 
  • ▲ 장혜용 작가는 앞으로도 작품을 할 수 있는 그날까지 ’고정된 스타일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나를 향하여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양승갑 기자
    ▲ 장혜용 작가는 앞으로도 작품을 할 수 있는 그날까지 ’고정된 스타일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나를 향하여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양승갑 기자
    “우리나라의 색채, 민화의 단순함을 그리다가, 문득 내 주변에 있는 삶의 이야기로 시선을 돌려 인간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찾기로 했어요. 바로 엄마라는 나 자신을 화면에 넣어 인간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지는 무한한 무릉도원을 꿈꾸며 ‘엄마의 정원’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는 한국화 장르의 여성 작가군 중에서 역동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작가로 꼽힌다. 유수한 전시에 빠짐없이 초대되고, 그동안 25회의 개인전과 단체전 400여회를 열 정도로 작업량이 많다. 이번 전시회에는 올해 그린 작품도 등장해 관람객들을 놀라게 한다.

    그는 30년간 재직했던 청주대학교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오랜만에 찾은 청주시의 문화적 발전에 놀랐다. 청주대학교 예술대학으로 가는 길목에 국립현대미슬관이 건립되고, 공예비엔날레가 열리고, 대학가의 젊은이들과 시민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문턱 낮은 컨템포러리 갤러리인 ‘젠(ZEN)이 문을 여는 등 지역 예술인들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갤러리 젠에서 만난 장혜용 작가는 앞으로도 작품을 할 수 있는 그날까지 ’고정된 스타일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나를 향하여 싸워나갈 것‘이라고 작업에 대한 열정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