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지·연인과 함께 즐기는 명소[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증평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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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구산(坐龜山, 해발 657m)은 한남금북정맥 최고봉으로, 충북 증평군 증평읍, 괴산군의 청천면, 청주시 미원면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다. 이 산은 주변에 자연휴양림, 천문대, 명상구름다리 등의 휴양 및 관광시설이 조성되면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좌구산 숲 명상의 집’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단풍나무길을 따라 명상구름다리 쪽으로 약간 올라간다. 길 건너 좌측 계단을 오르면 명상구름다리에 접근한다. 이 다리는 총 연장 230m(출렁다리구간 130m), 높이 50m, 폭 2m의 규모로 2017년 6월에 개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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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처럼 느릿느릿 명상구름다리를 건너면서 숨 가쁘게 돌아가는 삶의 시계추를 한 템포 늦춰본다. 건너편에는 명상구름다리를 배경으로 멋진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 존이 있다. 명상구름다리 앞으로 펼쳐진 거북바위정원을 통과하여 뚜벅뚜벅 산책로를 오른다.거북바위정원에서 ‘바위정원 전망대’를 올라 가서 골짜기를 따라 형성된 자연경관을 조망한다. 다시 산책로를 따라 계속 직진하면 ‘자작나무 테마숲길’로 들어선다.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가끔 뒤를 돌아보면 거북바위정원, 명상구름다리, 그리고 저 멀리 좌구산의 산등성이가 한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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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를 한동안 걷다가 자작나무쉼터 방향으로 나무계단을 오른다. 이후 평탄한 길이 이어지는데, 좌측으로 좌구산과 휴양림이 조망된다. 구불구불한 산책로를 오르면 군데군데 설치된 이정목이 자작나무쉼터로 안내한다.잔설을 뚫고 솟아난 백옥처럼 고운 자작나무가 눈부신 세상을 만든다. 이처럼 우리의 미래도 청정무위(淸淨無爲)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망쉼터에서 잠시 속세의 근심을 내려놓고 좌구산, 천문대, 자작나무숲길을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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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숲길을 오르락내리락 걸으면서 자작나무가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불에 타듯이 흘러간 내 삶도 그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불태웠는지 돌이켜 본다. 여생(餘生)을 어떤 소리를 내며 태워야 타고 남은 재가 세상의 거름이 될 수 있으려나?자작나무숲길을 통과해 만나는 세 갈래에서 천문대(좌구산)길로 접어든다. 얼마 오르지 않아 주능선과 만난다. 이곳에서 밤고개와 좌구정으로 갈래지는데, 좌구산을 오르기 위해 밤고개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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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밤고개를 향해 걷는다. 밤고개와 미원 방향의 세 갈래 길에서 밤고개로 하산하는 길은 가파르다. 이어서 푸른 소나무 군락지를 만나는데, 이곳이 ‘느림보 유아쉼터’이다. 곧이어 좌구산 천문대가 위치한 밤고개를 지난다.좌측의 천문대를 보면서 소나무 숲속을 통과하여 좌구산으로 향한다. 곧이어 본격전인 좌구산 산행이 시작된다. 초입에는 계단을 오르지만 이후 흙길을 걷는다. 등산로에는 특징적인 나무 몇 그루에 푯말이 붙어 있어 산행의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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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군락지를 지나면서 ‘소나무에 남겨진 아픈 역사의 흔적’ 이라는 푯말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가슴 깊이 새긴다. 이러한 정보를 세심하게 제공해 준 관계자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어느덧 제1쉼터에 도착하여 가파른 돌길을 하행하고 곧이어 부드러운 흙길을 걷는다. 약간 경사진 길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갈라진 바위를 만나는데, 이 바위가 ‘충절바위’라고 불린다. 김득신이 좌구산에 오를 때마다 칼로 커다란 바위를 내리치면서 “내 비록 지금은 아둔하지만, 과거에 급제하여 반드시 나라에 쓰임을 받으리라” 다짐을 했는데, 결국 바위가 둘로 갈라졌다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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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에 매어진 안전로프를 따라 가파른 길을 오른 후, 잠시 하행한 다음 다시 오르막을 오르면 산객을 기다리는 두 개의 벤치가 있는 제2쉼터에 이른다. 다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소나무와 참나무 군락지를 통과하여 비교적 유순하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른다. 작은 봉우리를 힘차게 오른 후에 약간 하행하여 고갯마루에 도착한다.고갯마루에서 좌구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가파른 길에는 바위 형상이 마치 칼춤을 추는 모습을 하고 있는 ‘칼춤바위’ 구간이 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돌이 박혀 있는 길이라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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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구산 정상에 이를 무렵 고사목 한 그루가 반갑게 손짓을 한다. 좌구산 정상은 해발 657m에 불과하지만 조망하는 분위기는 해발 900m 이상에서의 느낌이다. 정상에는 스템프투어를 위한 스템프가 준비돼 있고, 벤치도 설치되어 있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정상에서 서쪽으로 펼쳐지는 증평 방면의 평원지대를 조망한 뒤 다시 올라온 길을 따라 고갯마루로 하산한다. 고갯마루에서 바람소리길 방향으로 가파른 계단을 지그재그로 내려오면 이어서 돌길이 완만하게 이어진다. 하산하면서 뒤를 돌아보니 좌구산 정상이 점점 멀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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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나무하러 다니던 지게 우정이 쌓인 소중한 길이라는 ‘동맥이지게골’의 너덜지대를 걷는다. 이 돌 섬은 옛날 나무하러 다니던 가난한 총각이 친구에게 점심을 얻어먹었는데, 그 고마움을 나중에 갚을 생각으로 점심을 먹을 때마다 돌을 쌓은 것이라 한다.너덜지대가 끝나고 완만한 경사의 평탄한 등산로를 걷다보면 돌탑 3개를 지나 임도로 들어선다. 좌측에 병영체험장을 끼고 내려가면 자연휴양림 임도와 만난다. 이곳에서 명상구름다리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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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생강나무 군락지, 좌구산 썰매장을 지나고, 임도에서 좌구산 명상의 집 방향으로 우측 나무 계단을 내려서면 전망대를 만난다. 이곳부터 명상의 집까지 야자매트가 깔린 부드러운 등산로를 걷는다. 곧이어 명상의 집과 명상구름다리가 한 눈에 들어오면서 산행이 마무리 된다.좌구산 산행은 느림의 미학, 즉 크고 진귀한 기물(器物)은 항상 마지막에 완성된다는 대기만성(大器晩成)을 일깨워준다. 세상에서 거저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얻음에는 그에 상응하는 마음가짐과 노력이 있기 때문이지, 별안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훌륭한 결과는 그것과 도저히 견줄 수 없을 만큼의 더 빛나는 수많은 과정이 있을 때만 얻어질 수 있다. 그러한 과정도 때가 돼야 성숙된 결과로 나타난다. 일 년 농사가 사계절을 거쳐서 얻어지는데 하물며 한 백년을 사는 ‘인생 농사’는 오죽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