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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홍의 시사칼럼] 정권이 바뀌면 ‘어공 기관장’들이 물러나는 게 순리다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입력 2022-06-20 01:47 | 수정 2022-06-20 14:04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 장면1. 한 페이스북 친구가 엊그제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글이다. 

<오늘 충북지사를 3선하고 퇴임하는 친구 이시종의 퇴임 출판 기념회에 참석하느라 청주에 갔었다. 내가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민주당 행사였지만, 친구니까 친구는 당적이 문제가 안 된다.

가족들 입장에서는 참 나쁜 남편, 아버지, 할아버지가 아닌가 의심되었다. 평생 비행기 이코노미만 탔단다. 부인에게 여권이 없단다. 결혼 45년간 마누라 해외 구경 한 번도 안 시키고 아들 손주들 유학, 어학연수 한번 안 보냈다고 했다. 이게 과연 가족들에게 자랑일까?

이 지사는 임명직 공직자들이 지사 임기 날 같이 끝나게 임기를 조정하여 후임 지사를 편하게 해주고 떠나는 것이 진짜 자랑일 것이다. 물론 (도)道 중에 가난한 도였던 충청북도(忠淸北道)를 인구가 늘어나는 일자리 있는 도로 만든 공로가 제일 크지만, 페어플레이 정신의 정치 신사도가 그 못지않게 훌륭했다. 현재의 정치꾼들 답지 않은 친구다.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이지만 장관이나 총리로 다시 썼으면 좋겠다. 100가지의 정치적 쇼보다 한 가지의 실적이 더 중요하다는 철학의 이시종 지사님이 다시 국민을 위하여 일하는 날을 보게 되기를 바란다. (맞춤법 교정했음)> 

이시종 지사의 50년 지기가 오랫동안 보아온 이 지사의 품성을 보고 송덕(頌德)한 개인적 글이지만 요즘의 정치판에서 페북에 포스팅된 이시종 충북지사의 아름다운 뒷모습이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 장면 2.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되어 잔여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남은 임기를 채우려는 거취를 둘러싸고 저잣거리가 시끄럽다. 

지난 17일 출근길 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들에 대해 “국무회의에 굳이 올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두 위원장 거취 문제와 관련하여 묻는 기자들에게 “임기가 있으니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국무회의에 필수 요원도 아닌 사람들이 와서 앉아 있으면, 다른 국무위원들이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툭 터놓고 비공개 논의도 많이 하는데 말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출근 기자회견 발언에도 한상혁 위원장은 물러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희 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권익위는 국민권익 구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면서 업무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18일에는 “법률에 정해진 공직자의 임기를 두고 거친 말이 오가고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리는 상황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의 정신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공직자의 임기는 법률로 정해져 있으며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전 위원장은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의사 표시를 대신한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박아 놓은 대못의 심지가 엔간하지 않음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 장면 3. ‘어공’은 ‘어쩌다 된 공무원’을 뜻한다. ‘늘공’은 ‘늘 하는 공무원’ 즉 공무원 시험을 거친 직업공무원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어공 기관장이다. 어공 기관장은 전문성을 갖추고 그 자리에 임명되었다기보다는 정권의 코드인사로 정치적으로 임명된 정무직 기관장이다. 

어공 기관장은 비록 임기가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정무직이기 때문에 자기를 임명해준 정권 기간 안에서 자기 임기가 도래할 때 임기가 종료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맞는다. 정권 코드 특채로 꿰찬 자리를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마르고 닳도록 앉아 있으라고 정해놓은 임기가 아니다.

세상을 살 만큼 살았고, 소위 대한민국에서 좋은 완장 차는 혜택을 많이 본 사람들이 정무직 임기의 의미를 뻔히 알 텐데도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의 정신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등, “공직자의 임기는 법률로 정해져 있으며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라는 교과서적인 문구 해석을 내세우면서 위원장 자리 임기가 다할 때까지 눌러앉겠다는 건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장이나 국민권익위원장뿐만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위원장도 임기를 채우겠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한다. 국무회의에도 초대 못 받는 장관급 엇박자 기관장 휘하의 공무원들이 그 기관장의 임기가 도래할 때까지 참아야 할 불편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 묻는다. 바뀐 정권에서 전 정권의 어공 공무원 기관장 자리에서 버티는 이유가 권력욕 때문인가? 급여 때문인가? 정치적 어깃장을 놓기 위해선가? 아니면 임기를 채우는 게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정신은 지키는 지고지순한 정의라 생각해서인가?      

정권이 바뀌면 정무직 어공 공무원 기관장들은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이든, 국민권익위원회이든,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이든 코드가 다른 정권으로 바뀌었는데도 임기가 남았다고 자리에 앉아 버티는 그림이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전 정권 때 임명된 어공 기관장들은 현명하게 자리를 마무리하고 쿨하게 떠나는 아름다운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게 지도층 인사의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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