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쓰는 시간에 ‘삼성, 왜 충북 투자 안 하는지’ 생각해 봤나? ‘짜고 치는 충북도립대 총장 임용’ 등 도민들이 지켜본다김 지사, 말·글 줄여야…남은 3년 ‘창의·상상력’ 기대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23일 도청에서 기자들에게 충북도립대학교 총장에 김용수 서울산업진흥원 상임이사 내정설 확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충북도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23일 도청에서 기자들에게 충북도립대학교 총장에 김용수 서울산업진흥원 상임이사 내정설 확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충북도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취임 후 잇따른 ‘돌출 리스크(말과 글)’로 상당히 시끄럽다. 그 원인과 배경은 무엇일까? 

    문제는 자유분방한 김 지사가 앞으로도 계속 이 같은 돌출발언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취임 1년이 다 됐지만, 김 지사가 아직도 충북의 민심과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같다.

    최근 국민의힘에서도 ‘김영환의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한다. 당 안팎에서는 “김 지사의 리스크 때문에 내년 총선은 물 건너갔다. 김 지사가 자꾸 사고를 쳐서 당장 내년 총선 어떻게 하느냐?”며 난감한 모양새다. 도청 간부들도 김 지사의 잦은 리스크로 조마조마하다. 뒷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메가톤급 ‘파장’

    먼저 김 지사가 취임 후 첫 번째 논란은 ‘차 없는 도청’을 만들려다 공무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어 SNS에 ‘친일파 글(나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과 관련,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공분을 사는 빌미를 줬다. 또,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충북도의회 인사청문회 패싱, 충주 청년 모임 음주 논란, 서울 ‘충북학사 특식’ 논란 등으로 이어졌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30일 충주 청년 모임 당시 제천 산불이 발생했지만 가지 않았다. 올해 유난히 산불(500여 건)이 많아 민심이 사나웠다. 승용차로 30분 거리에서 불이 났다면 청년 모임을 즉각 중단하고 달려가야 했다. 모임과 사람은 또 만들고 만나면 된다. 음주 논란도 술을 마신 것이 문제가 아니라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도 안 마셨다고 하니 논란이 되는 것이다. 김 지사가 맥주잔을 들고 얼굴이 불콰한 사진이 나왔는데도 안 먹었다고 하니 안 먹은 것으로 되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서울 충북학사에서 가진 국회의원 초청 간담회에서의 ‘특식 논란’까지 불거졌다. 특식 논란은 정말 한심하다 못해 상황판단이 그리 안 되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김 지사가 충북학사에 간 김에 미래의 동량인 청년들과 만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얼마나 좋은 기회였나. ‘MZ 세대’ 끌어안기를 그렇게 강조하고도 좋은 기회를 차버렸다. 그러니 욕먹는 것은 당연지사.  

    또 하나의 문제는 김 지사가 당선 후 공신들의 논공행상이 지나쳤다. 외부인사와 비전문가가 지나치게 많다. 정무직 인사도 상식 이하라는 말이 많았다. 왜 그리 많은 외부인사를 낙하산으로 앉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최근에 나이 70을 앞둔 정무직 인사를 보면서 혀를 찼다. 급기야 특정 지역, 특정 인맥의 말만 듣는다는 부정적인 말까지 퍼졌다. 그러다 보니 지역과 유리되고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취임 당시부터 안고 있었다. 

    ◇‘詩作’ 멈추고…삼성, 충북에 왜 투자 안 하는지 생각해 봤나?  

    김 지사는 집 화장실에서 시(詩)를 쓴다고 했다. ‘단양시루섬 기적 50주년’ 행사장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시를 썼다고 말했다. 그가 도지사가 아니라 평범한 시인이라면 시루 섬 주민에게 시를 써서 들려주는 것까지는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도백이 그 귀중한 시간에 도정에 관한 고민과 생각이 먼저가 아니냐는 얘기다. 삼성이 왜 충북에 투자를 안 하고 외면하는지, 이재용 회장을 만나 어떻게 하면 삼성의 충북투자를 끌어낼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도청에서, 이동하는 승용차에서,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도정발전에 관한 생각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 해도 모자랄 상황이 아닌가. 

    최근에는 김 지사의 부인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부인이 도정 개입 논란으로 화를 자초해서는 안 된다. 아니기를 바라지만, 김 지사의 부인이 문화예술‧사회복지와 관련, 공무원들과 자주 만난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도지사 부인이니 그의 말과 지시를 어쩔 수 없이 따르겠지만, 뒤통수에 대고 욕하는 것이 그들의 세계다. 도백의 부인으로서의 해야 할 역할은 최소화하되 도정 개입은 있어서는 안 된다.

    김 지사는 선거 당시 자신을 도왔던 서울과 안산 등 외부인사의 개입과 발탁도 물리쳐야 한다. 김 지사가 충북에 대해 이제 파악할 정도인데 그 사람들이 충북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알겠느냐는 것이다. 더는 외부인사의 도정개입 등으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가 나와서는 안 된다.

    김 지사의 취임 후 정무 라인과 도청 간부 인사를 보면서 정말 충북에 인재가 그렇게도 없느냐는 말이 많았다. 최근에 정무 라인 문책성 인사도 ‘일은 김 지사가 저질러 놓고 정무직과 간부에게 그 책임을 떠 넘긴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도청 인사는 개인 역량과 전문성을 살려 제대로 해야 한다. 혁신적인 인사를 하되 ‘예스 맨(Yew Man)’ 아니라, ‘노(NO)’라고 말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김 지사가 비판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귀에 거슬린 말보다는 ‘달콤한 말’에 빠져들 수밖에 없겠지만, 충북발전을 위해서 ‘경청(傾聽)’의 자세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 3월 7일 정부의 강제징용해법 발표와 관련해 국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김영환 충북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 3월 7일 정부의 강제징용해법 발표와 관련해 국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김영환 충북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김 지사 리스크, 선거 쉽게 이기고 제대로 학습 ‘안 한 탓’

    김 지사의 연이은 잦은 리스크로 인한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김 지사가 작년 6‧10 지방선거 당시 제대로 학습을 하지 않았다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너무 쉽게 충북도지사 선거(김영환 58.19%, 노영민 41.80%)에서 승리했다. 지방선거 때 상대 후보와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속된 말로 ‘빡시게’ 학습을 하고 눈에 불꽃이 튈 정도로 선거전을 치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아 상대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리며 쉽게 당선된 것이 김 지사에게 ‘독’이 됐다고 본다.  

    두 번째는 김 지사가 국민의힘의 높은 지지율로 너무 쉽게 상대 후보를 꺾고 선거에서 승리하다 보니 당선인 신분 때 제대로 학습을 하지 않았다. 대표 공약인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설계한다며 충주, 단양, 제천, 보은으로 다니느라 시간을 빼앗겨 제대로 학습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김 지사가 취임 전에 충북 도정 운영 방향과 전략, 도민 접근방식, 공무원 인사, 예산확보 문제, 투자유치 전략 등이 확고하게 머릿속에 세팅돼 있어야 했다. 그게 없다 보니 잦은 논란을 불러온다고 분석된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도 얼개가 짜졌다면 그다음 문제는 간부들과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 전문가도 아닌 김 지사가 전문가처럼 하니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지금 충북 도정에서 취임 전후 그렇게 떠들었지만, 언제부터인가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에 관한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호수에 레이크파크를 갖다 붙이면 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철학과 사업추진의 전략과 예산 등이 수반돼야 한다.

    세 번째는 김 지사가 충북을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충북의 몰이해도’라고 할 수 있다. 김 지사가 애초 경기도지사로 출마하려다 갑자기 충북도지사로 틀었다. 일찍 충북을 떠나 외지에서 생활한 만큼 과거 충북에서 선거직을 하겠다는 의지도 없었다고 봐야 한다. 그만큼 충북에 관해서 관심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김 지사의 창의력‧상상력은 자산…개혁적인 충북 도정 ‘기대’ 

    앞으로 김 지사가 도민들과 함께 궤를 같이하려면 도민들의 정서에 부합해야 한다. 장관과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낙선 때는 치과의사로서 활동했다. 김 지사는 우리 사회의 최상류에 속하고 평생 그런 생활을 해왔다. 지금의 김 지사 말과 행동은 서울과 수도권, 최상류의 수준이다. 김 지사의 관점에서 충북의 환경은 서울과 수도권과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게 생활인데 어쩌겠느냐고 하지만, 본인이 도민의 정서에 맞는 말과 글, 행동을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계속해서 사달이 날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정무 라인을 바꾼들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  

    김 지사는 일련의 논란을 되짚어보면 또다시 돌출발언 등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를 막으려면 ‘시‧글(눈), 말’까지 확 줄이고 충북 도정은 인적 쇄신을 통한 시스템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외부인사를 산하단체에 앉히는 문제도 재고해야 한다. ‘짜고 치는 충북도립대학 총장 임용과정’은 우리 눈에도 보인다. 

    마지막으로 김 지사가 더는 자신의 리스크로 인해 도민에게 자괴감이 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도민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좋든 싫든 김 지사에게 앞으로 3년간 도정을 맡기고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다행히 김 지사에게는 장점인 자유분방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에 희망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