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명예교수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명예교수
    #1. 어릴 적 동네 어르신께서 가끔 지나가는 말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제가 자란 동네에서 선생과 경찰을 하는 게 아니다”. 어른이 되어서 그 말씀을 곱씹어 생각해보니 참 옳은 말씀이었다. 

    자랄 때 동네 개구쟁이 짓을 했던 아이가 커서 훗날 고향 동네 학교 교사로 부임했는데 그 교사가 개구쟁이 짓하는 제자를 벌하는 걸 보고 동네 어른이나 동년배가 “제 자랄 때도 개구쟁이 짓을 해놓고 어찌 아이들에게 그러느냐”고 한다면, 그에게는 선생님의 위신이 서지 않아서 아이들 지도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경찰도 마찬가지이다. 동네 치안을 책임져야 하는데 성장 과정을 보아온 고향 어른이나 동년배들이 어릴 적 얘기를 하면서 경찰을 무시한다면 경찰의 위신이 서지 않아 치안 행정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렵다. 

    “제가 자란 동네에서 선생과 경찰을 하는 게 아니다”라는 건 고향에서는 교사나 경찰이라는 직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권위가 자칫 무너질 수 있어서 사회의 목탁이 되어야 할 교사나 경찰관으로 자기 고향에 부임하는 걸 피하는 게 좋다는 의미이다. 권위가 필요한 직업에서 권위가 무너지면 그 직을 엄정하게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일 거다.

    #2. 우리나라가 민주 평등사회로 변하면서 곳곳에서 미풍양속과 전통적 예절과 권위가 많이 무너졌다. 그와 함께 직업 따라 직무수행에 필요한 권위도 함께 와해 되는 아노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새내기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도 그런 아노미 현상의 결과이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멸시당하고 교사가 제자에게 폭행당하는 상상하기 어려운 반윤리적 아노미 현상이 학교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었는데도 우리 사회와 교육 당국이 해결책도 찾지 않고 방치한 결과 앞날이 구만리인 새내기 교사를 극단의 길로 내몬 것이다. 

    선생님의 위치에서 학생을 잘 지도하고, 치안 담당의 위치에서 경찰은 주민들 안전을 위해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학생을 지도하고 치안 민원을 처리하는데 교사와 학생, 시민과 경찰은 서로 직업적 권위를 인정해야 정상적인 관계를 이어 나갈 수 있다. 그런 위신이 서지 않는다면 학생과 교사, 시민과 경찰 관계가 삐걱거리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3. 우리 사회는 지금 곳곳에서 위신이 상실되는 정도가 심하여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학교 교육 현장에서 교사 권위 추락 현상이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 그래서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에 교육계가 분노하고 교권 회복 호소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참에 당국은 교권 회복과 교육 정상화에 대하여 제대로 대책 수립을 해야 한다. 

    교권 회복과 교육 정상화 대책은 무너진 교단을 다시 세우는 것이 시작이고 끝이다. 교단이 무너진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신뢰가 사라진 탓이 제일 크다. 

    일부 고학력 학부모의 교사 무시 행위로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불신이 늘면서 교단이 흔들리는 거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학부모는 교사의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는 게 자녀 교육에 더 큰 득임을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 교육 당국이나 관리자는 교사의 권익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대책을 세워서 떨어진 교사의 사기를 높여줘야 한다. 고학력인 학부모라도 자녀의 학교 교육은 교사가 전문가임을 인정하는 해야 한다. 학교 교육을 통하여 사회성, 교우관계,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은 학부모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이해하고 교사의 역할과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 

    학교 교육을 통하여 익히는 인성 교육과 사회성 교육은 친구들을 매일 만나 사귀는 청소년기 학교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교사와 자녀가 함께 어울리면서 맺어지는 인간관계는 학교 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 자녀에게는 그런 경험을 통하여 완전 교육을 기대할 수 있다. 학부모가 세워주는 선생님의 권위는 자녀에게도 긍정적 시각으로 세상의 질서를 배우게 한다. 

    #4. 교육은 나라의 근본이다. 나라의 미래가 교육에 달려있다. 교육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무너진 교단을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위대한 선생님은 국민이 만든다. 위대한 선생님은 위대한 제자를 배출시켜 위대한 나라 만든다. 우리는 50달러 최빈국에서,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0대 경제 군사 강국을 일궈내었다.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되기까지 교육을 귀중히 여기는 지도자와 국민이 있었고, 위대한 선생님이 있었고 위대한 제자들이 길러졌다. 

    대한민국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위대한 대한민국을 일구었던 교육이, 교단이, 선생님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 이걸 방치할 건가, 다시 일으킬 건가? 우리 국민이 선택하고 결정할 몫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을 살리자, 
    학교 교육을 살리자. 
    선생님들에게 힘을 실어주자. 

    교육계의 위기를 세상에 알리고 유명을 달리한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안식을 기원한다. 그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