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락초, 1001명 과밀학교에 2025년 아파트 입주시 300여명 수용해야30학급 규모 건립 장락초 현재 40학급…비좁고 체육수업조차 제대로 못 해“교육청 별관 필로티에 4개 교실·급식소 등 증축…시행사 38억 기부채납”
  • ▲ 과밀학급으로 1001명의 학생이 재학중인 충북 제천 장락초등학교.ⓒ제천 장락초등학교
    ▲ 과밀학급으로 1001명의 학생이 재학중인 충북 제천 장락초등학교.ⓒ제천 장락초등학교
    충북 제천시교육지원청이 관내 e편한세상과 세영리첼의 건립과 관련해 학생수용계획을 세우면서 장락초등학교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결정해 ‘부실수용대책’ 논란이 일고 있다.

    오는 2024년과 2025년 연이어 e편한세상과 세영리첼이 준공되면 각각 145명, 160명 이상의 학생을 장락초등학교가 수용해 가르쳐야 한다. 즉, 장락초의 입장에서는 300여 명의 학생 증원은 새로운 학교 1곳이 증설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제천교육청은 신규 아파트 건설로 발생하는 300여 명의 학생수용대책으로, 가뜩이나 과밀학교에 운동장이 비좁고 각종 시설이 부족해 체육수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학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학교의 기존시설을 활용하거나 증축 등을 통한 대책을 마련한 것이 전부다. 

    ◇증·개축 비용 e편한세상 20억·세영리첼 18억 ‘부담’

    제천교육청이 최근 아파트 시행사와 협약을 통해 장락초 별관 필로티 시설을 막아 교실(4개)을 만들고 급식소 증축, 그리고 별관 뒤쪽 산을 깎아 증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학생수용계획을 수립했다. 

    제천교육청은 학생 수용에 필요한 증‧개축 등의 비용은 e편한세상과 세영리첼(DL 건설) 아파트 시행사와 협약을 통해 각각 20억 원과 18억 원 등 38억 원을 들여 건물을 지은 뒤 기부채납하기로 하고 제천시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 아파트 건립허가가 났다.

    그러나 제천교육청이 장락초의 학생 수용대책과 관련, 부실대책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는 학교 현장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본보가 확인한 결과 장락초는 1001명(초등 950명, 유치원 51명)의 과밀학교인 데다 강당이 비좁아 2개 학급이 동시에 체육수업을 하지 못할 정도인 상황인데도 교육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등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락초는 학습공간이 부족하고 학생들의 이동조차 어려운 구조인 데다 시청각실이 없는 등 1001명의 학생 수에 비해 교육환경이 상당히 열악하다. 

    ◇30학급 규모 학교, 40학급으로 확대 운영 ‘미어터져’ 

    2003년 3월 30학급 규모로 건립된 장락초는 현재 40학급을 운영하고 있는데 학교 공간이 협소해 현실적으로 증축이 어렵다. 

    교육청이 별관 뒤쪽 산을 깎아 증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 또한 환경훼손 등의 논란거리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정문도 비좁고 운동장도 대규모의 학생들이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규모가 작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천교육청이 학교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하루라도 빨리 시공에 들어가야 하는 아파트 회사의 입장만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제천교육청인 아파트 시공사와 협약을 하기 전에 충분히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교 현장을 제대로 파악한 뒤 학생수용대책을 수립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보가 학교 현장을 확인한 결과 장락초와 붙어 있는 충북도교육청 국제교육원 북부분원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이 시설을 학생들이 이용하거나 장락초와 e편한세상 중간에 300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미니초등학교를 건립하는 등의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천교육청, 학교현장 상황고려보단 업체 편 들었나?

    그러나 제천교육청은 이런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아파트 시행사 두 곳과 협약을 체결했지만, 학부모 등 지역사회에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는 설명회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청이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말들이 많다. 

    제천교육청 관계자는 “아파트 시행사인 DL건설과는 지난 4월 28일 학생 수용과 관련한 시설 증축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국제교육원 북부분원을 이전한 뒤 장락초가 교실 등으로 사용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충북도교육청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제천에 거주하는 주민 A 씨(65)는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가 동시에 들어오는데도 교육청이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은 큰 문제다. 장락초가 학생수에 비해 학교시설이 상당히 열악한데, 그 자리에 증축을 하고 리모델링을 해서 300명이 넘는 학생을 추가로 수용한 다는 것은 과밀학교에 더 큰 ‘콩나물 교실’을 만드는 것”이라며 “교육청이 학생학습에 대단히 중요한 문제를 왜 그렇게 쉽게 결정하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e편한세상(입주 2024년 12월)과 세영리첼(입주 2025년 4월 1일)은 제천에 각각 630세대, 564세대의 아파트 건립을 위해 분양에 들어갔다.